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남구 공업탑 로터리 일대가 최근 재개발, 재건축 사업으로 인해 침체된 상황이다.
공업탑 주변은 학교 밀집지역에다 요지에만 들어선다는 기업사택이 위치하는 등 한때 교통과 상권, 교육 중심지로 울산 제일의 번화한 상업지구를 이뤘다. 그러다 2000년대 삼산동 상권 이동으로 인해 구도심으로 밀려난 후 명성이 희미해지다 최근 과거의 영광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공업탑 주변 상권 활성화를 위한 '보행환경 개선 사업', '울산여고 하부 종하거리 공영주차장 건립', '공업탑 1967 추억여행길'과 '종하거리' 특화거리가 조성된 데 이어 민간에서 추진하는 주상복합 재건축사업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사업 하나가 있다. 바로 '종하이노베이션센터' 건립사업이다.
종하체육관을 재건립하는 이 사업은 총 468억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6층, 연면적 1만9천905㎡ 규모로 건립된다. 주요 시설로는 기존 실내체육관 기능에 미래 글로벌 혁신 인재 양성을 위한 코딩 및 소프트웨어 교육 공간, 청년 창업자를 위한 스타트업 공간,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도서관 등이 들어선다. 200대 주차공간도 확보된다.
울산 시민이라면 공업탑 종하체육관을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기부자 고(故) 이종하 선생(1889~1978)의 이름을 따 1977년 지역 최초의 실내체육관으로 개관한 이곳은 소년체전, 세계프로킥복싱, 태권도 품새대회 등 각종 체육행사는 물론 전국노래자랑과 콘서트 등 각종 문화행사 공간으로 활용되며 시민들에게 많은 추억을 안겼다. 울산의 재력가였던 이종하 선생은 당시 사재를 털어 종하체육관 건립에 토지 1만2천740㎡와 건립비용 1억3천만원을 희사했다.
그런 종하체육관의 뒤를 이어 종하이노베이션센터 역시 '대를 이은 통 큰 기부'로 이뤄져 지역사회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이 선생의 장남인 KCC정보통신 이주용(88세) 회장은 한국의 미래 100년을 위해 사회 환원으로 약속한 금액 절반인 300억원을 고향을 위해 흔쾌히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이 회장은 KCC정보통신 창립 50주년이었던 2017년, 재산의 절반인 '600억원 기부'를 선언한 바 있다.
사업 성사에는 불철주야 애써주신 이채익 국회의원의 노력도 있었다. 울산시가 시설 노후화 등으로 종하체육관의 새로운 활용방안에 대해 고민이 깊어지던 2020년경, 당시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었던 이채익 의원이 어렵사리 수소문 끝에 이주용 회장과 이 선생의 손자인 이상현 부회장을 찾아뵙고 고액 기부를 이끌어낸 것이다.
종하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월 기공식을 갖고 2024년 여름 개관을 앞두고 있다.
현재 공정률 40%로 골조공사가 한창이다.
새롭게 태어날 종하이노베이션센터에 대한 기대감은 공정률이 오를수록 덩달아 커져만 간다.
한국을 IT강국으로 이끈 1세대 창업 기업인인 이주용 회장은 60년대 미국 IBM사에 입사한 최초의 한국인이자, 1967년 국내 최초로 컴퓨터를 도입한 인물이다.
그런 만큼 소프트웨어(SW)분야에 앞서가는 사람이 미래 사회의 주역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며, 인재육성을 이유로 고액을 쾌척했다고 한다.
때문에 필자는 종하이노베이션센터의 청년 창업공간과 코딩 및 소프트웨어 교육 공간에 주목한다.
울산의 청년 인구는 지난해 27만여명으로 2008년보다 79%나 감소했고 울산을 떠나는 20대 수는 7대 특·광역시 중 가장 많다. 지역 청년들의 삶이 갈수록 울산과 멀어져만 간다. 더욱이 올해 2분기 울산 청년(15~29세) 실업률은 '산업도시'란 이름이 부끄럽게도 전국 1위다.
청년들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인 울산에 정보통신기술, 문화콘텐츠, 디자인 등 비제조업 기반의 일자리가 없어 떠나거나 비자발적 실업을 당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청년 유출은 지방소멸을 앞당기는 방아쇠다.
종하이노베이션센터의 창업공간은 울산의 우수한 인재들을 붙잡아둘 창업 전진기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뛰어난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이들이 꿈꿀 수 있는 공간. 이들이 지역에 머물려 일하고 창업하는 창업요람으로 말이다.
이주용 회장은 돈을 쓰는 것을 '예술'이라고 말했다. '돈을 옳게, 유용하게, 가치 있게 쓴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라는 뜻에서다.
선대의 뜻을 이은 의미 있는 기부가 헛되지 않고, 이러한 좋은 선례를 통해 부자(父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잊혀 지지 않고 울산시민들에게 널리 전파되기를 바란다.
청년들이 종하이노베이션센터를 중심으로 뭉치고 스타트업이 번성한다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공업탑 상권도 제2의 르네상스가 열릴 것이다.
이정훈 울산 남구의회 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