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은 9년 넘게 ‘탈울산’의 흐름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5월 기준으로 전입자 8,600명 대비 전출자 8,990명으로 순유출 인원이 390명에 달했다. 출생자 수는 433명, 사망자 수는 512명으로 자연 감소까지 겹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청년층, 특히 20~30대의 여성층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지 인구수 감소에 그치지 않고, 지역의 지속가능성과 경제적 활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적 요소가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기반으로 한 인구정책의 전환이 절실하다. 특히 지역 교육기관과 산업계가 유기적으로 연계돼야만 울산에서 배우고, 성장하고, 일하고, 정착할 수 있는 ‘지역 생애 설계 모델’이 가능해진다. 울산이 단순한 산업도시가 아닌, ‘청년이 머무르고 싶은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교육과 산업을 연결하는 전략적 협력 체계 구축이 핵심이다.
# 지역 특화 교육과정, 청년 관심 붙잡아야
첫째, 지역 특화 학과의 신설 및 개편이 시급하다. 전국적으로 청년층과 여성층에게 인기가 높은 산업은 반려동물, 뷰티, 미용 등 감성 기반 산업이다.
울산과학대학교의 ‘반려동물과’ 신설은 이러한 수요를 반영한 긍정적인 사례이며, 해당 학과는 실제로 타 지역 학생들의 유입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울산에는 미용 관련 고등학교는 존재하지만, 대학 과정은 부재한 실정이다. 이는 미용 분야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타 지역 대학을 선택하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이 된다.
따라서 지역 대학은 이러한 실생활형·감성형 산업군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학과 개설을 추진해야 하며, 청년 수요에 부합하는 커리큘럼과 실습 기반의 교육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선택받는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지역 수요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전국 단위의 유학생 유치 전략까지 고민해야 한다.
# 대기업·공기업·중견기업 연계 취업 보장형 교육 모델 도입
둘째, 지역 산업과의 실질적인 연계를 통한 취업 보장형 학과 모델 구축이 필요하다. 울산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삼성SDI, SK에너지, 한국석유공사 등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과 공기업들이 집중된 산업도시이다. 이들 기업과 지역 대학 간에 단순한 산학협력 수준을 넘는 전략적 업무 협약(MOU)을 체결하고, 기업 채용 연계형 학과를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울산과학대학교와 현대자동차가 협력해 전기차 및 자율주행 분야 특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일정 비율의 졸업생을 우선 채용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삼성SDI와는 2차전지 관련 고급기술 인력을 양성하는 전공을 개설하고, 해당 과정을 이수한 인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조건부 채용형 계약학과’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은 지역 청년들에게 "울산에서도 충분히 좋은 교육과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으며, 이는 곧 청년의 지역 정착을 이끄는 핵심 요소가 된다.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과 공기업도 일정 비율 이상을 지역 내 고교 및 대학 졸업생에서 채용하도록 유도하는 지자체 주도의 ‘지역인재 채용 비율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울산시는 교육청, 지역 대학, 기업체, 울산상공회의소와 함께 ‘지역인재육성 및 채용 협의체’를 상설화하고, 각 산업군별 맞춤형 인재 양성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과-현장실습-채용’까지 이어지는 완결형 생태계를 조성하면 청년층의 외부 유출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다.
# 미래 산업(수소·에너지)과 지역 대학 연계 강화
셋째, 미래 성장동력인 수소경제 및 친환경에너지 산업과 지역 대학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울산은 정부가 지정한 ‘수소경제 거점 도시’로, 수소 모빌리티, 수소 연료전지, CCUS(탄소포집저장활용) 등에서 국가 전략의 핵심지역이다. 하지만 이러한 고부가가치 산업에 종사할 수 있는 고급 기술인력은 대부분 수도권에서 양성되고 있다.
UNIST(울산과학기술원)와 울산대학교는 이러한 산업군에 적합한 이공계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으므로,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기업 협력 체계를 통해 지역 내 수요에 부합하는 맞춤형 인력 양성 과정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졸업 후 수도권으로 진출하지 않고 지역 내에서 채용될 수 있도록, 울산시 및 산업부 차원의 인센티브 제공 및 채용 보장제도 동반 추진돼야 한다.
# 교육이 곧 인구 대책
울산의 인구 유출 문제는 단순히 전입자 수를 늘리는 단기 대책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핵심은 울산에 사는 것이 삶의 질 측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 일자리, 그리고 주거와 복지까지 연계된 종합적인 정주 전략이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바로 ‘교육’이다.
울산에서 배우고, 성장하고, 취업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교육은 가장 강력한 정주 인프라이며, 지속가능한 인구정책의 핵심 축이다. 이제는 지역 대학과 기업이 손잡고, 울산을 떠나는 청년에게 다시 돌아올 이유를 만들어 줘야 한다. 울산이 다시 젊어지려면, 청년들이 울산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바꿔야 한다. 박봉철 울산교총 상임고문·본지 독자권익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