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박물관 앞마당에는 고려시대에 조성된 높이 3.2m의 ‘울주 대곡사지 오층석탑’이 서 있다. 1층 탑신 네 면에 또렷이 새겨진 사천왕상과 4층 탑신의 사리공은 당시 울산 불교문화의 높은 격조와 신앙적 열망을 보여주는 귀중한 유산이다. 이 오층석탑은 울주군 청량읍 삼정리 대곡사지에 흩어져 있던 것을 1966년 부산대학교가 옮겨 복원한 것이다. 현재 부산시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이제는 이 비정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문화유산의 진정한 가치는 본래 뿌리내렸던 역사적 맥락과 장소성 속에서 온전히 발현된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이 원주 거돈사지 원공국사탑, 충주 정토사지 홍법국사탑, 제천 월광사지 원랑선사탑 등 일제강점기 이후 본래 자리를 떠나 떠돌던 석조문화유산들을 본향(本鄕)으로 돌려보내기로 한 것은 '문화유산 제자리 찾기'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순리이자 문화분권의 핵심 과제임을 보여준다.

 울산에도 타지로 반출된 문화유산이 수없이 많다.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되던 시절, 울산에는 국가 귀속 유적이나 발굴유물을 체계적으로 보관·전시할 수 있는 공립박물관이나 수장고가 없었다. 1962년 태화동에서 발견된 보물 '태화사지 십이지상 사리탑'이 한동안 서울 국립박물관 등 타 지역을 전전해야 했던 이유도, 대곡댐과 반구동 유적 등지에서 쏟아져 나온 수만점의 출토 유물이 경주 등지로 흩어졌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지금의 울산은 다르다. 지역의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시민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충분한 학술적 역량과 시설 기반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11년 울산박물관 개관을 계기로 태화사지 십이지상 사리탑이 고향으로 돌아왔고, 1만4,000여 점에 이르는 출토 문화유산이 돌아와 지역사 복원의 든든한 초석이 되었다. ‘대곡사지 오층석탑’을 비롯한 관련 유물들이 울산으로 돌아오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물론 무너져 방치된 탑의 부재들을 발굴 복원해 60년간 보존·관리해 온 부산대학교와 부산시의 공로를 도외시한 채 일방적인 반환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행정·법적 쟁점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은 물론 지자체 간, 대학과 지역사회 간의 성숙한 문화적 협의 모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대곡사지 오층석탑'이 60년의 긴 유랑을 끝내고 당당히 고향 울산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지혜와 의지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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