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고래, 거북 모습(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다양한 고래, 거북 모습(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울산의 보물 '반구천의 암각화'가 전 세계가 인정하는 유산으로 당당히 인정을 받았다.

각각 1970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와 1971년 12월25일 크리스마스에 발견돼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 불릴 정도로, '국보 중 국보'였으나, 보존 관리 문제로 세계유산 등재에는 2010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지 15년이나 걸렸다.

암각화는 바위나 동굴 벽면 등에 새기거나 그린 그림, 즉 바위그림을 뜻한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를 포함한다.

세계유산 후보를 사전 심사하는 자문기구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지난 5월 반구천 암각화에 대해 등재를 권고한 바 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평가 결과를 토대로 "'반구천의 암각화'는 선사시대부터 약 6천 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준다"라며 "선사인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강조했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선사시대 삶과 예술이 생생히 담겨 있다.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흔히 '반구대 암각화'로 불린다.

울산 태화강 상류의 지류 하천인 반구천 절벽에 있으며 높이 약 4.5m, 너비 8m(주 암면 기준)의 바위 면에 바다 동물과 육지 동물, 사냥 그림 등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울산시 반구천암각화세계유산추진단이 3차원(3D) 스캔 도면, 실측 자료 등을 분석해 2023년 펴낸 도면 자료집에 따르면 총 312점의 그림이 확인된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마치 넓은 바다를 내려다본 듯한 시선을 바탕으로 어미 고래와 새끼 고래, 작살 맞은 고래, 잠수하는 고래를 생생히 표현했다. 암각화에 묘사된 고래만 해도 50마리 이상이다.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서 약 2㎞ 떨어져 있다.

1973년 국보 지정 당시 기하학적 문양 등이 표현된 암각화보다는 제작 시기와 내용이 명확한 신라시대 명문이 학술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천천리 각석'이라는 이름이었지만, 이후 다양한 조사가 이뤄지면서 학계에서도 '각석'보다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명칭인 '암각화'가 더 적절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2024년 3월부터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이름이 변경됐다. 학계에서는 아직도 '천전리 암각화'로 많이 불린다.

신라시대 역사가 담긴 원명, 추명 모습(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신라시대 역사가 담긴 원명, 추명 모습(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
 

높이 약 2.7m, 너비 10m 바위 면을 따라 각종 도형과 글, 그림 등 620여 점이 새겨져 있고, 청동기 시대에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마름모, 원형 등의 추상적 문양이 인상적이다.

또 신라 법흥왕(재위 514∼540) 시기에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글도 남아 있어 6세기 무렵 신라 사회상을 연구할 때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세계유산 운영 지침은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를 평가하는 10가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이 가운데 첫 번째인 '인간의 창조적 천재성이 만들어낸 걸작을 대표해야 한다'와 세 번째인 '문화적 전통 또는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명의 독보적이거나 적어도 특출한 증거가 되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해 세계유산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연합뉴스 (자료: 국가유산청)
연합뉴스 (자료: 국가유산청)

한국의 세계유산 17건 가운데 첫 번째 조건을 충족한 건 석굴암·불국사뿐이다.

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인도의 타지마할, 호주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등이 첫 번째 조건을 통과한 대표적인 유산이다.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고래 등 250여 점이나 되는 그림이 새겨져 있고, 기하학 무늬와 역사적 명문이 한 암면에 동시에 새겨져 있어 반구천의 암각화 두 유적은 선사시대의 역사와 문화 연구에 가장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석호 바위그림 연구자(문학박사)는 "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자랑할 만한 반구천의 암각화의 가장 대표적인 독창성은 바로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도감이라는 점이며, 반구천 암각화 속에는 울산만 사람들이 번역한 독창적인 조형언어가 구현돼 있다"라고 말했다.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

▲'반구천의 암각화'세계유산 추진 경과
- 1970. 12. 24. : 천전리 각석 발견(동국대학교박물관 학술조사단)
※ '73. 5. 4. 국보 제147호 지정
- 1971. 12. 25. : 반구대 암각화 발견(동국대학교박물관 학술조사단)
※ '95. 6. 23. 국보 제285호 지정
- 2010. 1. : 세계유산 잠정목록 '선정'
- 2015. 3. :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 심의 '부결'
- 2020. 2. :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 심의 '부결'
- 2021. 2. :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 '선정'
- 2022. 5. : 세계유산 등재신청후보 심의 '보류'
- 2022. 12. : 세계유산 등재신청후보 심의 '보류'
- 2023. 4. : 세계유산 등재신청후보 심의 '선정'
- 2023. 7. : 세계유산 등재신청대상 심의 '선정'
- 2023. 8. : 등재신청서 초안 제출
- 2024. 1. : 등재신청서 영문 최종 제출
- 2024. 3. : 세계유산센터 등재신청서 완성도 검사 통과
- 2024. 5. :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 현장 실사 개최
- 2024. 11., 2025. 2. : 세계유산위원회 자문기구 추가 정보 요청 답변 제출
- 2024. 11. : 세계유산센터 자문기구 종합토론심사 참석
- 2025. 5. : 자문기구 최종 평가 결과 통보 (등재 권고)
- 2025. 7. 12 : 최종 등재 결정 (제4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프랑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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