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도 대표 기차역인 '아토차역'. 이곳은 언제나 여행객들로 붐빈다. 내부에는 거대한 식물원과 각종 식당, 상점이, 그리고 인근에는 세계적 미술관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있어 즐길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도 대표 기차역인 '아토차역'. 이곳은 언제나 여행객들로 붐빈다. 내부에는 거대한 식물원과 각종 식당, 상점이, 그리고 인근에는 세계적 미술관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있어 즐길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돔 형태의 유리천장 아래로 따사로운 햇살이 식물원에 스며든다. 정글처럼 우거진 식물 아래 여행자들은 무거운 짐가방을 잠시 내려놓고 휴식을 취한다. 타야할 기차가 올 때까지 시간이 제법 남았지만 상관없다. 이 공간에는 거대한 식물원뿐만 아니라 각종 식당, 상점이 입점해있고, 인근에는 세계적 미술관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있어 즐길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이곳은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대표 기차역인 '아토차역'이다. 직접 방문한 아토차역은 여행자는 물론 시민들의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하고 있었다. 교통 거점을 넘어 도시의 생활 중심지로 변모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구 역사와 근래에 지은 역사가 공존하는 아토차역의 외관 모습.
구 역사와 근래에 지은 역사가 공존하는 아토차역의 외관 모습.
 

#마드리드의 '심장'이자 '랜드마크'

스페인 모든 도시의 중앙에 위치한 마드리드. 그 마드리드에서도 중심부에 있는 아토차역은 스페인 여행의 출발지이자 종착지다. 스페인 내에서 열차 운행량이 가장 많은 기차역답게 주변은 여행자들의 활기로 가득하다. '마드리드 왕립식물원', '프라도 미술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역사유적공원 '빛의 풍경'(Paisaje de la Luz) 등 굵직한 관광지들까지 도보 15분 내에 있어 아토차역 일대는 관광 명소로 손꼽힌다. 하지만 아토차역이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마드리드 랜드마크이자 관광지로써 손색없는 역사(驛舍) 때문이다.

아토차역은 마드리드에서 가장 오래되고 넓은 만큼 두 개 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곳은 렌페(Renfe)가 광역·수도권 노선을 운영하는 '아토차 세르까니아스(Atocha Cercanias)'역, 또 다른 한곳은 아디프(Adif)가 중·장거리와 고속열차 노선을 운영하는 '푸에르타 데 아토차-알무데나 그란데스(Puerta de Atocha-Almudena Grandes)'역이다. 관광지 수준의 외관은 훌륭한 건축미를 자랑하는데, 독특한 점은 구 역사와 근래에 지은 역사가 조화를 이루며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1851년 2월 처음 문을 연 이후 화재로 대부분 파손돼 1892년 건축가인 알베르토 데 팔라시오스(Alberto de Palacios)가 복원을 거쳐 다시 건축한 것이 구 역사라면, 건축가 라파엘 모네오(Rafael Moneo)가 현대적으로 설계한 새 역사는 구 역사 옆에 지어 1989년에 완공했다. 역사 내 빛바랜 벽돌과 세련된 유리천장이 과거와 현재의 조화를 엿보게 한다.

또 하나 주목할만한 점은 구 역사의 활용방식이다. 152.9m 길이의 긴 파이프 모양으로 지어진 구 역사엔 각종 상점과 카페들이 들어서 있어 시민들이 오락과 휴식을 즐길 수 있고, 특히 라파엘 모네오가 플랫폼과 선로를 과감하게 밀어버리고 대규모 열대 식물원을 조성해 아토차역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 중 하나로 꼽히게 만들었다. 주차장 조성을 위해 철거된 태화강역 구 역사의 쓰임새에 대한 고민이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여행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해주고 있는 아토차역의 열대 식물원.
여행자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해주고 있는 아토차역의 열대 식물원.
 

#열대 식물원이 된 옛 역사

옛 역사를 가기 전까지는 '기차역 안에 웬 식물원?'이라고 생각했지만 직접 보니 울창한 정글같은 분위기에 압도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유럽 특유의 고풍스러운 감성을 잃지 않았다. 독특한 분위기에 영화 및 드라마 촬영지로도 이용될 뿐만 아니라 지난 100년 동안 다양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과 노래에도 등장했다.

여행자들뿐만 아니라 마드리드 시민들의 만남의 광장 역할을 하고 있는 열대 식물원 면적은 약 2,000㎡로, 식수 면적은 1,300㎡에 달한다. 5개 대륙의 수백 종의 식물이 식재돼 있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온도·조명 조절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높이 27m의 천정이 탁 트여 있어 해방감까지 느껴진다. 이는 철도의 지속 가능성과 환경, 그리고 새로운 이동성에 대한 상징을 생각한 아디프의 전략으로 조성됐다.
 

열대 식물원의 면적은 약 2,000㎡로, 식수 면적은 1,300㎡에 달한다. 5개 대륙의 수백 종의 식물이 식재돼 있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온도·조명 조절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열대 식물원의 면적은 약 2,000㎡로, 식수 면적은 1,300㎡에 달한다. 5개 대륙의 수백 종의 식물이 식재돼 있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온도·조명 조절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여행객과 시민들이 책을 읽으며 아토차역 열대 식물원을 즐기고 있다.
여행객과 시민들이 책을 읽으며 아토차역 열대 식물원을 즐기고 있다.
 

