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을 '부산유라시아플랫폼'으로 조성하면서 '창업 허브'이자 '문화 향유' 공간이 된 부산역. 하루에도 수십개의 컨셉으로 바뀌는 미디어아트월이 정면에 위치하고 있어 시시각각 다른 이미지의 기차역으로 변신한다.
광장을 '부산유라시아플랫폼'으로 조성하면서 '창업 허브'이자 '문화 향유' 공간이 된 부산역. 하루에도 수십개의 컨셉으로 바뀌는 미디어아트월이 정면에 위치하고 있어 시시각각 다른 이미지의 기차역으로 변신한다.

태화강역 활용 방안을 모색해보기 위해 앞서 영국(킹스크로스역·뉴스트리트역·채링크로스역), 스페인(아토차역) 등 유럽의 기차역 사례를 살폈다. 이번에는 국내 부산역, 서울역·용산역을 조명할 차례다. 부산역의 경우 기존에 특색 없던 역 광장을 '창업 허브'이자 '문화 향유' 공간으로 변신시킨 모범 사례다. 여행자가 아니라 독서, 휴식, 업무, 교육을 원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기차역으로 계속 이어지는 비결은 무엇일까.

#분수대 없애고 창업플랫폼으로 재탄생

하루에만 평균 5만662명(2022년 기준)의 이용객이 오가는 부산역. 국내 철도역 이용객 수로 서울역, 대구역과 함께 TOP3에 드는 부산역은 규모가 큰 만큼 출구 개수도 여러 개인데 그 중 7번 출구로 빠져나오면 역 광장으로 가는 길이 나타난다. 광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 탑승하기 전엔 커다란 안내 표시를 마주치게 된다. 'B.스타트업 스테이션'과 'd.캠프 스타트업 라운지'가 그것이다. 얼핏 보기에도 '스타트업' 관련 공간들이다. 이 공간들은 역 광장 정문에 조성돼 있는 '부산유라시아플랫폼'(BE PLATFORM)에 자리 잡고 있다. "기차역에 웬 스타트업?"이라는 의문도 잠시다. '부산유라시아플랫폼' 곳곳을 다녀보면 기차역과 광장의 특성을 얼마나 영리하게 활용했는지를 알게 된다.

기차역에서 광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전 만나게 되는 안내 표시. 부산유라시아플랫폼에는 각종 스타트업 관련 공간들이 조성돼 있다.
기차역에서 광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전 만나게 되는 안내 표시. 부산유라시아플랫폼에는 각종 스타트업 관련 공간들이 조성돼 있다.
 

현재의 부산역 역사는 2003년 9월 경부고속철도 개통에 맞춰 증·개축한 건물로, 광장은 분수 외 별다른 특색 없이 넓은 공간에 불과했다. 분수대는 오랜 시간 부산의 랜드마크이자 시민들의 약속 장소가 되어주는 존재이기도 했지만, 공간 활용을 어렵게 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부산시는 원도심을 되살리자는 취지를 담아 도시재생 경제기반형 국가 선도사업으로 광장에 부산유라시아플랫폼을 2019년 9월 개관했다. 청년들이 모여드는 새로운 경제거점을 만들어 상권 활성화를 시킨다는 목표로 2017년부터 2년 6개월간 390억 원을 투입한 결과물이다. 광장 활용을 위해 오래된 랜드마크였던 분수대는 철거됐지만, 새로운 랜드마크가 생긴 것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연면적 4,910㎡로 지어진 부산유라시아플랫폼은 부산역 광장 그 자체다. 역과 광장을 연결하는 건물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기차역의 이점을 활용하고, 기차역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부산유라시아플랫폼은 A동과 B동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B동에서 다양한 스타트업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기차에서 내려 멀리 가지 않고도 플랫폼에서 대부분의 업무가 해결 가능하다.
부산유라시아플랫폼은 A동과 B동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B동에서 다양한 스타트업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 기차에서 내려 멀리 가지 않고도 플랫폼에서 대부분의 업무가 해결 가능하다.
 

 

#기차역 장점 제대로 활용

부산유라시아플랫폼은 "부산역 광장이 유라시아 철도의 시발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 공모전으로 시민 의견을 반영한 네이밍이기도 하다. 시설은 A동과 B동으로 나뉘는데, A동은 부산테크노파크, 부산시설공단 등 사무실이 있는 관리동이고, B동에 가면 '창업 허브'다운 진가가 나온다.

창업을 위한 미팅과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투자워크스테이션', 창업자들의 맞춤형 지원사업을 진행 중인 '창업스테이션', 예비창업자·학생 대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B.스타트업 스테이션' 등이 그것이다. 창업 상관없는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들도 있다. 시민들의 디지털 역량교육을 하는 '디지털배움터'가 대표적이고, 상업 카페 수준의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부산창업카페'는 갑작스러운 업무를 처리하기에 안성맞춤으로, 미팅룸도 대관할 수 있다. '동백상회'에서는 부산을 대표하는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을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메이커스테이션'에서는 3D프린터, 3D펜, 레이저커팅기 등 디지털 장비를 활용한 제작 기술을 가르쳐줘 창업을 도와준다.

