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가속화되면서 노인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필수적인 사회적 과제가 되었다. 그 최일선에서 어르신들의 손발이 되어주는 이들이 바로 장기요양요원들이다. 현재 울산에만 455곳의 장기요양기관에 1만 2,335명이라는 적지 않은 종사자가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헌신에 걸맞은 처우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묻는다면, 울산시의 현주소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가장 뼈아픈 대목은 울산시가 지금까지 지역 장기요양요원의 이직률, 임금, 근로시간 등 기본적인 근무 여건조차 제대로 조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정책의 뼈대가 되어야 할 통계가 없다 보니, 전국 평균 수치에 기대어 현실을 가늠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울산지역 장기요양요원 이직율과 임금 등 현황을 묻는 시의회 권영애 의원의 서면질의에 대해 울산시는 보건복지부 ‘2025년 장기요양 실태조사’의 전국 수치를 인용해 추정치를 내놓았다. 정확한 데이터가 없으니 실효성 있는 맞춤형 대책이 나올 리 만무하다.
현재 울산시의 처우개선 지원 역시 심각한 엇박자를 내고 있다. 1만 명이 넘는 종사자 중 수당 등 지원을 받는 인원은 국공립 및 법인 시설 25곳의 640명뿐이다. 전체의 5% 남짓한 인원만 혜택을 보는 셈이다. 심지어 관련 예산조차 해마다 쪼그라들고 있다. 시는 민간기관까지 지원을 확대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질의에, 연간 300억 원 이상이 필요하고 타 분야와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이런 와중에 울산시가 뒤늦게나마 장기요양기관 종사자 실태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하지만 이 조사가 또 하나의 면피성 행정이나 책상머리 통계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시설 유형별 임금 격차, 고질적인 인력 부족 현황, 현장에서 겪는 감정노동과 인권 침해 사례까지 꼼꼼하고 입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국공립과 민간 시설 간의 격차가 어느 정도인지, 동구·북구·울주군 등 구·군별 자체 지원의 사각지대는 어디인지 명확히 짚어내야만 중장기적인 처우개선 로드맵을 그릴 수 있다.
돌봄 노동자의 환경이 열악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돌봄을 받는 노인들에게 돌아간다. 요양 종사자의 처우 개선은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울산 시민 모두가 맞이할 노후의 존엄을 지키는 투자인 만큼, 조사 설계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꼼꼼하게 담아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