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모태펀드를 마중물로 삼고 지자체와 지역 선도기업, 금융권, 연구기관이 힘을 모은 500억 원 규모의 ‘울산 미래성장 펀드’가 어제 결성식을 갖고 마침내 닻을 올렸다. 울산시가 주도해 조성한 첫 모펀드인 이번 펀드는, 향후 630억 원 이상의 자펀드를 추가 결성해 초기 혁신 창업부터 주력 제조업 고도화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투자 사다리’를 구축하게 된다. 수도권 중심의 벤처캐피털 쏠림 현상으로 만성적인 모험자본 가뭄에 시달려온 지역 투자 생태계에 단비이자 중대한 구조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펀드 출범이 지니는 가장 큰 의의는 울산의 산업 생태계가 스스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자생적 선순환 구조’를 마련했다는 데 있다. HD현대중공업과 고려아연 등 지역의 앵커 제조기업과 NH농협은행·BNK경남은행 등 금융기관, 그리고 UNIST라는 첨단 R&D 요람이 지방정부와 한데 뭉쳐 투자 재원을 마련했다. 이는 지역의 대기업과 금융자본이 혁신 스타트업 및 미래 신산업에 마중물을 공급하고, 그 성과의 과실을 지역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상생 모델의 출발점이다.

울산은 지금 급변하는 산업 대전환기를 맞아 주력 산업의 친환경·디지털(AI) 혁신과 새로운 성장 엔진 발굴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조선·자동차·이차전지·에너지·정밀화학 등 전통과 첨단을 잇는 주력 제조업의 체질 개선은 물론, 로컬 창업과 혁신 기술 벤처가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연속적이고 안정적인 자금 공급이 필수적이다. 아무리 유망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급성장 단계에서 자금을 구하지 못하면 수도권 유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첫발을 뗀 만큼 앞으로의 운용 전략이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무엇보다 자펀드 운용사(GP)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선발해 자금이 필요한 유망 기업에 적기에 투자될 수 있도록 집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 또한 단기적인 재무적 회수에만 매몰되지 않고 기술 잠재력과 지역 파급효과를 두루 살피는 안목 있는 운용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모펀드의 성공적인 안착을 바탕으로 더 많은 민간 자본이 지역 벤처시장으로 유입되는 유인책도 지속해서 강화해야 한다. 본격 가동되는 ‘울산 미래성장 펀드’가 청년 창업가들에게 도전의 발판을 놓고, 주력 산업에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든든한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