세계유산의 진짜 가치는 ‘보존’에 그치지 않고 이를 어떻게 ‘설계’ 하느냐에 달렸다. 울산은 이제 막 실험장에 발을 내디딘 상태다. 이에 본지는 세계유산을 보유한 국내외 도시의 성공 사례와 노하우를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울산시가 추진 중인 세계암각화센터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짚어보고, 울산만의 차별화된 문화·관광 로드맵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세계유산은 최고의 관광자원
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외래 관광객 유치 규모는 프랑스가 1억명으로 1위였고 이어 스페인(8,350만명), 미국(7,700만명), 이탈리아(5,700만명) 순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미국을 제외한 모두 ‘세계유산 부국’이라는 것이다. 세계유산의 보유 자체가 관광객 증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명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관광 잠재력을 높이고, 관광객 유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임은 확실하다. 때문에 울산도 반구천의 암각화가 전세계 관광객들을 불러들일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이는 공업·산업 이미지에서 문화·관광 도시로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는 시점에 글로벌 도시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갈 길은 아직 멀다. 울산시가 부랴부랴 관광 기반 확충에 나섰지만, 현재로서는 이제 막 밑그림을 그리는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세계유산 등재라는 타이틀에만 안주할 것이 아니라, 단순한 유산의 보존을 넘어 전 세계인을 매료시킬 정교한 문화·관광의 ‘설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운이 좋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세계유산
반구천의 암각화는 문화재 보호를 위해 접근이 엄격히 금지된 탓에 일정 거리 밖에서 바라봐야만 한다. 육안으로 보기 힘든 거리감도 아쉽지만, 더 큰 문제는 날씨다. 집중호우가 내릴 때면 인근 사연댐의 수위가 상승해 암각화가 완전히 물에 잠겨버려 관람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7월 세계유산 등재 직후 일주일 만에 집중호우가 내려 36일간 물에 잠기는 ’물고문‘을 겪었다. 물속에 잠겼다 햇빛에 말랐다를 60년 가까이 반복하면서 바위 표면이 부서지거나 이끼가 끼는 등 마모도 진행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울산 도심에서 떨어진 지역에 위치하다 보니 대중교통 접근성이 제한적이라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현재 반구천의 암각화는 날씨와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온전히 볼 수 없는 세계 유산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관람 성공률이 낮다 보니 관광객들이 별도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방문을 계획하기란 부담이 크다. 따라서 지금 울산에 가장 필요한 것은 “지상에서 보기 힘든 거대한 유산을 관광객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다
#세계유산 시대 맞아 세계암각화센터 건립 추진
울산시는 한계에 부딪힌 관람 여건을 혁신하고 핵심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암각화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세계유산위원회가 유산센터의 실질적인 운영 보장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는 데다, 관광객들의 고질적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기상 악화나 통제로 인해 반구천의 암각화를 직접 눈에 담지 못하더라도, 센터 내의 고도화된 전시와 몰입형 해설 콘텐츠를 통해 ‘대체 불가능한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멀리서 찾아온 방문객들의 발길이 허무한 헛걸음으로 끝나지 않도록 막아주는 든든한 안전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총 사업비 490억원이 투입되는 세계암각화센터는 향후 보존관리부터 전문 전시, 교육을 아우르는 종합 컨트롤타워로 기능할 계획이다.
#울산 유일의 세계유산 마중물…‘콘텐츠’가 성패 가른다
이를 위해 울산시는 지난 2022년 ‘반구천 세계암각화센터 건립 타당성 및 기본계획’을 자체적으로 수립했다. 여기에는 위치 선정을 비롯해 주변 관광 기반시설의 효율적인 배치 방안이 두루 포함됐다. 이 결과를 토대로 국가유산청은 ‘반구천 세계암각화센터 건립 적정성 검토’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 결과가 나오는 대로 기본 및 실시설계에 착수할 방침이다. 수백억원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울산의 유일무이한 세계유산 브랜드를 대표하는 시설인 만큼 세계암각화센터를 향한 지역사회의 기대감과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에 단순한 전시관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핵심 거점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구축과 소프트웨어의 내실이 필수다. 이에 본지는 구체적인 운영 방향을 모색하고 독창적인 콘텐츠를 구상하기 위해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