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언양읍 반구마을, 반구대 암각화가 지척인 이곳에는 선사인들의 숨결과 조선 선비들의 시심, 울산의 자연미가 고스란히 흐른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이 모든 유산을 지키고 예술로 풀어내는 부부가 있다. 바로 집청정 대표 최원석·이도경 부부다.

지난 11일 방문한 집청정에는 문화유산과 예술이 자연 속에 공존하고, 일상이 곧 창작이 되는 삶. 반구천을 품은 이들의 손끝에서 암각화가 새롭게 피어나고 있었다.

집청정 대표 최원석·이도경 부부는 유산을 지키고 예술로 풀어내는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집청정 대표 최원석·이도경 부부는 유산을 지키고 예술로 풀어내는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최원석 씨는 반구천 물소리를 들으며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이자, 자연과 역사, 예술이 만나는 접점을 일상으로 실천해 오고 있다. 반구천에 자리 잡은 '집청정(集淸亭)'은 단순한 정자가 아니다. 병조판서 최진립 장군의 증손, 운암 최신기가 조선 후기 세운 이 정자는 '맑음을 모은다'는 이름처럼 시인과 묵객의 교류처였다. 구한말까지도 400여 수의 시가 남겨졌을 정도로 '구곡문화의 산실' 문화의 중심지였다.

최원석작 천전리명문과 암각화(태양·땅) 쇠 (쟁기)
최원석작 천전리명문과 암각화(태양·땅) 쇠 (쟁기)

이 정자의 맥을 잇고 있는 최원석 씨는 반구천에서 주운 돌, 수백 년간 집청정에 쓰인 나무, 언양의 상징인 소뿔 등 지역에서 얻은 재료로 서각 작업을 해왔다. 그는 "반구천 암각화는 인류가 남긴 예술이자, 우리가 살아온 시간 그 자체"라며 "그 시간의 깊이를 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작품 대부분은 암각화를 모티브로 한다. 단지 모양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을에서 수집한 재료에 시간의 결을 입혀 새로운 생명을 부여한다.

이도경 작 큰 질그릇
이도경 작 큰 질그릇

최 씨의 아내, 이도경 작가는 오랜 시간 옻칠과 민화, 염색 등을 익혀온 전통 예술가다. 서운암에서 성파스님에게 직접 옻칠을 사사 받았으며, 자연에서 얻은 색으로 천을 물들이고, 한지에 민화를 그려냈다. 이 작가의 작품 역시 반구천의 시간과 자연, 그리고 암각화의 정서를 품고 있다. 변하지 않는 옻칠, 천연염료의 깊은 색감, 한지 위에 펼쳐지는 바림 기법은 옛 예술의 정신을 오늘의 미감으로 되살린다.

최원석 씨는 대한민국서각협회 초대작가, 이도경 씨는 한국문인화대전 초대작가로, 전문성과 예술성에서도 이미 평가를 받았다. 이들 부부는 현재 이영자 작가와 함께 '반구천 암각화의 가치를 담다'라는 주제로 집청정 반구대 갤러리에서 3인전을 열고 있다. 전시는 오는 8월 7일까지 이어진다.

"반구천은 그냥 풍경이 아니라, 살아 있는 문화 유산입니다. 이곳에 대대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이 가치의 작품으로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최원석)

"이 마을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반구대 암각화를 소재로 창작활동을 하게 됐어요. 이제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에도 눈을 돌리고, 다양한 생활 소품도 많이 만들고 싶어요."(이도경)

고은정 기자 kowriter1@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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