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 산업도시로 알려진 울산이 이제는 관광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 중심에 '반려동물'이 있다. 특히 울산은 지난해 전국 최초 '반려동물 친화도시'로 선정되면서 '반려동물과 함께 방문하기 좋은 관광도시'를 선점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울타리가 되다'라는 주제로 반려동물 동반 여행 인프라 조성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도시를 만들어 가기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앞서 독일과 싱가포르, 수도권의 사례를 통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개선과 건전한 여행문화 확산을 위한 제도적 기반에 대해 알아봤다. 기획기사 마지막 편으로 울산이 모두가 인정하는 반려동물 관광도시가 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본다.

#'오프리쉬' 가능한 놀이터 부족
울산 내에서 지자체가 운영 중인 목줄을 푸는 이른바 '오프리쉬(Off-leash)가 가능한 시설은 △반려동물 문화센터 애니언파크(북구 호계동·2020)’ △봉화재 반려견 놀이터(동구 화정동·2021년) △‘울산애견운동공원(남구 옥동·2012년) 3곳이 대표적이다. 봉화재 반려견 놀이터는 무료이며 나머지는 입장료를 받고 있다.
중구 성안동에도 지난 2021년 1억5,000여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함월 반려동물 전용공원'을 개장했으나, 협소한 부지와 민원 등으로 개장 3년 만인 올해 7월부터 운영이 중단됐다.
대신 울산시에서 동남권 최초로 150억을 투입해 '반려동물 건강문화센터 조성을 성안동에 추진 중인데 아직 착공도 하지 못한 상태라 공백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울주군의 경우 이순걸 군수 공약 사업으로 서생면에 반려동물 놀이터 조성 중인데 내년 1월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현재 조성된 3곳의 시설들을 살펴보니 시설별 편차가 크고, 무엇보다 지난 7월 베를린에서 방문했던 반려동물 놀이터와는 다르게 대부분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었다.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동구 봉화재 반려견 놀이터는 500여 미터 가량 되는 산길을 올라가야 했다. 도보로는 이동이 힘들어 견주 대부분 자차로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지난 26일 놀이터에서 만난 믹스견 쿠키(3)를 키우고 있는 최수인(57)씨는 "걸어오기는 어려워 차를 이용해 날씨 선선할 때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오고 있다"며 "쿠키처럼 큰 개가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가까이 있다면 매일 왔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아무래도 개 짖는 소리나 동물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도심에 만들지 못하는 것도 이해는 한다"고 덧붙였다.
나머지 두 곳도 마찬가지다. 울산 내 반려동물 놀이터 수가 적다 보니 인근에 거주하지 않는 이상 결국 차가 있어야 방문할 수 있다. 같은 날 애니언파크에서 만난 반려인들은 "무엇보다 반려동물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많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숙소, 반려동물 동반 꺼려져
반려동물 놀이터나 동반 여행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함께 갈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다 보니 반려인들은 비용과 수고를 아끼지 않으면서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곳을 찾아다니고 있다. 특히 숙박시설에 대한 수요가 증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울산에서는 반려동물 동반 가능한 숙박시설이 많지 않다.
이에 울산시는 올해 '반려동물 동반 숙박업소 시설 개선 지원 사업'을 실시했다. 이 사업은 일반 객실을 반려동물 동반 가능 객실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시설개선비를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2차례 모집 공고에도 지원이 '0'인 것으로 확인됐다.
왜 지원자가 없을까. 중소형견 동반 입실 가능한 숙소를 운영 중인 구본희(45)씨는 "이 사업에 지원하려고 했지만 제출해야 할 서류가 너무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준비할 엄두가 나지 않아 포기했다"며 "무엇보다 펫방을 만든다는 게 부담스럽다"고 털어놨다.
그는 "확실히 예전보다 반려동물 동반해도 되냐는 문의가 늘긴 했지만 실제로 방문하는 고객들은 한 달에 5팀 정도"라며 "반려동물 물품이 구비된 방의 경우 비반려인 손님이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한 달에 20여일은 비우게 되는 거라 손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어려울 거 같다"고 말했다.
그나마 중소형견은 나은 편이다. 울산에서 대형견을 받아주는 숙소는 거의 전무하다고 봐도 될 정도다.
