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사를 보존해 신구의 조화가 잘 되어 있는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역. 김지은 기자
구역사를 보존해 신구의 조화가 잘 되어 있는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역. 김지은 기자
 
지하철역 뒤로 1868년에 개장한 세인트 판크라스역 전경. 김지은 기자
지하철역 뒤로 1868년에 개장한 세인트 판크라스역 전경. 김지은 기자
 

 

흥행에 성공한 영화 혹은 드라마와 같은 미디어 매체에 노출된 장소에는 사람이 몰려들기 마련이다. 영국의 '킹스크로스역'이 그렇다. 서울역처럼 런던의 가장 중심이 되는 기차역이지만 이보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 등장한 9와 3/4플랫폼으로 더 유명하다. 영화의 배경이 되면서 인증샷을 찍기 위한 여행객들이 매일 줄을 잇는다. 뿐만 아니라 영국과 유럽을 잇는 유로스타의 출발점으로 유명한 세인트 판크라스역까지 연결돼 있어 매일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인다.

하지만 유명세와 반대로 역 주변은 오랜 시간 방치되면서 슬럼화가 진행돼 마약 거래와 매춘 등이 빈번했고 우범지대로 전락했다. 죽은 곳이라 여겨졌던 킹스크로스역 인근이 되살아난 건 장기간 도시재생사업을 거치면서다. 현재 80% 정도 도시재생이 진행되면서 활력을 되찾아 역의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한 킹스크로스역에는 영화를 재현한 포토존이 만들어져 있다. 김지은 기자
영화 해리포터에 등장한 킹스크로스역에는 영화를 재현한 포토존이 만들어져 있다. 김지은 기자
 
킹스로스역 포토존 바로 옆에는 해리포터 영화과 관련된 기념품 샵이 있다. 김지은 기자
킹스로스역 포토존 바로 옆에는 해리포터 영화과 관련된 기념품 샵이 있다. 김지은 기자
 

# 인기명소 가까이 위치 … 기차 · 지하철 환승역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를 한 번이라도 봤다면 낯이 익을 만한 역이 바로 킹스크로스역이다. 해리포터와 그 친구들이 마법학교 호그와트로 가는 급행열차를 타기 위해 찾는 기차역으로 영화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를 놓치지 않고 역 한쪽 벽면에 영화를 재현한 구조물을 만들어 여행객들의 발길을 잡았다. 구조물은 카트가 절반 정도 벽 속으로 들어간 모양으로 사실감을 더하기 위해 목도리와 마법지팡이도 마련했다. 이곳에는 365일 기념 사진을 찍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만 찍고 바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바로 옆에는 해리포터 영화과 관련된 기념품 샵이 있어 또 한번 발길을 멈춰 세운다. 마법지팡이부터 기숙사별 머그컵, 목도리, 망토, 옷, 열쇠고리, 뱃지 등 수십가지 기념품이 진열돼 있다. 해리포터 팬이 아니라도 기념 삼아 간직하고 싶을 정도의 퀄리티여서 빈 손으로 나오기 힘들 정도다. 영화 속 유명 장소를 포토존 활용으로만 그치지 않고 샵까지 연계해 경제 효과에도 영향을 미치게 한 거다.

영화 덕분에 킹스크로스역은 단순히 스쳐지나가는 역이 아닌 사람들이 '머무는 역'이 됐다. 울산에서도 종종 드라마나 영화 촬영을 하는 만큼 태화강역을 활용함으로써 관광객 유치와 경제 유발 효과 기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볼 수 있다.

이용객들로 북적이는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역. 김지은 기자
이용객들로 북적이는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역. 김지은 기자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토목 도시 공학부 후지야마 타쿠(Fujiyama Taku) 부교수가 울산매일신문UTV 취재진에게 킹스크로스역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김지은 기자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토목 도시 공학부 후지야마 타쿠(Fujiyama Taku) 부교수가 울산매일신문UTV 취재진에게 킹스크로스역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김지은 기자
 

 

# 2012년 역사 내부 재건축 구건물 보존 가닥

1852년 개장한 킹크로스역은 영국을 돌아볼 수 있는 4개의 기차 노선과 런던시를 관통하는 6개 지하철 노선이 달리면서 환승역으로 사용되고 있어 교통의 요충지라 불린다. 그리고 대영 도서관, 리젠트 운하, 관광객이 많이 찾는 캠든 등 인기 명소 가까이에 위치해 있는데 울산이 태화강, 울산시립도서관, 가장 번화한 삼산동 근처에 위치한 것과 맞닿아 있다.

