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삼산로와 문수로 구간에 대규모 철로를 매설하는 트램 1호선을 추진하며 천문학적 예산과 도심 파헤치기 공사 민원을 앞두고 있는 반면 브리즈번은 기존 도로 인프라를 재활용하는 실용적 대안으로 공기 단축과 예산 절감 효과를 동시에 거두고 있다.
기존 전용 버스웨이 재활용...철로 없는 100% 전기트램 도입
출입문이 열리자 완전 평면 승강으로 수십명의 승객이 순식간에 탑승을 마쳤다. 정시 출발 신호와 함께 미끄러지듯 지하 전용 차로를 빠져나간 차량은 신호대기나 교통정체없이 시원하게 도심을 관통했다.
취재진이 직접 탑승해본 브리즈번 메트로의 큰 강점은 철저한 정시성과 신속함이었다. 교차로 신호 대기나 일반차량의 방해를 전혀 받지 않는 전용 차로 시스템 덕분에 도심 주요 구간의 이동시간이 기존 대중교통보다 40% 이상 단축된 것이다.
브리즈번은 100% 전기 굴절 차량에 최대 17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메트로를 도입해 승차감을 철로 트램 수준으로 올렸다.
특히 정거장 승강장과 차량 바닥의 높이를 완전히 일치시킨 고상, 저상 승강장을 적용해 휠체어나 유모차, 교통약자가 지연없이 신속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철로가 주는 정시성과 대량 수송력, 버스가 가진 경제성과 유연성을 완벽히 결합한 셈이다.
M2 노선을 주로 이용한다는 Alehigh(알리하이·68) 씨는 “버스는 오르내리기 불편할 때가 있는데 메트로는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라며 “또 버스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시간에 도착하기 때문에 편리함이 있다”라고 말했다.
브리즈번시(Brisbane City Council) 관계자에 따르면 메트로 프로젝트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1990년대부터 구축해둔 기존 전용 버스웨이 인프라의 100% 재활용이다.
브리즈번시는 ‘새로운 철로를 깔지 않고 이미 갖고 있는 자산을 활용한다’는 목표로 M1,M2 메트로를 도입했다.
시드니 대비 ㎞당 단가 ‘3분의 1’ 수준
브리즈번시는 메트로 차량이 지상 전용 차로는 물론 일반 도로까지 원활히 오갈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대규모 토목공사 없이도 외곽 주거지로 노선을 손쉽게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도 철로 트램의 장점을 대거 흡수했다.
브리즈번시 관계자는 “전용차로 기반의 입체화된 운행 체계를 구축해 신호 대기나 일반 차량 정체 영향을 받지 않도록 설계했고, 이에 따라 도심 주요 구간 이동 시간이 대중교통 대비 최대 40% 단축됐다”라고 설명했다.
주정부 50센트 손실 보전 결합 누적 1500만 수송 ‘대기록’
2024년 11월 본격 운행에 들어간 브리즈번 메트로는 퀸즐랜드 주정부의 ‘생활비 경감’ 예산과 결합하며 거대한 시너지를 냈다. 주정부가 운송 손실금을 직접 보전하는 편도 50센트(약 450원) 요금제를 전격 도입하자, 승용차 운전자들이 대거 메트로로 갈아탔다.
브리즈번시는 인프라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퀸즐랜드 주정부는 요금 인하 재정을 뒷받침하는 이 같은 운영비 분담 모델은 트램 1호선 개통 후 적자 보전 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울산시와 울산시의회에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사업비 측면에서도 브리즈번은 극가성비를 입증했다.
21㎞ 노선을 구축하는데 투입된 총사업비는 약 14억7,500만 호주달러(약 1조 3,300억 원). 브리즈번 시청이 11억 7,500만 달러, 호주 정부가 3억 달러의 국비를 보탰다.
12㎞ 구간의 철로를 까는데 30억 달러(약 2조7,000억 원)를 쏟아부은 시드니와 비교하면 브리즈번은 2배 긴 노선을 깔고도 비용은 절반으로 줄였다.
㎞당 건설단가로 따져보면 시드니의 3분의 1 수준인 630억 원에 불과하다.
철로 굴착 대신 기존 버스 전용 차로를 재활용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고 브리즈번시는 설명한다.
브리즈번시 “주민 84% 미래 교통 대안 공감...외곽 노선 확장 추진 중”
그는 “최근 조사 결과 브리즈번 주민의 절반에 가까운 49%가 3개월 이내에 메트로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특히 메트로 서비스를 경험한 주민의 84%가 브리즈번 메트로가 향후 우리 도시의 미래 교통 수요를 해결할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시민적 지지에 힘입어 현재 브리즈번시는 호주 연방정부와 퀸즐랜드 주정부와 함께메트로 노선을 더 많은 외곽 서브 지역으로 확대하기 위한 기획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새로운 철길을 파헤치는 무리수 대신 더 실용적이고 예산 효율적인 대중교통망을 구축해 도시 전체의 이동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리즈번의 달리는 바퀴 트램이 올린 성과는 태화강역에서 신복교차로까지 약 3,6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삼산로와 문수로의 아스팔트를 파헤치려 하는 울산시 행정에 묵직한 경고와 시사점을 던진다.
무엇보다 울산시는 ‘도시철도=철로 매설’이라는 기술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과부하에 걸린 울산 도심 핵심 혈관에 철길을 까는 토목공사는 도로마비와 소상공인 피해라는 혹독한 대가를 요구한다. 반면 타이어 바퀴 기반의 무궤도 트램은 기존 차로나 가변 차로를 재활용할 수 있어 예산 절감은 물론 공사 민원을 근본적으로 최소화하는 유연한 대안이 된다.
울산시, 도시철도=철로매설 기술적 고정관념 벗어나야
소프트웨어 재정 분담의 결단도 요구된다. 궤도를 까는데만 수천억원의 혈세를 쏟아붓고 운행 적자에 허덕이기보다 브리즈번처럼 버스 노선의 유기적 개편과 파격적 요금 보전책을 결합하는 소프트웨어 투자가 병행돼야만 시민의 대중교통 전환을 극대화할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봐야 하는 상황이다.
브리즈번시 관계자는 “브리즈번시가 궤도없는 메트로 도입이라는 도전의 길을 선택했고, 성공적인 성과를 낸 것처럼 울산도 실용적 혁신을 택할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으고, 과감한 선택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