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부산에서 열린 한국은행 동남권 공동세미나에서 발표된 울산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울산지역 나프타분해시설(NCC)을 최소 수준인 10%만 줄여도 울산 전체 생산액의 1.2%, 부가가치의 0.8%가 증발하고 일자리 2,200여개가 사라지는 것으로 추산됐다. 

 성급한 석유화학 설비 감축이 지역경제 전반에 심대한 충격을 안길 수 있다는 정량적 경고가 나온 것이다. 정부 주도의 석유화학 산업재편이 충남 대산과 전남 여수를 거쳐 울산 석유화학단지를 정조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산업 재편 충격이 석유화학 공장 담장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석 결과를 보니, 일자리 감소분의 절반에 가까운 1,040명(47%)이 운송·물류, 도소매, 음식·숙박 등 지역 서비스업 종사자로 나타났다. 생산 유발 및 전·후방 연쇄효과가 타 지역 석유화학 거점보다 월등히 촘촘한 울산의 산업 생태계 특성상, 밸류체인의 최전선인 기초유분 설비가 흔들리면 협력업체 연쇄 타격과 지역 상권 침체로 직결된다는 사실이 수치로 입증된 것이다.

 더욱이 울산의 산업 환경은 대산이나 여수와 결이 다르다. 울산은 이미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라는 초대형 신규 설비(연 180만t 규모) 가동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기존 기업 간 설비 규모와 원가 구조, 사업 포트폴리오도 천차만별이다. 

 이런 복합적인 여건을 외면한 채 정부가 전국적인 공급 과잉 해소라는 단일 잣대만을 들이대며 획일적인 감산과 폐쇄를 강요한다면, 울산 경제의 허리를 스스로 끊어내는 우를 범할 수 있다.

 따라서 울산 석유화학의 재편 방향은 기계적인 ‘설비 감축’이 아니라 ‘체질 개선과 고부가가치화’로 전환돼야 마땅하다. 기초소재 단순 생산에서 벗어나 고기능성 스페셜티, 친환경 바이오플라스틱, 첨단 이차전지·반도체 소재 등 미래 화학 분야로 전·후방 사슬을 확장하고, R&D와 설비 투자를 집중 지원하는 실질적인 연착륙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울산 석유화학의 생존은 대한민국 제조업 밸류체인의 존망과 직결돼 있다. 지역사회가 감당해야 할 출혈을 최소화하는 정교하고 입체적인 산업재편 로드맵 마련이 시급하다. 정부는 지역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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