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가 제도를 몰라서 우리를 찾지 못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국선변호사'하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피의자·피고인을 변호하는 제도로만 알고 있지만, 피해자를 돕는 변호사도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다.
울산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조현주(43·사법연수원 40기)) 변호사가 피해자 국선 전담변호사로 피해자들의 변호에 앞장섰다. 최근 개업을 하고서도 비전담 국선변호사로 피해자들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고 있는 조현주 변호사를 만나 이야기 나눠봤다.
조 변호사는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특정 범죄 피해자 누구든 원한다면 선임할 수 있다. 그 중 미성년자나 장애인에게는 의무적으로 국선변호사를 지원하도록 한다. 경찰서·검찰청·성폭력피해상담소 등에서 피해자 국선변호사 선정 신청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자의 요청이 있을 시 검사가 국선변호사를 선정해 해당 변호사에게 통보하고 국선변호사는 피해자에게 자신이 국선변호사로 선정됐음을 알려준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경찰, 검찰에서의 모든 수사 절차에 피해자와 함께 의견을 진술할 수 있으며, 공판절차에 함께 또는 대신 참여해 의견을 진술하거나,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 합의대리 등 형사소송절차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는 형사절차에서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실질적인 법률 지원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국선변호사 지원을 요청하고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 변호사는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 이러한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이 부족하다. 국선변호사가 선정되기 전에 피해자에 대한 경찰 조사가 끝나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부분 사건이 그렇지만 경찰의 초기 조사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부 피해자는 성폭력 상담소에 먼저 신고해 국선변호사 제도를 설명받고 변호사를 요청하기도 하지만 극히 드물다. 일선 경찰서에서 경찰 조사 전 피해자에게 국선변호사 제도를 미리 설명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의 불성실한 태도에 대해서는 "절차적으로 싸움을 원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많다"며 "공판기일을 잡을 때 피의자 변호사에게 일정이 되는지 묻지 피해자 변호사에게는 묻지 않는다. 피해자 변호사 석도 법관의 정면에 앉아 변론할 수 있도록 하지만 실제로는 교도관 자리나 증인석에 앉는다. 그럼에도 재판에 참석해 피해자 의견을 진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지원하는 범죄 피해자 범위는 늘어나는데 처우는 갈수록 열악하다보니 기피 대상이 됐다. 그럼에도 조현주 변호사는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로 근무하다 최근 개업을 하면서는 비전담 국선변호사로 검찰청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조 변호사는 "내가 맡은 사건은 내 손으로 끝내고 싶다. 변호사가 바뀌는 건 피해자에게 좋지 않다"며 "피해자 국선변호를 계속 이어가는 이유는 이 제도가 잘 활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범죄유형이 다양해지는 것만큼 법률복지 제도도 활성화돼야 한다. 전담변호사가 피해자를 위해 모든 걸 할 수는 없지만 노력한 만큼 변화하는 걸 볼 수 있다. 피해자는 재판장에서 발언할 기회가 없는데 가끔 판사님들이 더 할 말이 있는지 의사를 물어봐 주고 발언 기회를 주기도 한다. 또 영상증언을 신청했을 때 적극적으로 받아주기도 한다. 이렇게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하고 피해자 전담변호사라는 제도가 더 잘 이용되길 바랄 뿐이다"고 진심을 표현했다.
끝으로 "오랜 시간 묵묵히 피해자 국선변호사 자리를 지켜오는 동료들이 있다. 그들이 있기에 제도가 유지되고 문제점들이 바뀌어 나간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역 변호사들이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우리가 함께 이 제도를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수진 기자 ssjin3030@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