 

 

 

 

하루에만 평균 5만명의 이용객이 오가는 부산역. 역사 안에는 각종 기념품점과 식당가, 상점이 있어 기차를 기다리면서도 지루하지 않다.
하루에만 평균 5만명의 이용객이 오가는 부산역. 역사 안에는 각종 기념품점과 식당가, 상점이 있어 기차를 기다리면서도 지루하지 않다.
 

 

B동 정문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머스트엑셀러레이터' 공간은 자유로운 분위기의 리셉션 공간과 업무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서는 구글 코리아와 머스트액셀러레이터, 부산시가 함께하는 스타트업 참여형 교육 프로그램 '스타트업 스쿨 부산'이 운영된다. '스타트업 스쿨'은 예비창업자 및 창업기업 대표 등 대상으로 문제 해결 능력, 디지털 마케팅, 인공지능(AI), 사이버 보안 등을 12주 과정으로 교육하는 구글 대표 스타트업 프로그램이다. 전국 최초로 올해 5월 도입한 부산은 연간 1,000명 이상 참여를 목표로 삼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참여기업들의 투자 설명과 투자자 연계를 위한 시연회(데모데이)와 졸업 행사를 개최했다. 공간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기차역을 창업 허브로 변신하게 한 것이다. 역에 도착해서 바로 관계자와 만나서 일을 진행할 수 있다는 기차역의 장점이 창업 플랫폼에서 시너지를 발휘한다.

 

 

 

 

부산역 광장 중 한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민들과 여행자들.
부산역 광장 중 한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민들과 여행자들.
 

 

부산유라시아플랫폼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용자들의 나이층과 목적이 다양했다는 점. 창업 허브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도 일반 시민에게 개방돼있는 효과가 눈으로 느껴졌다. 부산시설공단 플랫폼관리 관계자에 따르면 실내 대관시설인 강의실 두 곳만 해도 2022년 기준 2만 여명이 이용했다.

태화강역은 역사를 신축하고 주차장과 버스정류장 등을 조성하면서도 여전히 광장을 넓게 남겨둔 상태다. 벤치와 몇몇 조형물만 설치된 채 휑하게 있어 새 이용 방안을 모색해야할 때다.

#시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광장에 붙어있는 한 현수막 문구가 눈에 띈다. '시민을 관객으로, 내 공연을 펼칠 기회!'. 시민참여 문화행사 참가신청 안내 현수막이다. 1층 중앙(야외)광장과 2층 옥상광장, 버스킹존, 보행광장 등 부산역 광장은 공연, 전시를 즐기는 문화 향유 공간이 되기도 한다. 10월 최근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연계 행사가 열리기도 했으며, 뮤지컬 공연 '피란수도 부산', 시민콘서트 등 다양한 공연들이 시민들을 만났다. 행사 일정은 부산유라시아플랫폼 홈페이지에서 일정을 확인할 수 있어 접근성 또한 높다.

 

 

 

 

부산유라시아플랫폼에서는 구글 코리아와 머스트액셀러레이터, 부산시가 함께하는 교육 프로그램 '스타트업 스쿨 부산'이 운영된다.
부산유라시아플랫폼에서는 구글 코리아와 머스트액셀러레이터, 부산시가 함께하는 교육 프로그램 '스타트업 스쿨 부산'이 운영된다.
 

 

부산역을 '칼라풀'한 기차역으로 만들어주는 요소는 역 정면에 설치돼 있는 '미디어아트월'이다. 광장에 조성된 계단식 잔디밭과 어우러져 부산의 정체성과 신선함을 담은 영상예술들을 끊임없이 송출한다. 하루에도 수십개의 컨셉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영상물들에 관광객들도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샷 스팟이, 누군가에게는 미디어아트 작품이 되는 것이다.

부산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유라시아플랫폼 조성 이후 많은 시민들이 이곳으로 문화를 즐기러 오고 있고, 버스킹 하는 청년들을 비롯해 대관 문의도 꾸준히 오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산유라시아플랫폼에서는 창업 관련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산유라시아플랫폼에서는 창업 관련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부산역 광장 중 한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민들과 여행자들.
부산역 광장 중 한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시민들과 여행자들.
 

 

부산역 광장이 창업 허브이자 시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역이 교통 거점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하기 때문이다. 역 광장은 지상정원과 지하철, 버스정류장, 택시승강장까지 연결돼 환승과 이동이 편리하다. 지하철과 부산역 광장을 잇는 통로에는 양방향 무빙워크와 에스컬레이터(4기), 엘리베이터(1기) 등이 있어 캐리어 등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사람들도 부담 없다. 역사 안에도 부산하면 떠오르는 '어묵'을 비롯해 베이커리, 화장품, 식당, 꽃집 등 다양한 상점들이 꽉 들어차 있어서 기차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편의성 확보는 그만큼 다양한 이용자들을 모으게 되고, 이용자들은 덕분에 일대 상권 활성화가 이뤄진다. 태화강역이 광장 이용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뉴미디어 김지은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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