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청량읍 삼정리 대곡사지에 있던 고려시대 오층석탑이 부산대학교로 옮겨진 지 올해로 60년을 맞으면서, 석탑의 원소재지와 이전 경위를 조사하고 장기적으로 울산 귀환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원주 거돈사지 원공국사탑과 충주 정토사지 홍법국사탑, 제천 월광사지 원랑선사탑 등 원래 지역을 떠난 석조문화유산을 이전하기로 하면서 ‘문화유산 제자리 찾기’가 구체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곡사지 오층석탑 역시 지역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1층 탑신 네 면에는 사천왕상이 부조돼 있으며, 4층 탑신에는 사리 장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네모난 구멍도 남아 있다. 학계에서는 이 석탑을 고려시대 울산 외곽에서 이뤄진 불사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하고 있다.
부산대학교박물관은 1964년 문을 열었고, 대곡사지 석탑은 박물관 개관 2년 뒤 부산으로 옮겨졌다. 이 석탑은 1972년 6월 26일 부산광역시 유형문화유산(구 유형문화재 제9호)으로 지정됐다.
문제는 1966년 이전·수습 과정에 관한 구체적인 문서기록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산대박물관 홈페이지 자료에는 ‘무너져 있는 탑을 수습해 왔다’는 취지의 설명이 남아 있지만, 당시 이전 결정 주체와 관계기관 승인 절차, 원래 절터와 토지의 소유관계 등은 공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지역 역사계에서는 석탑 이전 당시의 토지와 유물 소유 관계까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곡사지 오층석탑이 있던 부지 소유자가 당시 부산대학교 측에 금전을 받고 넘겼다는 이야기도 전해지고 있어,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석탑이 있던 마을의 기억도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지역 역사계에 따르면 대곡사지 일대는 예전부터 마을에서 ‘탑골’로 불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한 지역사 연구자는 “삼정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도 탑이 마을을 떠난 데 대한 상실감이 오랫동안 이어져 온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또 대곡사지 오층석탑뿐 아니라 울산에서 부산대학교박물관으로 옮겨진 다른 불교문화유산까지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반고사 터에 있던 석조불상 1구와 탑신도 1965년 사연댐 건설 과정에서 부산대학교박물관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 역사계 관계자는 “대곡사지 오층석탑의 이전 경위와 함께 울산을 떠난 불교문화유산 전반에 대한 기초조사가 필요하다”라며 “울산 차원의 관심과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울산시도 관련 내용을 확인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울산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해당 석탑에 대해 인지한 만큼 이전 절차상 문제 여부 등을 알아보고 적극 검토해보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부산대학교가 60년 동안 석탑을 보존·관리해 왔고 현재 부산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만큼, 일방적인 반환 요구보다는 이전 경위와 소유 관계, 원소재지의 보존환경 등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원래 자리로 직접 이전하는 방안뿐 아니라 울산지역 공립박물관 이전 등 다양한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