과거 킹스크로스역은 늘어나는 이용객에 비해 대합실이 너무 작아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2012년 리모델링을 통해 내부 역사를 완전히 바꿨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바로 연결된 킹스크로스역에 들어서자 분수 모양의 방사형으로 이뤄진 높고 넓은 내부가 시선을 사로 잡았다. 앞서 다룬 버밍엄의 뉴스트리역과 마찬가지로 일부분을 투명 유리로 만들어 햇빛이 그대로 역 안으로 투영되게 했다.

그렇다고 뉴스트리트역처럼 구 역사를 모두 허물고 다시 건립한 것은 아니다. 구 역사는 철거 대신 보존으로 가닥 잡고 식당, 카페 등도 들어설 수 있게 새 건물을 만들어 확장한 것이다. 과거 외관을 그대로 간직한 구 역사는 현재 사무실로 활용 중이었는데 한 눈에 봐도 신구의 조화가 잘 이뤄진 모습이었다.

 

런던에서 인근 유럽의 나라를 갈 수 있는 유로스타가 달리는 출발지와 종착지로 유명한 세인트 판크라스역. 김지은 기자
런던에서 인근 유럽의 나라를 갈 수 있는 유로스타가 달리는 출발지와 종착지로 유명한 세인트 판크라스역. 김지은 기자
 

 

# 4시간 이내 유럽 도시 암스테르담 · 파리 등 도착

길 하나를 건너 붙어 있는 세인트 판크라스역도 마찬가지다. 중부지역을 연결하기 위해 1868년에 개장한 이 역은 현재 유럽의 다른 나라를 갈 수 있는 유로스타가 달리는 출발지와 종착지로 유명하다. 4시간 이내에 암스테르담, 파리 등에 도착할 수 있어 현지인과 관광객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엄청난 인파가 몰리는 만큼 역 내부는 무려 100여개의 상점과 레스토랑이 입점해 있어 대형 쇼핑센터를 방불케 했다. 상점도 명품부터 유명 중저가 브랜드들로 다양해 줄어드는 대기시간이 아쉬울 정도로 지루할 틈 없이 즐길 수 있다.

세인트 판크라스역의 일부인 르네상스 호텔. 김지은 기자
세인트 판크라스역의 일부인 르네상스 호텔. 김지은 기자
 
세인트 판크라스역에서 호텔로 들어가기 위한 레스토랑 입구에는 과거 이곳이 역 매표소였던 걸 알려주는 'BOOKING OFFICE'라는 간판이 그대로 새겨져 있다. 김지은 기자
세인트 판크라스역에서 호텔로 들어가기 위한 레스토랑 입구에는 과거 이곳이 역 매표소였던 걸 알려주는 'BOOKING OFFICE'라는 간판이 그대로 새겨져 있다. 김지은 기자
 

세인트 판크라스역 역시 빅토리아 시대에 지어져 오랜 역사를 자랑하다 보니 기존 구 역사를 보존했다. 화려한 고딕양식의 역사 일부는 호텔로 활용하면서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다. 역에서 호텔로 들어가기 위해 호텔 레스토랑을 통과하는데 입구에는 과거 이곳이 역 매표소였던 걸 알려주는 'BOOKING OFFICE'라는 간판이 그대로 새겨져 있었다. 내부에 비치된 캐비닛도 실제 표를 팔았던 창구였다고. 킹스크로스역과 세인트 판크라스역을 연이어 방문해 보니 두 역의 시너지를 통해 역동적인 에너지가 가득 넘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토목 도시 공학부 Fujiyama Taku 부교수가 울산매일신문UTV 취재진에게 킹스크로스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김지은 기자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토목 도시 공학부 Fujiyama Taku 부교수가 울산매일신문UTV 취재진에게 킹스크로스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김지은 기자
 

 

# 도시재생사업 정부 허가 받아 사업 탄력

역에는 사람이 들끓었지만 주변은 달랐다. 과거 슬럼화가 지속돼 사람의 온기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됐던 것. 하지만 1996년 유럽 대륙으로 연결되는 해저 초고속 기차 선로 건설 계획에서 세인트 판크라스역이 출발지로 정해지자 도시재생사업이 본격 추진됐다. 이 땅을 소유한 LCR과 민간 개발회사 아젠트는 6년에 걸쳐 마스터플랜을 수립했다. 2006년 킹스크로스역 주변 27만㎡ 정도의 부지를 개발하는 도시재생사업의 허가를 지역 정부로부터 받았고, 사업이 탄력을 받으면서 분위기도 180도 바뀌었다.

