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역과 함께 울산시의 관문역인 태화강역이 동해남부선 광역전철 개통 2주년을 앞두고 있다. 개통 당시 부산과 울산을 잇는 비수도권의 첫 광역전철 탄생으로 많은 시민들이 기대감에 부풀었다. 이를 증명하듯 태화강역 이용객 수도 개통 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내부 편의시설과 역 주변 인프라 부족으로 인한 휑한 분위기는 여전한 가운데 새로 지은 역사 활용도도 아쉽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9만여㎡ 규모로 조성된 역사 앞 광장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텅 빈 상태로 방치되어 있어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앞서 소개했던 스페인과 영국의 기차역을 비롯해 국내 사례처럼 단순한 이동수단으로써의 기차역이 아닌 도시재생, 관광 연계 등을 녹아낸다면 더욱 돋보이는 울산의 랜드마크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노잼 도시 울산' 바꿀 기회
1921년 만들어진 태화강역은 현재 울주군에 위치한 울산역이 개통하기 전 울산역이라고 불렸다. 100년의 역사를 거치며 몇 차례 위치를 옮겼고 1992년 현 위치에 터를 잡았다. 이후 2010년 울주군에 KTX 전용역사인 울산역이 생기면서 이름을 내주고 '태화강역'으로 새롭게 출발했다. 그러던 중 2021년 12월 28일에는 비수도권에서 첫 광역전철이 개통하면서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할 기회를 얻었다. 그 시작을 위해 기존 역사를 허물고 새롭게 짓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주변 인프라가 부족해 '노잼 도시 울산'의 이미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역사는 사람을 모으는 도시 발전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역세권 복합개발은 이미 일본을 비롯해 유럽 등 선진국에서 자연스럽게 추진해오고 있다. 나아가 도시의 상징이자 랜드마크가 되기도 한다.
본지가 직접 다녀온 런던의 킹스크로스역, 버밍엄의 뉴스트리트역, 서울역, 용산역, 부산역 등이 그 예다. 새롭게 출발한 100년 전통을 가진 태화강역도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갖췄다. 이제는 젊은 세대들이 머물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도심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차역으로 변모해야할 시점이다.

#내부 편의시설 부족
지난 19일 오전 찾은 태화강역. 평일 낮이라 북적이는 편은 아니었지만, 이용객들이 끊이지 않았다. 역사 2층 대합실에는 70대 어르신 몇몇이 모여 직접 싸온 과일을 먹고 있었는데 모두 부산에서 온 관광객이었다.
이 중 최수자씨는 "태화강역에 도착했는데 배가 고파 주위를 둘러보니 갈만한 곳이 없더라"며 "그래서 눈치는 조금 보이지만 여기서 직접 챙겨온 음식을 먹고 있다. 여러 명이 같이 앉을 수 있는 야외 공간이 있었다면 안먹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다들 카페 가는 것도 좋아하는데 근처에 갈 만한 카페가 안 보인다"며 "풍경을 보면서 즐길 수 있는 큰 카페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역사 안에는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는 식당과 카페, 편의점이 각각 1곳씩 들어서 있는데 규모가 협소해 여러 명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해 보였다.
광역전철을 타고 부산에 가는 길이라던 김민재(21), 박진주(21)씨도 "역사는 새로 지어서 쾌적하고 좋은데 주변에 할 게 없다"며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대구가 고향이라는 박씨는 "기차역보다는 지하철역같은 느낌이다. 좀 더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울산에서 자고 나란 김씨는 "동해남부선 광역전철이 생기기 전까지는 기차 탈 일이 없어 거의 이용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부산에서 놀러가는 게 편해져 자주 온다"며 "역사 내에 유명 맛집이나 카페가 많이 생기면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아 일찍 와서 즐기기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열악한 주변 인프라
태화강역 주변 인프라도 열악하다. 외지인들이 역사를 나와 가장 먼저 보는 풍경이 모텔이나 짓다 만 빈 건물이기 때문이다. 우후죽순 들어선 숙박시설과 유흥업소들은 도시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도시 전체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는 도시 첫인상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의견도 있다.
역사 앞에 지어진 8만9,081㎡ 규모의 광장마저 제역할을 찾지 못해 방치되면서 을씨년스러움을 더했다. 제대로 쉴만한 벤치조차 없는 휑한 광장은 공허함만 감돌았다. 지난 2001년 태화강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편의제공과 쉼터 역할을 하기 위해 울산시가 조성한 이 광장은 현재 노조가 대규모 집회를 할 때만 이용되고 있다. 새 역사가 준공된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태화강역 광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울산시설공단에 신청을 해야 하는데 △2022년 10건 △올해 11건의 신청이 들어왔다. 이 가운데 올해 1건을 빼고는 모두 노조 집회와 관련된 것이었다. 1년 중 350일 이상 텅 빈 상태인 셈이다.
2019년 광역전철 개통 이후 울산을 찾는 외부 관광객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울산시에서 사업비 80억원을 책정해 태화강역 광장 개선 사업을 진행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발목이 묶인 상황. 울산시의회의 재검토 요구로 3년째 공사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런던의 킹스크로스역이나 마드리드의 아토차역처럼 자연과 조화를 이룬 쉼터를 조성하거나 버밍엄의 뉴스트리트역이나 부산역처럼 그 지역을 상징할 수 있는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도 하나의 활용법이 될 수 있다.