 

아토차역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아토차역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단순히 식물만 가득 심었다면 사람들이 이토록 모이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돌벤치를 길게 조성해뒀고, 식물을 배경으로 식당과 카페를 배치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도록 했다. 광장 문화가 잘 발달돼 있는 스페인의 여유가 기차역에서도 묻어나온다. 태화강역은 신축 후에도 광장이 넓게 남아 있는데, 울산이 태화강국가정원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광장을 아토차역처럼 정원 형태로 꾸며 친환경 이미지를 홍보하고, 시민들이 자연과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한다면 어떨까. 역 인근 명촌교만 건너면 억새군락지까지 있어 연계하기 알맞다.

 

아토차역에서 만날 수 있는 흔항 풍경.
아토차역에서 만날 수 있는 흔항 풍경.
 

 

열대 식물원을 감상하는 여행객들. 발걸음을 멈추는 여유를 준다.
열대 식물원을 감상하는 여행객들. 발걸음을 멈추는 여유를 준다.
 

#역사(歷史)를 기억하는 역사(驛舍)

따뜻한 느낌의 역사 인테리어와는 달리 기차역 내 경비는 삼엄하다. 곳곳에 경비원들이 순찰을 돌고, 열차 탑승 전 X-RAY 짐검사도 철저하게 이뤄진다. 보안이 철저해진 이유는 2004년 3월 11일 발생한 '마드리드 열차 폭탄테러' 때문이다. 평화로운 출근길, 아토차역을 향해 달리던 통근 열차와 인근 2개 역에 정차 중이던 열차 등 4개 열차에서 10건의 연쇄 폭탄 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190여명 사망, 1,800여명 부상이라는 비극적 결과를 낳았다.

 

아토차역에는 '마드리드 열차 폭탄테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관이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역사를 기억한다.
아토차역에는 '마드리드 열차 폭탄테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관이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역사를 기억한다.
 

 

아토차역 내 짐 보안검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는 모습.
아토차역 내 짐 보안검사가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는 모습.
 

마드리드 시는 슬퍼하는데서 멈추지 않고 역 맞은편에 사망자들의 추모 공간을 만들어 역사를 기억할 수 있도록 했다. 희생자 추모관을 만든 것이다. 얼핏 보면 커다란 11m에 달하는 원기둥에 불과하지만, 내부 유리벽에는 희생자들의 이름과 수천 개의 추모글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기차를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도 아토차역을 방문해 그날의 기억을 되새기곤 한다. 사건을 몰랐던 사람들도 이곳에서 또 하나의 역사를 알게 된다. 역사에 스토리텔링을 입힌 것이다. 1921년 처음 생긴 이래 100년의 역사를 가진 태화강역도 스토리텔링 요소를 접목해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추모관은 올해 문을 닫았으며, 근처에서 지하철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아토차역은 역 내 곳곳에 5개의 조각상을 설치해 예술적 요소까지 더했다. 아디프는 주변 대형미술관·박물관과 연계한 스토리텔링을 진행 중이며, 대형 LED 등을 설치해 역사의 디지털화도 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토차역을 관광지로 봐도 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나 이사벨 마르틴 라모스(Ana Isabel Martin Ramos) 아디프 여객국 차장은 "그렇다"며 "아토차역은 마드리드와 빛의 풍경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자 시민들의 생활 공간으로 자리잡았다"라고 답했다.

 

아토차역은 수요 증가 대응과 인프라 확대를 위해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다.
아토차역은 수요 증가 대응과 인프라 확대를 위해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 중이다.
 

#생활 중심지로 변모

아디프에 따르면 푸에르타 데 아토차역 하루 이용자 수는 2022년 기준 하루 6만5,000명, 연간 2,250만명에 달한다. 3개 철도 회사가 열차를 운행 중이며, 성수기에는 하루 평균 280대 이상의 기차가 출발·도착한다. 4~5분마다 역을 떠나거나 도착하는 열차가 있을 정도로 플랫폼이 분주하다고. 이처럼 철도 교통량과 승객 증가로 인해 스페인 정부는 6억5,000만 유로의 예산을 투입해 또 한번의 확장 및 리모델링을 추진 중에 있다. 4개의 새로운 선로와 2개의 고속 열차용 플랫폼을 만들 예정이다. 또한 마드리드 북쪽 차마르틴-클라라 캄포아모르(Chamartin-Clara Campoamor)역과 고속 터널로 연결되면 규모가 커져 더욱 경쟁력을 갖출거라는 게 아디프 측의 설명이다.

 

아나 이사벨 마르틴 라모스 아디프(Adif) 여객국 차장
아나 이사벨 마르틴 라모스 아디프(Adif) 여객국 차장
 

아나 이사벨 마르틴 라모스 아디프 여객국 차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리모델링 공사는 아토차역의 상징성과 관광성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역 주변 환경에 적합한 상업 시설 공급으로 방문객을 유치할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글=김지은 기자 / 사진=신섬미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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