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재수 작가는  “사람이 떠난 뒤, 공간이 사라지기 전의 시간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도재수 작가는 “사람이 떠난 뒤, 공간이 사라지기 전의 시간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울산문화예술회관 제4전시장. 울산 중구 B-04 재개발 구역의 빈집과 골목, 낡은 목욕탕을 담은 사진들이 초록색 나무 액자에 담겨 걸려 있었다. 액자 틀은 도재수 사진작가가 직접 나무로 만든 것이다.

도 작가의 사진전 ‘이주 이후의 공간_B-04 재개발 기록’. 이번 전시는 주민들의 이주가 대부분 마무리된 뒤, 철거가 시작되기 전까지의 짧은 시간을 기록했다.

도 작가는 전시장에서 “사람이 떠난 뒤, 공간이 사라지기 전의 시간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이주 이후’에 주목한 데에는 개인적 경험이 있다. 도 작가는 “고향 김해에서도 도시계획으로 마을 전체가 이주한 경험이 있었다”며 “당시 그 모습을 제대로 기록하지 못한 아쉬움이 오래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B-04 구역에서 그가 본 것은 단순한 빈집이 아니었다. 닫힌 문과 오래된 벽, 빈 방, 낡은 계단, 남겨진 물건들은 그곳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시간을 품고 있었다. 특히 오래된 목욕탕은 작가에게 강하게 남은 공간이다.

도재수작  ‘B-04재개발-비워진 미술실’.
도재수작 ‘B-04재개발-비워진 미술실’.
도 작가는 “목욕탕은 단순히 씻는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이 만나고 마을의 소식을 나누던 소통의 장소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촬영은 현장의 상태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별도의 연출이나 인공조명은 사용하지 않았다. 닫힌 문은 열지 않았고, 열린 공간도 안전을 먼저 살폈다.

그는 “기록사진은 무엇보다 사실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거미줄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은 자연이 만든 경계라고 생각해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작업은 도 작가가 오랫동안 이어온 자연 사진 작업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그동안 연꽃등 자연의 흔적을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사람이 떠난 공간을 자연이 조금씩 되찾아가는 장면에 주목했다.

도재수작  ‘B-04재개발_-남겨진 인형’.
도재수작 ‘B-04재개발_-남겨진 인형’.
도 작가는 “중장비가 들어오면 공간은 순식간에 사라진다”며 “언젠가 20년 후 누군가 이 사진을 본다면, 그때의 공간과 삶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하나의 아카이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건물은 사라질 수 있지만, 그 안에 남아 있던 기억과 삶의 흔적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사라져가는 공간과 그 안에 남은 이야기를 꾸준히 기록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도재수 작가는 울산광역시사진대전 대상, 울산전국사진촬영대회 금상 등을 수상했으며 울산광역시사진대전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사진작가협회 울산광역시지회 자문위원, 울산매일사진동호회 회장 등을 지냈으며 국내외 단체전 200여 회에 참여했다.

이번 전시는 울산시와 울산문화관광재단의 2026 예술창작활동선정사업 일환으로, 28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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