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17일 서울 엘타워에서 ‘에너지·기후·번영의 미래를 그리다’를 주제로 개원 40주년 기념 국제 정책세미나를 열었다고 20일 밝혔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제공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지난 17일 서울 엘타워에서 ‘에너지·기후·번영의 미래를 그리다’를 주제로 개원 40주년 기념 국제 정책세미나를 열었다고 20일 밝혔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제공
세계 에너지시장이 석유와 가스 중심에서 ‘전기의 시대’로 이동하면서 산업경쟁력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전력망 운영 역량에 좌우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원유와 가스의 안정적인 도입뿐 아니라 전력망·저장장치·대체 공급경로를 포괄하는 에너지시스템 전반의 회복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17일 서울 엘타워에서 ‘에너지·기후·번영의 미래를 그리다’를 주제로 개원 40주년 기념 국제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지정학적 위기와 기후변화, AI 확산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에 동시에 대응할 에너지정책을 논의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기조연설에서 유럽연합의 러시아산 가스 수입 중단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둘러싼 위험을 언급하며 “앞으로는 가격뿐 아니라 공급 안정성과 지정학적 위험을 함께 고려한 에너지 조달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전기차 보급, 폭염에 따른 냉방 수요 증가로 세계가 석탄과 석유·가스의 시대를 지나 ‘전기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의 전기화 정책은 에너지 주권 강화와 제조업 경쟁력 제고,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에너지안보의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태의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안보정책연구실장은 최근의 주요 위험이 특정 공급국보다 해협과 가공시설 등 공급망의 병목(chokepoint)에서 발생한다고 진단하고 에너지안보의 범위를 석유·가스 등 연료 확보를 넘어 전력망·설비·핵심광물 등 에너지시스템 전반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평상시 확보한 물량이나 공급자 수보다 위기 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수입권과 대체경로, 비축, 설비를 중심으로 대응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며 평상시의 비용효율성과 위기 시 대응역량 간 격차인 ‘안보 프리미엄’을 정책적으로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수이 홍익대학교 교수는 단기적으로 석유·가스의 도입선과 수송경로를 다변화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전기화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석유·가스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계시별 요금제와 같은 정책 수단과 함께 ESS, 유연성 자원, VPP 등 다양한 수단을 종합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AI 시대의 전력수요에 대응하려면 발전설비뿐 아니라 전력망과 수요관리 제도를 함께 바꿔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굴샨 바시스타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재무전략협력부장은 데이터센터를 단순히 수용해야 할 대규모 부하가 아니라 계획하고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전력수요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장장치와 수요반응, AI 기반 예측·제어를 결합하면 데이터센터도 전력계통의 유연성을 높이는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철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AI 데이터센터의 자발적인 에너지효율 향상과 합리적인 수요관리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AI 산업의 성장과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AI에 필요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Energy for AI’에서 AI로 발전·전력망·수요를 효율화하는 ‘AI for Energy’로 정책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제조업 중심의 탄소중립 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회성 에너지경제연구원 초대원장은 “단순히 EU의 탄소중립 모델을 따르는 데 그치지 않고 제조업 강국의 특성을 반영한 탄소중립 이행 모델과 제도적 설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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