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미래 4년을 이끌 일꾼을 뽑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투표소 총 269곳에서는 지역 발전을 열망하는 유권자들의 민심이 한 표, 한 표로 이어졌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가 치러진 3일 울산 남구 삼산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최지원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가 치러진 3일 울산 남구 삼산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최지원 기자
#101세 어르신서 첫 투표 동행 세살 아이까지

울주군지역 투표소 안팎은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들의 행렬로 활기를 띄었다. 다정하게 손을 꼭 잡은 중년 부부부터 정갈한 복장의 수녀, 머리가 새하얗게 센 백발의 어르신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한 행렬이 종일 계속됐다.

올해로 101세 동갑내기인 김두리·오무식 할머니는 휠체어와 보행기에 의지한 채 나란히 투표소를 찾아 소중한 주권을 행사했다. 김두리 할머니는 연신 밝은 표정으로 “바람도 쐬고 기분이 좋다”라며 “나이는 많아도 투표는 할 줄 안다. 내가 찍고 싶은 사람 찍으러 왔다”라고 했다.

배성경(44) 씨는 세살 된 딸 민정양을 안고 투표를 마친 뒤 아이의 작은 손등에 인증 도장을 찍으며 투표를 기념했다. 배씨는 “딸이 태어나고 처음으로 함께 하는 투표라 감회가 새롭다”라며 “우리 아이가 살고 싶은 도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노형균(59)·윤현숙(59) 씨 부부와 딸 규리(28) 씨는 이날 가족 다 함께 나란히 투표소를 찾았다. 노씨는 “선거 때마다 항상 온 가족이 함께 투표하러 온다”라며 “이번 선거는 후보 정보가 다소 제한적이라 공보물을 꼼꼼히 살펴본 뒤 각자 원하는 후보에게 소중한 한 표를 던졌다”라고 전했다.

3일 울산 울주군 온양읍 제1투표소에서 올해로 101세를 맞은 김두리, 오무식 어르신이 투표를 하고 있다. 이수화 기자
3일 울산 울주군 온양읍 제1투표소에서 올해로 101세를 맞은 김두리, 오무식 어르신이 투표를 하고 있다. 이수화 기자
휠체어를 끌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러 온 시민들도 붐볐다. 효문 제1투표소에서는 휠체어를 끈 시민이 투표장 입구의 턱 때문에 3분 동안 진입하지 못하자, 선거관리위원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송말점(94) 씨는 보행 보조기구에 의지한 채 천천히 투표장으로 향했다. 송 씨는 “몸이 불편해도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되는 사람에게 한 표를 주려고 아침부터 나왔다”라며 “투표를 빼먹은 적이 한 번도 없다”라고 말했다.

동구 화정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는 오전부터 많은 유권자가 몰리며 북적였다. 학교 정문 밖까지 대기줄이 이어졌고 시민들은 더운 날씨에도 순서를 기다리며 투표에 참여했다.

줄을 서 있던 시민들 사이에서는 “아침에는 이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라는 이야기가 오갔고, 일부 시민은 긴 대기 행렬을 보고 “줄이 너무 길어 오후에 다시 와야겠다”라며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많은 투표지·복잡한 투표 방식 “어렵네...”

투표가 두 번으로 나눠 진행되다 보니 절차에 어려움을 겪은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다.

1차 투표를 마친 뒤 곧장 출구로 향하려는 이들에게 관계자들은 연신 “투표 한 번 더 하셔야 합니다”라며 소리 높여 안내하는가 하면, 되레 “군의원은 안합니까”라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한 유권자는 “어르신들은 투표용지가 너무 많아서 헷갈릴 거 같다”라고 우려했다.

복잡한 투표 방식에 혼선을 빚으면서 실제 투표용지를 방치하고 떠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온양읍 행정복지센터 투표소에서는 한 유권자가 2차 투표를 마친 후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은 채 기표소에 두고 퇴장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투표지는 다음 차례의 유권자가 발견해 알렸으며, 현장 참관인 등은 이를 공개된 투표지로 간주해 무효표 처리했다.