#떠나기 바쁜 역
그렇다면 관광은 어떨까. 남구는 동해남부선 광역전철을 통해 태화강역으로 유입되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2021년부터 연간 4600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태화강역 연계 관광활성화를 추진 중이다.
역사 내 관광안내소를 설치했고, 1년에 2번 정도 관광기념품 전시회도 마련하고 있다. 또 백화점 2곳 등이 들어 서 있는 최대 번화가 삼산동, 고래문화특구를 순환하는 관광수소버스 808번의 노선을 만들었는데, 올해부터는 동굴피아, 삼호철새공원까지 노선을 확장해 원스톱으로 남구 관광지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남구에만 국한되지 않고 중구, 동구 등의 관광지로도 접근서을 높일 길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울산 내 광역환승할인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광역전철과 울산 시내버스의 환승이 되지 않아 관광객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는 문제도 해결이 시급히다.
뿐만 아니라 태화강역 자체를 하나의 관광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대표적으로 앞서 살펴본 유럽과 국내 사례를 보면 도심에 위치한 기차역 모두 쇼핑센터와 연결돼 있다. 때문에 기다리기에도 지루하지 않을뿐더러 쇼핑을 하기 위해 역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 활기를 더했다.
태화강역의 경우 쇼핑을 할 수 있는 최대 번화가인 삼산까지 이동하려면 역에서 도보로 20분이 넘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이유들 때문에 태화강역은 머물지 못하고 빠르게 떠나기 바쁜 역에 그치고 있다.

#보물 요소 가득, 체계적인 계획 필요
내년 말쯤 개통 예정인 KTX 이음까지 정차하게 되면 이용객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태화강역은 명실상부 울산 교통 거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몰려드는 사람들을 붙잡을 매력이 태화강역에는 없을까? 대답은 '아니다'다.
역사 주변은 보물 같은 요소로 가득하다. 돋질산을 비롯해 왼쪽으로는 국가정원이 있는 태화강이 흐르고 있다.
또 최근 울산시는 태화강역과 인접한 삼산·여천 쓰레기매립장에 공원과 함께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녹지 총 22만㎡ 가운데 7~8만㎡ 부지에 파크골프장을, 나머지는 2028년 국제정원박람회를 염두해 두고 꾸밀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이를 위해 올해 1월 추경에서 파크골프장 건설을 위한 부지 매입지로 398억원 배정했다. 시는 현재 부지 소유자인 롯데정밀화학과의 매입 협의를 진행 중인데 롯데정밀화학의 한 관계자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협의를 잘 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화강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농수산물도매시장의 이전 후 활용방안도 일찍 고민할 필요가 있다. 태화강역과 연계된 도심 융합 공간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주먹구구식이 아닌 체계적인 계획이 세워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태화강역 역시 사람이 모여들고 머물 수 있는 공간에서 나아가 도시재생은 물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글=신섬미 기자 / 사진=김지은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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