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가 병을 앓으면 반드시 변을 맛보아 병세를 살폈고, 자신이 대신 앓게 해 달라고 기원했다'(효자 조양)
'스물두 살 때, 연일현에 사는 정씨 집안으로 시집갔다. 우귀(신부가 처음 시집에 들어가는 것)전에 남편이 죽었다. 이녀는 달려가 곡하고 남편을 따라 같이 죽기로 맹세했다...' (열녀 이녀)
조선시대 울산 인물들의 삶과 활약상을 조명하는 2025년 제1차 특별기획전 '향리문견록_울산인물열전' 이 울산박물관에서 1일 개막했다.
울산박물관은 지난 2024년 『향리문견록』의 해제와 번역을 진행하고 학술총서를 발간했고, 개관 이후 수집해 온 지역 고문서 가운데 『향리문견록』에 등장하는 인물과 관련된 유물 100여 점을 발굴·확보해 이번 전시에 함께 펼쳤다.
『향리문견록』은 울산 출신 문인 윤인석(1842-1894)의 저술이다. 울산 인물 사전의 성격을 띠고 있는 자료로, 여러 가문에서 가지고 있던 글과 노인들이 전해 준 말을 채집하고, 평소에 모셨던 어른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모아서 저술한 것이다.
그동안 복사본만 전해져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던 자료였는데 지난 2021년 울산 교육감을 지낸 이병직 선생의 후손이 가문 문서 일체를 울산박물관에 기증하면서 필사본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일 직접 둘러보니 울산의 뿌리를 이해하고 지역 정체성을 재확인할 수 있는 전시였다.
19세기 조선시대 학자(윤인석)의 시각을 살펴보고 현재의 우리가 주변을 돌아보며 무엇을 기록할지 한번은 되돌아보는 시간이 됐다.
전시는 조선 후기 울산 지역의 주요 인물을 집대성한 '향리문견록'을 중심으로 울산 출신 인물 136명의 생애와 업적을 되짚고 있었다.
크게 문록(聞祿)과 견록(見錄)으로 나뉘는데 문록은 책과 입으로 전해진 내용을 통해 찾아낸 인물을 엮은 것으로 울산의 시조를 비롯해 임진왜란 당시 의병, 조선조 관료와 학자, 효자와 열녀 등 박윤웅을 시작으로 106명이 포함됐다. 견록은 저자가 직접 보고 들은 내용을 기록한 것으로 이운협을 시작으로 학자와 효자 등 30명의 인물을 담고 있다.
전시를 통해 만난 울산의 효자, 열녀 일화가 다양하다. 허벅다리에 살을 떼서 아픈 부모님께 드리고, 매일 아침 부모님 변을 맛보고 건강 상태를 확인한 효자, 시집오기 전에 남편 죽었는데 같이 목숨을 끊어 정려문을 세운 일화도 있었다.
특히 윤인석이 직접 본 인물들을 기록한 견록에서는 선비로서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도리와 문장의 능력, 독실함, 이웃을 대하는 태도 등의 주관적 기록을 통해 조선시대 후반 울산지역 양반 사회의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최영하 학예사는 "향리문견록을 읽다 보면 누구의 아버지이고, 누구의 자손인지 연결이 된다. 당시 울산 박씨, 학성 이씨가 많아서 이들 가문의 사람들이 유명한 게 아니고, 이들이 결국 지역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이 전시의 주인공들은 오늘날 크게 알려진 인물은 아니지만, 조선시대 울산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으며, 가문과 가문이 어떻게 연결돼 지역사회를 이뤘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 이번 전시를 열게 됐다"라고 말했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