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조직 개편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하며 기후변화·에너지·환경 정책의 유기적 연결을 목표로 우리나라 주요 정책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기후부 출범에 따라 산하 조직인 '울산기상대'의 변화 가능성도 주목된다. 이미 수년 전부터 양질의 기상·재난정보 신속 제공으로 극한 기상, 태풍, 지진, 화학물질·방사능 유출 등 자연·사회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울산 정주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울산기상대의 울산기상지청 승격이 논의됐지만 정부 조직 축소 기조에 따라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울산이 직면한 기후 위기 상황과 산업수도 울산에 반드시 필요한 기상지청 승격의 당위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 '기후 위기' 직면한 울산
울산 시민들은 이번 가을 지루한 장마와 변칙적인 기상 상황을 겪었다. 극단적이고 변칙적인 기상 현상이 해마다 더 고착화되는 분위기다. 기록적인 폭염, 국지성 집중호우, 태풍, 대형산불 등 형태로 나타나는 극단적 기후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올해 울산은 기상 관측 이래 역대 두 번째로 더운 여름으로 기록됐다. 폭염일수 역시 26일을 기록하며 11년만에 최다치를 경신했고, 인구 대비 온열질환자 발생 수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지난달에는 공사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1명이 숨지는 등 총 188명이 온열질환에 걸려 집계 이래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국지성 집중호우도 잦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8월 온산국가산업단지에 142㎜의 기습적인 폭우로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 인근 도로가 물바다로 변해 차량 침수 피해가 발생했으며, 올해 7월에는 사흘간 171㎜의 폭우가 내려 태화강이 범람하고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겼다.
기후 변화도 체감되고 있다. 올해 장마 기간은 13일로 역대 두 번째로 짧았으며 강수 일도 평년 5.1일로 평년 17.1일 대비 절반 수준 이하로 나타났다. 반면 10월 들어 가을장마를 연상케 하는 잦은 비가 내렸는데, 22일까지 울산의 누적강수량은 155㎜ 이상으로 10월 전체 평년 강수량인 74.8㎜의 2배가 넘는 비가 내렸다.
울산연구원의 울산도시환경브리프에 따르면 최근 10년(2012~2021) 울산의 연평균 기온은 14.62℃로 기상관측이 시작된 직후부터 10년 동안(1946~1955)의 연평균 기온보다 1.56℃ 증가하고 연평균 강수량도 동일 기간에 114㎜ 증가한 것으로 관측됐다.
# 부산청 광역예보 의존 현실적 한계
울산의 가장 큰 리스크는 태풍, 폭우, 지진 등 자연재해가 밀집된 산업단지와 원전을 덮치는 복합재난 발생이다. 울산은 2개의 국가산업단지를 포함해 일반산업단지, 농공단지 등을 모두 합쳐 30여개의 산업단지가 밀집해 있다. 주요 산업으로 자동차·조선을 비롯한 핵심 석유화학단지가 있으며 비철금속, 정유, 펄프 등도 모여 있다. 전국에서 유해화학물질 취급량의 약 30% 이상을 차지하는 지역인 만큼, 가연성 가스 저장 등 수천 개의 위험물 저장탱크가 밀집해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지역에서 발생한 자연재난이 2차·3차 복합재난으로 확대되는 상황을 우려한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울산지역은 석유화학단지를 비롯한 다양한 산단이 밀집해 있고 지진, 침수 등 피해가 발생한다면 생각하지 못했던 2차 재해로 발전할 수 있다"라며 "도시 불투수성이 높은 지역이고 우수관도 오래된 것들이 많아 침수에 취약하다"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같은 극단적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이다. 현재 울산의 기상 정보는 부산지방기상청의 '광역 예보'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부산에서 울산·경남을 아우르는 넓은 지역을 관할하다 보니 복잡한 해안선과 영남알프스 산악지형이 혼재된 울산만의 국지적이고 돌발적인 기상 상황을 정밀하게 예측하고 신속하게 전파하는 데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실제로 지난 태풍 '차바' 당시 울산은 시간당 120㎜가 넘는 비가 내려 현대자동차 공장에 침수 피해가 발생해 생산라인 가동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한 공장 내 출고센터에서 대기 중인 다수 차량도 침수돼 1,000대가 넘는 차량이 폐기됐다. 피해 규모는 수백억원에 달한다. 전국적인 예보보다 지역 맞춤형 기상정보가 필요한 이유다.
심현욱 기자 betterment00@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