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196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 이후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며 사택 문화와 공장 노동자의 생활문화를 형성했지만, 정작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은 충분히 기록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태광산업사택. 울산매일 포토뱅크
울산은 196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 이후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며 사택 문화와 공장 노동자의 생활문화를 형성했지만, 정작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은 충분히 기록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태광산업사택. 울산매일 포토뱅크
산업도시 울산의 기억을 공장과 행정의 기록이 아닌 시민의 삶에서 다시 써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울산은 196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 이후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며 사택 문화와 공장 노동자의 생활문화를 형성했지만, 정작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은 충분히 기록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울산역사연구소는 울산의 사료(史料) 등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기 위한 전문가 세미나를 3일 오후 2시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연다. ‘지역 아카이빙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세미나는 인천과 전북 익산의 아카이빙 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울산지역 아카이빙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세미나는 그동안 파편적이고 단절적으로 이뤄졌던 울산지역 아카이빙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유관기관과 연구자들의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첫 번째 발표자인 곽은비 인천지역 아키비스트는 ‘제도권 밖의 지역 기록과 미시사적 접근’을 주제로 인천 아카이빙 프로젝트 사례를 발표한다. 이어 김미주 익산시청 기록연구사가 ‘시민의 기억을 지역의 자산으로’를 주제로 익산시에서 진행해 온 민간기록 아카이빙의 추진 내용과 익산시민역사기록관의 개관·운영 사례를 소개한다. 지정 및 자유토론에는 윤근영 울산대곡박물관 학예사와 류현주 울산시청 기록연구사가 참여한다.

한양화학 사택. 울산매일 포토뱅크
한양화학 사택. 울산매일 포토뱅크
미리 공개된 세미나 자료집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지역 기록의 주체가 공공기관에서 시민과 민간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곽은비 아키비스트는 기존의 지역 기록이 공공기관이 생산한 백서나 보고서, 공식 시청각 자료 중심으로 남아온 한계를 짚는다. 중앙이나 기관 중심으로 생산된 기록은 일반 시민의 평범한 삶과 거리가 있었고, 접근하기 어렵고 딱딱한 형태로 남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곽 아키비스트는 잘 다듬어진 결과물뿐 아니라 시민들이 스스로 지역을 탐구하고 표현하는 ‘과정’ 자체를 새로운 지역 기록 문화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울산에도 직접 맞닿아 있다. 윤근영 울산대곡박물관 학예사는 토론문에서 인천 한국지엠 부평공장 아카이빙 사례가 “한국 유수의 산업도시인 울산에도 주는 시사점이 많다”라고 밝혔다. 울산이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며 독특한 사택 문화와 공장 노동자 문화를 지녀온 도시라는 점에서다.

실제 인천 사례는 울산이 참고할 만한 지점을 보여준다. 자료집에 따르면 경인콜렉티브는 가동이 중단된 한국지엠 부평2공장을 기록하며 각 공정에서 일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모았다. 그 결과물은 실제 부평2공장 안에서 전시됐고, 닫혀 있던 산업 현장을 시민에게 개방해 장소성을 복원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울산 역시 산업도시의 성장 서사를 갖고 있지만, 그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공장 주변 마을, 사택단지, 출퇴근길, 노동자 가족의 생활문화, 철거되거나 용도가 바뀐 산업시설 등은 공식 역사만으로는 담기 어려운 생활사의 영역이다.

울산역사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세미나가 타지역 아카이빙 사례를 울산의 관련 연구자들과 공유하고, 향후 울산에서도 체계적이고 시민참여적인 지역 아카이빙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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