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울산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울산시 국정감사가 고성과 단체 퇴장 등 파행을 겪으며 막을 내렸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국가 정책이 일선 행정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국정감사가, 진영 간의 대리전이자 정치적 호통의 장으로 전락한 참담한 현장이었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통해 지방자치단체 국정감사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정감사의 본질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지자체에 투입된 막대한 국고보조금의 적절한 집행 여부와 국가위임사무의 적법한 처리를 감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감사에서는 이러한 본질이 철저히 외면당했다. 국회의원들은 시장의 개인 유튜브 방송 발언, 시 홍보대사 위촉 문제, 특정 인사 임명 등 지자체의 고유사무나 다름없는 사안들을 도마 위에 올렸다. 이에 시장이 “국정감사 범위를 국가 위임사무와 보조금 사업으로 한정해야 한다”며 맞서고, 의원들이 시장의 답변 태도를 문제 삼아 단체로 퇴장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무엇보다 국회의원들의 질의 수준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심도 있는 정책 진단은 실종된 채, 여야 모두 자기 진영과 다른 전·현직 시장들의 시책을 둘러싼 잘잘못 따지기에만 매몰됐다.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현직 시장의 인사권과 행보를 흠집 내는 데 집중했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전임 시장이 추진했던 전시성 사업들을 깎아내리는 데 급급했다. 국민들이 낸 세금이 허투루 쓰였는지 따져보고,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치열한 토론의 장이 되어야할 국정감사장이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한 정쟁의 도구로 변질된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고유 업무와 자체 예산은 지역 주민이 선출한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견제받는 것이 지방자치의 기본 원리다. 국회가 이 경계를 무너뜨리고 ‘수박 겉핥기식 공세’와 ‘보여주기식 훈계’만 이어간다면, 일선 공무원들의 행정력 낭비와 피로도만 가중될 뿐이다. 지자체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무용론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는 지자체 국정감사의 법적 범위를 엄격히 준수하고, 지방자치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지자체 역시 국회의 정당한 자료 요구와 정책 질의에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정쟁으로 얼룩진 이번 울산시 국정감사를 반면교사 삼아, 향후 국정감사가 본연의 취지에 부합하는 ‘제대로 된 감시와 대안 제시의 장’으로 거듭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