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시내버스 노사가 파업이 예고된 지난 28일 첫차 출발 직전 임금협상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우려했던 대규모 파업은 피했다. 108개 노선 709대의 버스가 멈춰 서는 최악의 출근길 대란은 막았으니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울산시가 혈세를 추가로 얹어주며 급한 불만 끄는 악순환이 이번에도 고스란히 되풀이됐다. 이번 타결을 두고 ‘해결’이라 부를 수는 없는 이유다.
울산시는 파업을 막겠다며 올해 손실 지원율을 98%로 올리고 내년에는 100% 전액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30억 원 규모의 성과지원금까지 더하면 실질 지원율은 손실액의 102%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 10년간 방만 경영으로 민간 업체들이 쌓아 올린 813억 원 규모의 미적립 퇴직금까지 시비로 매년 65억 원씩 털어 넣어 13년에 걸쳐 메워주겠다고 나섰다. 이는 시 재정으로 파국을 뒤로 미룬 위험천만한 ‘폭탄돌리기’다.
지하철이 없는 울산에서 시내버스는 시민의 유일한 대중교통이다. 그러다보니 울산시는 파업 때마다 버스 업계의 무리한 요구에 끌려다니며 예산을 퍼주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 해 1,600억 원이 넘는 혈세를 민간 버스업체에 쏟아부으면서도 노선 면허권이나 경영 통제권은 업체에 고스란히 쥐여준 기형적 민영제의 뼈아픈 민낯이다. 유가가 오르거나 노사 갈등이 불거지기라도 하면 또다시 추가 지원을 요구할 게 분명하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시 재정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교통공사 설립 의지를 밝힌 김상욱 시장은 “설립에 3년, 단계적 공영제 전환에 10년이 걸릴 것”이라며, 이번 지원이 ‘마지막 한계선’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이같은 로드맵은 당장 눈앞에 닥친 혈세 누수를 막기엔 너무 느슨하다. 전환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업계의 도덕적 해이와 원가 부풀리기를 걸러낼 방법도 마땅히 없다.
시민의 이동권이 인질로 잡히는 일이 더이상 반복되지 않으려면 표준운송원가 산정의 투명성을 철저히 검증해 지원금 집행의 도덕적 해이를 원천 차단하고, 퇴직금 대납에 대한 법적 책임과 업체 측의 자구 책임을 엄격히 물어야 한다. 아울러 교통공사 설립과 노선입찰제형 준공영제 전환 등 근본적인 구조 개편 일정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더 이상의 폭탄 돌리기는 시민들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