킹스크로스역에서 만난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 토목 도시 공학부 후지야마 타쿠(Fujiyama Taku) 부교수는 기업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허허벌판 부지에 석탄 등 자재만 쌓아놓고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아 사람이 찾지 않았다. 도시재생을 시도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는데 기업들이 먼저 정부에 의견을 제출해 개발이 진행됐다. 역을 화려하게 꾸민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결국 도심을 찾아가게 된다. 기업이 들어와야 사람을 모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일본의 신주쿠, 이케부쿠로, 나오에츠역 재개발에 참여했고 영국의 런던 인도(人道)계획 개발, 런던 지하철역 개발, Thameslink 철도 기차 배차 계획에 함께했다.

런던예술대학교를 구성하는 6개 칼리지 중 하나인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가 들어 선 그래너리 빌딩(Granary Building). 김지은 기자
런던예술대학교를 구성하는 6개 칼리지 중 하나인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가 들어 선 그래너리 빌딩(Granary Building). 김지은 기자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된 리젠트 운하를 바라보는 수변공원에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지은 기자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 도시재생사업으로 조성된 리젠트 운하를 바라보는 수변공원에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지은 기자
 

# 낡은 석탄창고, 예술대학 · 쇼핑센터 탈바꿈

도시재생사업은 기존 화물터미널부지의 석탄 창고 등을 허물지 않고 예술 대학 유치와 쇼핑센터, 광장을 조성하면서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해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를 받고 있다.

런던예술대학교를 구성하는 6개 칼리지 중 하나인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가 들어 선 그래너리 빌딩(Granary Building)은 말을 하지 않으면 과거 기차역의 복합 창고였다는 것이 전혀 티 나지 않았다. 주변으로 크게 조성된 광장은 분수대와 벤치가 마련돼 일반 시민들과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공 공간으로 거듭났다. 리젠트 운하를 바라보는 수변공원 역시 삼삼오오 모인 시민들의 여유롭고 편안한 휴식 공간이 되어주고 있었다.

또 과거 석탄 창고는 리모델링해 2018년 콜 드롭스 야드(Coal Drops Yard) 쇼핑몰이 들어섰는데 일반 브랜드 뿐만 아니라 젊은층을 사로잡기 위해 창의적이고 참신한 팝업스토어를 유치하는 등의 노력을 이어갔다.

구글이 10억파운드를 투입해 킹스크로스역 인근에 새 영국 본사 건립을 하고 있다. 김지은 기자
구글이 10억파운드를 투입해 킹스크로스역 인근에 새 영국 본사 건립을 하고 있다. 김지은 기자

최근에는 이미 들어온 구글이 10억파운드를 투입해 새 영국 본사를 건립하고 있다. 2018년부터 착공을 시작한 건물은 킹스크로스역 바로 옆에 위치해 제일 먼저 눈에 띄었는데, 높이 11층보다 옆으로 더 긴 길이가 특징이었다. 이 건물이 완공되면 약 7,000여명의 임직원이 들어오면서 또 한번 킹스크로스역 일대의 모습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토목 도시 공학부 Fujiyama Taku 부교수.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토목 도시 공학부 Fujiyama Taku 부교수.
 

후지야마 타쿠 부교수는 "기차역마다 이용객의 스타일이나 주변 인프라가 다르기 때문에 갖춰야할 것들도 다르다. 킹스크로스역은 인근에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들이 들어오고 대학도 있으니 당연히 사람들이 모이고 주거환경이 조성됐다. 기업이 먼저 들어오느냐 주거환경이 먼저 조성되느냐는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와 같다. 정확한 답은 없지만 기업이 들어와야 역 주변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고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그보다 한 가지 공통적으로 이용객들이 대기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식당이나 쇼핑센터 등의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머물다 가는 역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글=신섬미 기자 01195419023@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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