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차역은 그 도시의 관문으로써 첫인상을 좌우하는 얼굴이기도 하다. 울산은 울산역, 태화강역 등이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울산을 대표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2년 전인 2021년, 동해남부선 복선전철사업과 더불어 지역의 상징인 귀신고래를 형상화한 현대식 역사로 다시 태어난 태화강역은 더욱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부산과 연결되는 첫 광역전철이 들어서면서 새 청사를 건립했지만 여전히 특색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모텔촌을 비롯해 대중교통 이용 불편 등 인프라조차 열악해 발전이 지지부진한 상황. 기차역은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그치지 않고 역세권 개발 등을 통해 관광은 물론 그 지역 경제를 이끄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브랜딩이 필요하다. 본지는 국내외 선진사례를 통해 기차역을 활용한 가볼만 한 관광지, 지역 경제 활성화 등에 대해 살펴보고 태화강역이 단순한 교통 거점이 아닌 커뮤니티, 상업, 휴식, 문화공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총 7차례 기획기사와 총 2차례 영상으로 보도하고자 한다.



#세계 최초 공업도시 '버밍엄'의 교통 중심 뉴스트리트역
영국 잉글랜드 중부에 위치한 버밍엄(Girmingham)은 18세기 산업혁명의 중심지로 중공업이 발달했다. 현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재규어와 랜드로버, 롤스로이스의 생산 공장이 위치할 정도로 자동차 산업이 주요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외에도 기계 공업이 번영해 '세계 최초의 공업도시'라는 타이틀로 소개되기도 했으나, 70~80년대 제조업의 쇠퇴로 인구가 줄어드는 등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이 모습은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각종 제조업체들이 들어서면서 '국내 최대 공업도시'라 불리다 최근 인구 유출 위기를 겪고 있는 울산을 떠올리기 충분하다.
인구 110만명의 버밍엄은 단순한 공업도시가 아니다. 수세기에 걸쳐 진화해 온 활동의 메카로, 다양한 목적을 가진 방문객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때문에 철도, 경전철, 버스 항공 및 운하 등이 발달해 영국 교통 네트워크를 책임지기도 하는데 그 중심에 기차역 뉴스트리트(News Street)역이 있다. 그렇다 보니 철도 수요 증가로 한때는 매일 14만명 이상의 승객이 역을 이용할 정도였다고. 이는 설계된 수용 가능 수의 두 배 이상으로 승객 포화가 심했다. 여기다 1800년대에 지어졌다 보니 노후화로 영국 최악의 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결국 Metwork Ril은 2006년 뉴스트리트역의 재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막대한 투자로 역의 내외부를 전면 교체하는 등 새 청사를 건립하기로 한 건데 2010년 공사가 시작돼 2015년 완료했다. 현재는 21세기 교통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런던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반정도 달려 도착한 뉴스트리트역의 첫 인상은 "밝다"였다. 거대한 투명 아트리움으로 둘러 싸여 역 전체에 따뜻한 자연 채광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어둡고 삭막했던 과거 역에 불만이 많았던 점을 보완하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덕분에 역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 바로 앞에 트램과 버스가 서는 것은 물론이고 인근 유명 쇼핑센터나 번화한 골목은 도보로 이동 가능하게 동선이 잘 정리돼 있었다. 역에서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호텔도 쉽게 눈에 띄었는데, 깔끔한 외관이 역의 세련된 분위기를 더해줬다.


#쓰레기 더미 갈 뻔한 황소, 역 상징 되다
뉴스트리트역을 방문하게 되면 이 역을 잊지 못할 강렬한 작품을 볼 수 있다. 역 중앙홀에 자리 잡고 있는 '오지 더 불(Ozzy the Bull)'이 그 주인공이다. 영국의 한 회사가 만든 오지는 버밍엄과 블랙 컨트리에 있는 공장의 재료를 사용해 만들어졌으며 17톤 지게차 크레인을 중심으로 제작됐다. 지난해 버밍엄에서 열린 커먼웰스 게임(영연방 게임) 개막식에 등장한 것으로, 높이 10피트, 무게 12톤의 기계식 황소다. 커먼웰스 게임은 영국 연방 국가 50개국 이상이 올림픽처럼 4년마다 한 번씩 모여 여러 종목의 기량을 겨루는 종합 스포츠 대회다.
당시 오지는 웨스트 미들랜드 산업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면서 전 세계 수백만명의 사랑을 받았지만, 올림픽이 끝난 후 쓰레기 더미로 갈 운명이었다. 하지만 그를 구하기 위한 공개 캠페인이 일어났고 새 생명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오지는 올해 7월 뉴스트리트역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렸다.
실제로 본 오지는 예상보다 더 거대한 크기로 시선을 압도했다. 눈에서는 색깔이 변하면서 빛을 내뿜었고 꼬리를 휘두르며 움직일 때마다 실제로 살아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그 모습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춰 세우기 충분했다. 사람들은 핸드폰을 들어 오지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았고, 오지 앞에서 미소 지으며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오지는 뉴스트리트역을 대표하기에 손색없었다.
뉴스트리트역에서 만난 버밍엄시 개발계획부장 Doug Lee는 "오지가 뉴스트리역에 오게 돼 사람들이 정말 좋아했다"며 방문객들의 인기 얻는 또 다른 명소가 될 것을 기대했다.



#문화, 편의시설이 융합된 시민친화적 공간 조성
이 역이 지역 경제 성장의 촉매제 역할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역 재개발과 함께 역 위에 들어선 버밍엄 최대 규모의 쇼핑센터 불링 앤 그랜드센트럴(Bullring &Grand Central)이다. 과거 불링 지역은 전통시장이 등이 들어서 있었는데 1980년 후반 쇠퇴의 길을 걷자 버밍엄시는 새로운 쇼핑센터를 조성하는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했다. 2003년에 완료된 블링 쇼핑센터에는 100개가 넘는 상점과 레스토랑 등이 입점했고 개장 첫해 3,600만명의 방문객을 맞이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단순히 역만 새로 짓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랜드마크적인 디자인과 양질의 공공 공간 조성을 통해 '장소 마케팅'을 성공시킨 건데, 여기에는 동그란 알루미늄 원판 1만5,000개가 촘촘히 박혀 있는 외관이 인상적인 버밍엄 랜드마크인 셀프리지 백화점도 큰 역할을 했다.

쇼핑센터 덕분에 제조업과 산업의 도시 버밍엄의 이미지는 문화와 쇼핑중심지로 180도 바뀌었다. 새 도시 정체성을 확보한 거다. 무엇보다 역사적인 볼링 성 마틴 교회, 그리고 넓은 광장이 함께 공존하면서 도시의 사회·경제·문화적 기능을 함께 하는 장소를 조성, 뉴스트리역만 가질 수 있는 '공간 브랜드'가 만들어졌다.
Doug Lee는 "과거 이곳에는 오래된 전통시장과 2층 로터리 형태의 차도가 있었는데 이 때문에 사업 진행이 어려웠다. 이를 허무는 게 가장 중요했다. 반대 목소리도 있었지만 상권이 살아야 경제적으로 도움 될 거라 믿었기 때문에 법적인 선 안에서 보상을 하는 등 협상을 거쳐 개발을 해 나갔다. 전통시장은 뒤쪽으로 자리를 옮겼고 차도는 걷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보행자 도로로 만들었다. 그러자 사람이 몰렸고 자연스럽게 상권이 활성화됐다. 지금은 주거공간도 들어서고 역 주변이 굉장히 활발해져 성공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신섬미 기자01195419023@iusm.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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