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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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에서 성폭력, 아동·장애인 학대, 스토킹 등 범죄 피해자를 조력할 '피해자 국선 전담변호사'가 4개월째 공석인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범죄 피해자들은 범죄 특성상 국선변호사 공석 사태가 길어질수록 수사·재판 과정에서 2차 가해에 노출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가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한법률구조공단이 두 번의 채용 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전무한 상황이다. 변호사 초임 수준의 보수와 갈수록 늘어나는 업무부담, 개선되지 않는 처우가 구인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피해자에게 법률적 조력을 제공하는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사건 초기부터 재판이 끝날 때까지 수사기관 조사, 증거제출, 의견진술 등 전 과정을 돕는다.

이들은 △오직 피해자 변호 사건만 담당하는 '전담 변호사' △개인수임 사건과 병행하는 '비전담 변호사' 등 두 유형으로 나뉜다.

현재 전국의 '피해자 국선변호사' 수는 △2019년 622명 △2020년 621명 △2021년 599명 △2022년 635명 △2023년 605명이다. 2022년에만 다소 증가했을 뿐 되레 감소 추세다.

이 제도가 첫 시행된 2012년에는 '아동·청소년 성폭력 피해자'만 지원 대상이었는데, 이듬해 전체 성폭력 피해자로 확대됐고, 점차 아동·장애인학대, 특정강력범죄 피해자도 지원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여파로 피해자 국선변호사 지원 요청 건수는 △2019년 2만5,487건 △2020년 2만7건 △2021년 3만8,446건 △2022년 3만9,161건 △2023년 3만7,150건으로 폭증하고 있다.

#사건 느는데···국선 전담변호사 구인난

문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전국에는 40여명의 '피해자 국선 전담변호사'가 활동 중이지만, 울산은 광역시 중 유일하게 '국선 전담변호사'가 공석인 도시다.

실제 울산에는 대한법률구조공단 울산지부 소속 조현주 변호사가 2013년부터 피해자 전담 국선변호사로 활동해왔지만, 작년 11월 퇴사한 뒤 공석이다. 울산지부는 2021년부터 피해자 국선변호 수요가 늘어나자 1명 충원에 나섰지만 지원자가 없어 번번히 실패했다. 작년에도 2월과 7월 두 차례 채용공고를 냈지만 지원자는 전무했다. 설사가상 조 변호사 마저 퇴사하자 올해 1분기 안에 재공고를 낼 예정이지만 확실하진 않다.

구인난의 원인은 열악한 처우다.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보수는 '세후 500만원' 남짓으로 알려져있다. 더욱이 비전담 국선변호사는 대면상담·의견서 제출·수사기관 조사참여 등에 40만원, 공판참여에 20만원, 기타 10만원 등 업무 수행 후 보수를 청구해야 지급된다. 그런데 수개월~수년 걸려 진행된 업무별 소명자료를 다 정리해 제출해야 하고, 상담내역까지 싹 다 입증해야 하는 등 절차도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사건 당 약 20만원 밖에 받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역에선 전담변호사나 비전담변호사를 하겠다는 지원자가 늘어나지 않고, 외지인들 역시 울산을 기피하면서 구인난이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국선변호사 업무과중···근본적 개편 필요

그나마 다행인 건 현재 울산에 개인 사건수임과 함께 피해자 변호지원도 병행하는 '비전담 국선변호사'라도 10명이 있다는 사실이다.

범죄 피해자가 국선변호사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범죄 사건은 한달 평균 80건 정도에 달한다. 통상 '전담 국선변호사'가 한 달에 15건까지 사건을 배당받을 수 있고, 나머지 65건을 비전담 국선변호사가 배당받고 있는 건데, 3~4일에 1개꼴로 사건이 내려오는 셈이다. 아무래도 개인 수임 사건을 맡는 비전담 국선변호사의 경우 전담 국선변호사보다 변호를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다보니 전국적으로 불성실한 조력 업무태도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지역 한 변호사는 "최선을 다해 피해자를 조력해야 하는 건 맞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 특정 범죄 사건들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업무 난이도가 높고 시간도 오래걸리는데 반해 처우는 점점 열악해지고 있다 "며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 자체가 잘못 설계된 게 아닌가 한다. 변호사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시스템 자체를 개편하고 전담변호사를 늘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울산해바라기센터 관계자는 "심리적으로 지친 피해자들에게 국선변호사는 수사나 재판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게해 주는 한줄기 희망 같은 존재"라며 "국선변호사를 필요로 하는 사건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피해자들이 2차 가해를 당하지 않고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인원 충당을 서둘러 달라"고 희망했다.

조현주 변호사는 "전담 국선변호사 최소 2명은 배치해야 피해자가 필요한 지원을 제때 받을 수 있다"며 "상반기 안에 피해자 국선변호사 선정 기간 기준 추가, 보수 결정 시 검사 재량 증감 한도 축소 같은 일부 체계가 개선되면 지원자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수진 기자 ssjin3030@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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