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어제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개년을 아우를 ‘제8차 울산권 관광개발계획’의 밑그림을 공개했다. ‘머무는 공간, 에너지가 되는 복합관광도시 울산’이라는 비전 아래 지역 곳곳에 흩어진 자원을 5대 권역으로 묶고, 기존 사업의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체류형 관광 동선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울산 관광의 고질적 약점이었던 ‘스쳐 지나가는 관광’을 ‘머무는 관광’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방향성 면에서 분명 긍정적이고 시의적절하다.

그러나 큰 틀의 권역 설정과 물리적 관광벨트 조성만으로 울산 관광의 근본적 체질 개선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다. 지속 가능한 관광이 가능하려면, 울산만의 고유한 자산인 거대한 산업과 역사·문화, 그리고 시민과 여행자의 일상이 교차하는 도심권에 대한 보다 입체적이고 촘촘한 실행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산업 수도’ 울산의 정체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담아내야 한다. 단순한 공장 견학이나 피상적인 홍보관 탐방 수준에 머문다면 미래형 산업관광이라 부르기 어렵다. AI데이터센터와 첨단 수소·친환경 모빌리티, 조선·석유화학 등 대한민국 경제를 견인해 온 거대한 지역 산업 인프라를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울산만이 보여줄 수 있는 산업적 역동성을 글로벌 수준의 독창적 콘텐츠로 재탄생 시키는 치열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문화권’ 역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반구천의 암각화’에만 기대선 곤란하다. 반구천의 암각화에서 처용설화가 탄생한 외황강, 장생포의 고래문화로 이어지는 유구한 시공간적 서사를 어떻게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게 꿰어낼지, 체류형 콘텐츠와 편의 인프라를 어떤 밀도로 채워 넣을지가 관건이다.

또한, ‘도심권’의 생명력 강화도 놓쳐선 안 될 핵심 과제다. 태화강국가정원이라는 빼어난 자원이 원도심의 골목 상권, 문화예술 공간, 그리고 로컬 먹거리와 유기적으로 호흡하지 못한다면 관광 효과는 분절될 수밖에 없다. 관광객들을 지역 소비의 거점인 삼산동 신도심으로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번에 발표된 사업안은 아직 확정된 최종안이 아니다. 문체부 협의와 시민 의견 수렴 과정이 남아 있는 만큼, 울산시는 거시적인 청사진에 만족하지 말고 디테일을 채우는 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산업과 역사, 도심의 이야기가 잘 버무려져야 비로소 울산 관광의 새로운 틀이 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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