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태규 수필가가 계간 『문학예술』 2026년 여름호 신인상에 당선되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올해 78세인 그는 오랜 수필 창작활동에 이어 시라는 새로운 장르로 문학적 지평을 넓히며 지역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시인이 수필가로, 수필가가 시인으로 다시 등단하는 사례는 종종 있지만, 노년에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 등단하는 일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번 신인상 당선작은 「느티나무 아래서」, 「매화꽃길」, 「성묘」 등 3편이다.
“오월이 되면 산바람 타고 애절히 울어대던/두견새는 지금도 고향 산천을 적시며 울고 있을까?//갯내음 풍기며 불어오는 바닷바람은/지금도 시원하게 불고 있을까?//….”
당선작 「느티나무 아래에서」 일부다. 시에는 고향의 풍경과 시간의 결, 지나온 삶을 돌아보는 시선이 담겼다. 두견새 울음, 바닷바람, 들국화, 수리부엉이 같은 이미지들은 단순한 추억을 넘어 삶의 근원을 더듬는 시적 장면으로 펼쳐진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흰 도포자락 날리며/ 지조 높은 선비/ 우련한 향기 흩날리며/봄맞이 시조창을 읊는다.//흰 매화는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꿋꿋한 선비의 화신인가?//….” (당선작 「매화꽃 길」 중)
「매화꽃 길」은 흰 매화를 통해 선비적 지조와 정신의 품격을 노래한 작품이다. 봄을 맞는 장면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니라, 내면의 기품과 절개가 피어나는 순간으로 읽힌다.
“어머니 뵈러 산을 오른다./잣나무, 소나무, 굴참나무 /손을 잡고 언덕으로 오르는 오솔길/새 소리, 바람 소리/푸른 하늘이 청솔가지 위에 내려앉았다./어디선가 조곤조곤 소리 들린다./ ….”(당선작 「성묘」 중)
「성묘」는 어머니를 찾아 산을 오르는 길을 통해 그리움과 효심을 담담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어디선가 조곤조곤 소리 들린다”는 구절은 부재한 어머니의 목소리를 현재로 되살리며 잔잔한 울림을 준다.
심사는 박종해 시인·정민호 시인·이일기 『문학예술』 발행인이 맡았다. 박종해 심사위원장은 심사평에서 “늦은 나이에 시단에 입문했지만, 수필가로서 오랜 시간 쌓아온 문학적 내공이 작품 곳곳에 녹아 있다”며 “진솔하고 명징하면서도 섬세한 시적 이미지가 돋보이고, 시어 또한 상투적이지 않아 독자적인 시적 정체성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또 “훌륭한 문필가는 어느 한 장르에 천착하더라도 여러 장르에 걸쳐 창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김태규 시인이 결국 시로 등단하게 된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며 “비록 늦은 나이에 시단에 등단했지만, 문학의 길에 나이는 상관없고, 다만 어떻게 훌륭한 시를 쓰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아 니겠는가”라고 덧붙였다.
경남 김해 출신인 김태규 시인은 김해 진영종합고등학교에 첫 부임한 뒤 고등학교 교사와 특수학교 교장으로 재직하다 정년퇴임했다. 교직 생활과 함께 문학의 끈을 놓지 않았던 그는 2007년 『수필문학』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울산수필가협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울산 문단에서도 활발히 활동해왔다.
김태규 시인은 당선 소감으로 “독자의 가슴에 와닿는 시를 쓰기 위해 더욱 깊이 사유하고, 많이 읽고 감상하며 꾸준히 습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진정성과 감동이라는 명제를 붙잡고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