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장기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어제 발표한 ‘2026년 3분기 상업용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울산 오피스 공실률은 18.5%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8.2%)의 두 배를 웃돌며, 사실상 시내 사무실 다섯 곳 중 한 곳이 비어 있는 셈이다. 집합상가 공실률 역시 21.5%로 치솟아 경북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높았다.
수도권과의 양극화와 수익성 악화는 더 뼈아프다. 수도권 오피스 임대가격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간 것과 달리 울산은 전 분기 대비 0.22% 하락해 전국 최대 낙폭을 보였다. ㎡당 임대료(7,300원)는 전국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투자수익률(0.56%) 역시 반토막 수준이다. 집합상가는 자본수익률(-0.50%)마저 마이너스를 기록해 자산가치 자체가 깎여 나가고 있다. 수익이 나지 않으니 자산가치가 떨어지고, 건물이 노후화되면서 다시 공실이 늘어나는 구조적 악순환에 갇힌 셈이다.
이러한 지표는 단순한 경기 부침이 아니다. 전통 제조업에 편중돼 지식서비스나 IT·벤처 등 오피스를 채울 신산업 기반이 취약한 울산 경제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결과다. 여기에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민간 소비 위축과 자영업 위기가 겹치며 골목과 도심 상권을 동시에 옥죄고 있다. 1층 로드숍만 간신히 버틸 뿐, 중·상층부 대형 면적 오피스들이 장기 방치되면서 도심 슬럼화마저 우려된다.
지자체의 대응도 안이했다. 단발성 골목 축제나 상품권 환급 같은 이벤트성 땜질 처방으로는 20%를 웃도는 상가 공실을 절대 메울 수 없다. 무엇보다 비어 있는 중·상층부 대형 공간의 용도변경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기존의 엄격한 주차장 설치 기준이나 소방 피난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해 청년 공유오피스, 로컬 스튜디오, 실내 체육·문화 거점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옥외영업 특화구역 지정 및 보행친화 거리 조성과 같은 체류형 상권 활성화 정책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또한 건물주나 상인들과의 협력을 통해 상권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
도심의 빈 사무실은 지역 활력이 식어가고 있음을 알리는 가장 정직한 경고음이다. 제조업 공장만 잘 돌아가면 그만이라는 낡은 인식에 머물러선 미래가 없다. 울산시와 상공계는 이번 통계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유휴 도심 공간을 청년과 미래 산업의 거점으로 전환할 과감한 공간 혁신책을 내놓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