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행정당국과 기관들이 공공 '배리어프리(무장애) 키오스크' 의무 도입을 두고 예산의 한계로 단 13대 설치에 그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17일 울산시에 따르면 정부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0조에 따라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접근성 기준을 확보하도록 올해 1월 28일부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의무화하고 있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란 장애인 접근성 향상을 위해 점자블록, 이어폰 단자, 스크린 높이 조절 등을 탑재한 단말기기를 뜻한다.
하지만 시는 시행 약 10개월이 흐른 지금도 공영주차장과 5개 구·군 보건소 모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설치하지 못한 상태다. 시가 지난달 설치 현황을 자체 점검한 결과 △공공도서관 35곳(키오스크 설치 44대) 중 13대 △공영주차장 356곳 중 0대 △5개 구·군 보건소 중 0대가 설치됐다.
전체 설치율로 따지면 총 405대 중 13대로 약 3.2%에 그친다.
정부는 이미 설치된 키오스크의 경우 내년 1월 28일까지 배리어프리 인증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교체 또는 개선하도록 명시했다.
만약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 접수가 가능하며, 법무부 장관의 시정명령 등을 거쳐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정부는 소상공인 등으로부터 '과도한 정책'이라는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자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예외적 조항'을 둘 수 있도록 하는 관련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내용을 살펴보면 예외적 조치로 △1·2종 근린생활시설 중 50㎡ 미만 △소상공인 △테이블오더형 소형제품의 경우 보조기기와 호출벨, 도움을 줄 수 있는 보조 인력을 두면 대체 가능한 식이다.
하지만 공공의 경우 조항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이미 행정당국은 1대 당 약 2,000만원에 달하는 예산의 한계로 '더이상 설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실제 울산에서 설치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대상지를 살펴보면 울산도서관, 종갓집도서관, 울산어린이도서관 등 법 개정이 예고됐던 최근 2~3년 내 완공된 곳이다. 즉 새롭게 시설이 들어오며 배리어프리가 적용된 키오스크를 구매한 것으로, 기설치된 키오스크를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현장의 판단이다.
시 관계자는 "예산의 한계로 이미 설치된 키오스크를 폐기하고 새롭게 들여올 수는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라며 "지난 11일 개정된 법에 호출벨과 보조인력이 있으면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로 변경하지 않아도 된다는 조항이 있다. 소상공인 등 민간에 한한 조항이지만, 이 역시 공공도 해당되는 가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남아있다고 본다. 우리도 호출벨과 보조인력으로 대비하는 것이 최선인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민간에서도 의무 도입이 과도한 정책이라는 반발이 잇따르자 '호출벨'로 대체 가능하도록 했지만, 설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한 장애인단체는 "장애인 정책을 시행하기 위해선 민간·공공이 통일성 있게 진행돼야 한다고 본다"라며 "민간은 강제하기 힘드니 예외로 두고, 공공은 필수로 해야한다고 규정지어 놓으면 실효성은 반으로 줄어든다고 인정하는 것과 같다. 장애인 접근성 향상을 위해 바른 정책이 시행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