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울산시립교향악단의 제253회 정기연주회 ‘사랑, 상실 그리고 내면의 진실’은 울산시향의 응집력과 연주 역량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
사샤 괴첼 예술감독의 지휘로 열린 공연은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제2번 D장조’와 말러의 ‘교향곡 제5번’으로 구성됐다. 전반부에서는 첼리스트 이유빈이 협연자로 나서 섬세하고 유연한 선율로 하이든 특유의 우아함을 살렸다.
공연의 중심은 후반부 말러 교향곡 5번이었다. 장송행진곡으로 시작해 격렬한 감정의 충돌과 서정적인 선율을 거쳐 환희에 이르는 다섯 악장짜리 대작이다.
울산시향은 작품의 복잡한 구조와 급격한 감정 변화를 비교적 질서 있게 풀어냈다. 자칫 어지럽고 혼잡하게 들릴 수 있는 말러 특유의 두터운 관현악 음향에서도 특히 관악 파트의 정돈된 연주가 돋보였다.
마에스트로 사샤 괴첼의 집중력도 인상적이었다. 1·2악장을 마친 뒤와 3악장이 끝난 뒤에는 잠시 땀을 닦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어진 4·5악장까지 긴장을 이어가는 지휘자와 연주자들의 모습에서 이 작품이 요구하는 체력과 집중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번 공연은 최근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수·차석 단원 7명이 모두 합류한 무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새 단원과 기존 단원들이 호흡을 맞추며 울산시향의 앙상블에 안정감을 더했다.
공연장을 찾은 스페인 출신 베아트리체 씨는 “매우 인상 깊고 감동적인 무대였고, 사샤 괴첼의 지휘로 말러의 대작을 직접 현장에서 감상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협연자 이유빈도 공연 후 울산시향 관계자에게 “하이든을 해석하는 방식이 색달랐지만, 서로 다른 해석을 즐기며 연주할 수 있어 무척 좋았다”는 소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샤 괴첼 역시 만족감을 나타내며 앞으로 해마다 말러의 교향곡을 한 작품씩 연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사샤 괴첼은 매년 규모 있는 교향곡을 무대에 올리며 울산시향의 연주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오는 12월 18일 송년음악회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을 선보인다. 일찌감치 매진된 이 공연 역시 연말을 대표하는 대작을 시민들에게 들려주려는 프로그램 구성으로 읽힌다.
말러의 복잡하고 거대한 음악적 세계를 소화해 낸 울산시향이 앞으로 또 어떤 무대를 보여줄지 기대해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