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동은 일본인들의 정신을 대변하는 음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 중 하나다.
일본 사누키 우동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영화 ‘우동’(2006)을 본적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화면을 보며 군침 흘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영화 속 사누키 우동 가게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라 더욱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그런데 영화 속에 등장한 가게에서 비법을 전수받은 한 사람이 울산에 가게를 차렸다.
민현택(45) 대표가 운영하는 일본 정통 사누키 우동 전문점 ‘아키라’(남구 달동)다. 민현택 대표는 최근 촬영된 ‘생활의 달인’에서 우동최강달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본 우동전문점 ‘오가타’에서 전수받은 비법 살려
민현택 대표가 재현해낸다는 ‘사누키 우동’은 일본 본토를 구성하는 4개 섬 가운데 가장 작은 시코쿠에 위치한 카가와 현이 고향인 우동이다.
사누키는 카가와 현의 옛 지명으로, 인구 100만 명에 불과한 작은 현이지만, 일본 내에서도 우동 생산과 소비량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는 우동 마니아들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신호등보다 우동집이 더 많다’는 말이 있을 정도. 사누키 우동은 쫄깃하고 탱글탱글한 면발과 밀의 향을 그대로 살린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민 대표가 비법을 전수 받은 곳은 카가와 현의 수많은 우동집 가운데서도 특별한 곳이다. ‘오가타’다. 영화 ‘우동’ 뿐만 아니라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하루키의 여행법」에서도 소개된 적 있는 명소다.
과거 제약회사에서 일했던 민 대표는 1998년 서울에서 지인의 소개로 우동 한 그릇을 먹고 우동의 매력에 반하게 됐다.
이때 우동을 만들어준 것이 일본인 요리사 미요시 선생. 제약회사를 그만둔 그는 미요시 선생의 명함 한 장만 믿고 연락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미요시 선생과 함께 비법을 전수받을 곳을 찾다가 오가타에 정착하게 됐다. 2007년 견습생 시절부터 허드렛일, 설거지 등을 하면서 3년간 우동 기술을 전수 받은 후 한국에 돌아와 가게를 차렸다.

◆‘사누키 우동’을 울산에서 맛보다
사실 민 대표는 부산에서 정통 사누키 우동 본연의 맛을 재현하는 곳으로 소문난 ‘다케다야’의 주인이다. 일본에서 돌아온 민 대표는 지난 2010년 부산에 가게를 차려 운영하다가 지난해 울산에 분점을 내게 됐다.
가게이름은 평소 좋아하던 일본영화의 거장 쿠로사와 아키라 감독에게서 따왔다. 일본 본연의 맛을 그대로 재현해서 맛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가게 외관에서부터 실내까지 일본 분위기가 날 수 있도록 꼼꼼히 신경 썼고, 그릇도 일본에서 사용하는 우동그릇을 그대로 본떠 만드는 정성을 다했다.
현재 아키라는 민 대표가, 부산의 다케다야는 그의 오래된 전수자들이 맡아 운영하고 있다.

◆정성 가득한 반죽이 비법
“전국에 우동전문점은 많지만, 직접 면을 반죽하고 매일 뽑는 자가제면을 하는 곳은 전국에 10곳도 되지 않을 겁니다”. 이곳의 매력은 매일 직접 반죽해 뽑는 탱글탱글한 우동 면.
민 대표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가게는 평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휴식시간인데, 이때 민 대표는 부엌 옆 한 켠에 위치한 작은 방에서 다음날 쓸 면을 반죽한다.
“밀가루는 마치 사람같아요. 사람이 가장 좋다고 느끼는 온도에서 밀가루도 가장 맛있거든요”. 반죽을 발로 밟으면서 기포를 빼내고 더욱 찰지고 쫄깃한 반죽을 만들어낸다.
반죽 후에는 온도를 22도에 맞춰 7시간 정도 숙성한 후 차가운 곳에 보관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 가장 맛있는 우동면이 완성되는 것이다.

◆냉우동, 온우동 두 가지 맛 다 잡았다
아키라의 메뉴는 크게 냉(冷)우동과 온(溫)우동으로 나뉜다. 육수가 아닌 우동면의 차갑고 따뜻함이 기준이다. 대표 메뉴는 가게 이름을 딴 ‘아키라 우동’(溫).
새우 튀김(덴푸라)을 얹은 가장 기본적인 우동으로, 튀김의 맛이 어우러진 국물이 일품이다. 구수하면서도 칼칼해 뒷맛도 깔끔하다.
면도 뚝뚝 끊어지지 않고 찰기가 있다. 아키라 정식도 있는데, 이 메뉴에는 아키라 우동과 함께 일본 가정식 요리인 돼지고기 생강구이(쇼가야키)도 포함돼 있다. 민 대표는 여기에 들어가는 생강조차 직접 절여 만들고 있다.
차가운 우동 중에서는 ‘텐붓가케 우동’이 인기다. 차가운 물에 헹군 면 위에 무, 생강, 다진파 등을 얹은 후 쯔유를 부어 간을 맞춰가면서 먹는 ‘붓카케 우동’에 새우, 단호박 튀김을 얹은 요리다.
면발이 상당히 굵직하다. 면발의 쫄깃함을 한층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메뉴로, 입안에 넣자마자 탱글탱글한 면발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쯔유가 스며든 튀김도 일품. 물론 쯔유도 직접 만든다. 여기에 일본식 카레도 소량 제공해 든든한 식사를 한 느낌이다.

◆돈까스도 인기
민 대표는 처음엔 오로지 우동만을 판매할 것을 고집했다. 하지만 단체 손님이 왔다가 면을 싫어하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그냥 돌아가 버리는 경우가 여러번 있어 고민 끝에 돈까스를 선보이고 있다.
우동전문점이라지만 튀김 속의 두툼한 두께의 생등심이 입안을 꽉 채우면서 입맛을 자극한다.
‘집에서 먹는 돈까스’를 표방하면서 계란후라이와 밥을 간장에 비벼먹을 수 있도록 내어준다. 이외에도 스키야키라는 전골요리와 우동을 접목시킨 ‘우동스키’, 우동면을 쯔유에 찍어 먹는 ‘자루우동’ 등도 판매하고 있다.
민 대표가 항상 마음속으로 되새기는 스승의 조언이 있다. ‘기술은 정성을 이길 수 없다’.
가게에 적어둔 말이 그의 우동에 대한 신념을 대변하는 듯 하다. 가게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시작하며 오후 9시까지 주문을 받는다. 매주 월요일 휴무. 문의 267-08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