대구에서 소형견 땡구(2), 대형견 뚱이(2)와 함께 울산 애니언파크를 방문한 박연주(25)씨는 "대형견을 마음껏 풀어놓을 만한 장소가 거의 없는데 애니언파크는 바닥이 잔디로 되어 있고 전체적인 관리도 잘 돼 울산 올 때마다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울산에 1박 이상 머물려면 숙소를 예약해야 하는데 대형견을 받아주는 숙소가 거의 없다. 대형견과 함께 묵을 수 있는 숙소를 확대한다면 전국에서 많이 몰릴 거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반려동물 동반 숙소, 대형 리조트나 호텔 유치
사실상 개인이 운영하는 숙박 시설을 반려동물 동반 숙소로 전환하기에는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많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대형 리조트나 호텔 유치로 자연스럽게 반려동물 동반 여행객 증가를 기대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세계적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여행이 증가하면서 반려동물 동반 가능 펫-프렌들리(Pet-Friendly) 호텔이 잘 되어 있다. 앞서 방문한 독일 베를린에서 묵었던 NH 컬렉션 베를린 미테 프리드리히슈트라쎄 호텔에서도 반려동물과 함께 묵는 숙박객을 볼 수 있었고, 싱가폴이나 수도권의 경우도 펫-프렌들리 호텔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전국 최초 반려동물 친화도시를 지향하는 울산에는 반려동물 동반 가능한 체인 호텔이 없다. 오히려 인근 지역에서 이미 발 빠르게 반려동물 동반 대형 리조트나 호텔이 생긴 상태다.
김해에는 10월 오픈 예정인 대기업 호텔앤리조트 체인이 펫 객실과 펫조식 등 펫프렌들리 서비스가 포함된 반려견 전용 룸을 마련했다.
또한 경주에서도 최근 모든 공간을 반려동물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신개념 펫 프렌들리 K호텔이 오픈하면서 반려인들의 관심을 톡톡히 받고 있다. 이 호텔은 기존 호텔의 뼈대를 제외한 모든 공간을 반려동물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재단장했다.
지난달 경주 K호텔에 반려견 산이(2)와 함께 방문했다는 이미경(52)씨는 굉장한 만족감을 드러내며 "산이가 대형견인데도 불구하고 눈치 보지 않고 호텔 로비에서 같이 밥 먹으면서 놀고, 잠까지 잘 수 있이서 모든 게 너무 좋았다"며 "울산에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뻔'하지 않은 '펀'한 사업
울산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반려동물 친화도시 조성사업 공모에 전국 17개 시도 중 최초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새로운 여행 트랜드로 떠오르는 '반려동물 동반 여행' 육성을 통해 관광 산업의 영역을 확장하고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울산은 2026년까지 4년간 총 사업비 20억원 (국비 10억원, 시비 10억원) 투입해 다양한 반려동물 동반 여행 콘텐츠와 인프라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현재 절반 정도 지나왔다. 지난해에는 △반려동물 동반 트래킹 미션멍파서블 울산 △수상 레포츠 프로그램 △반려동물 동반 고래바다여행선 △반려동물 동반 도자기 만들기 △반려동물 동반 관광열차 '울산 댕댕 트레인' 사업을 진행했다.
올해는 도자기 만들기가 빠지고 △반려동물 동반 생태관광 프로그램 △반려동물 동반 캠핑 페스타가 신규로 진행된다.
대부분 사업에 반려인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다소 엇갈리는 반응도 있다. 소형견과 대형견 차이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인데, 이를 분리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거다.
뿐만 아니라 울산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반려동물을 편하게 데리고 다닐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됐으면 하는 의견이다.
대형견인 리트리버 제이(3)를 키우고 있는 조현아(40)씨는 "울산에 유명한 관광지 하면 태화강국가정원이나 대왕암공원 등이 있는데 가끔 산책을 하러 가면 아직까지 주변의 시선이 자유롭지 않아 대형견 전용 놀이터가 확대되길 바란다"며 "그리고 같은 국가정원인 순천만국가정원에서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서 반려동물을 무료로 돌봐주는 반려동물 놀이터가 있는 걸 봤는데 이용해 보고 싶었다. 울산에도 펫팸족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런 제대로를 도입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백주희 기자 qorwngml0131@iusm.co.kr
신섬미 기자 01195419023@iusm.co.kr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