오전 10시께 북구 효문 제1투표소에서는 입구에 붙은 ‘후보자 사퇴 안내’를 두고 유권자와 북구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간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50대인 한 시민은 “후보자 사퇴에 대한 안내가 없어 무효표가 많이 우려된다. 나조차도 헷갈렸다”라며 “선관위에 항의해도 돌아오는 답은 ‘중립성 위반’ 뿐이다”라고 토로했다. 이 시민은 약 40분간 직접 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후보자 사퇴 안내문을 읽어보라고 지도하기도 했다.

#“여기가 아닌가?”...투표소 헷갈려 돌아가기도

본인의 지정 투표소인 남창고등학교 대신 온양읍 행정복지센터를 잘못 찾은 김순란(86) 할머니는 헛걸음을 했다면서도 투표는 꼭 해야겠다고. 김 할머니는 “지난번에 여기서 투표했던 기억이 나서 당연히 같은 곳인 줄 알았다”라며 “지금까지 투표는 한 번도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해왔기 때문에 다시 투표소를 다시 찾아갈 거다”라며 발걸음을 옮겼다.

대기 줄에 서 있던 한 중년 여성은 투표소가 헷갈리는지 연신 “여기가 맞느냐”라며 불안해했고, 지난해 온양으로 이사 왔다는 한 주민은 장소를 잘못 찾아온 것을 뒤늦게 알고 급히 다른 투표소로 향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동구지역 투표소를 방문한 최순희(61) 씨는 황급히 다시 나오기도. 최 씨는 “최근 주소지를 옮기면서 여기가 아니라 화정초등학교로 가야한다고 한다. 투표소도 바뀐줄 몰랐다”라고 말하며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자신의 투표소로 향했다.

진장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진장동 투표소를 인터넷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아 일단 가까운 투표소로 왔는데, 여기가 아니라고 한다”며 “너무 헷갈린다”라고 말했다.

#고속버스 터미널서 투표를?...엇갈린 반응

보통 투표소는 학교나 행정복지센터 등 관공서에 마련되지만, 마땅한 장소가 없을 경우 해당 지역 내 민간 시설을 활용하기도 한다.

남구선거관리위원회는 울산고속버스터미널 1층 휴게실에 제4투표소를 마련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기존 투표소로 활용하던 회사 사무실과 경로당 등 장소들은 협조가 이뤄지지 않거나 골목길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항의를 받았다”라며 “적합한 공간을 찾다 보니 버스터미널에 마련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금동희(35)씨는 “예전에는 남구청에서 투표했었는데, 버스터미널로 안내를 받아서 신기했다”라며 “투표소가 중심지에 있으니 근처에 볼일을 볼 수 있어서 오히려 좋은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불편함이 크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수 시민은 신기하다는 반응이었지만, 일부는 주차 문제로 불편을 호소해 현장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 50대 남성은 “주차 안내도 없고, 주차할 곳도 없어서 화가 난다”라며 “버스가 정차하는 공간이라도 임시 주차장으로 쓸 수 있도록 해줘야지, 준비가 전혀 안 된 거 아니냐”라고 언성을 높였다.

현장에서 만난 버스터미널 관계자는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투표하면 좋으니까 흔쾌히 장소를 협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는 달리 중앙농협 하나로마트 태화지점에 마련된 투표소에 대해선 호평이 이어졌다.

넓은 주차장에 자차를 타고 온 투표자들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도보로 온 시민들 중에는 건물 2층에서 투표를 마치고 나서 그대로 가지 않고 마트에 들렀다 가려 장바구니와 손수레를 들고 온 경우가 많았다.

유모차를 손수레 대용으로 밀고 온 강정순(66) 씨는 “투표소에서 대기하느라 힘들었는데, 마트에 들어가서 에어컨이라도 쐬니 좀 살 것 같다. 이런 데 투표소 자주 마련해줬음 좋겠다”라고 전했다.

울산 대표 관광지인 태화강 국가정원과 가깝단 점도 긍정적 반응이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인근 명정초와 동강병원남관에 마련된 투표소를 이용한 시민들 대다수가 주말을 맞아 국가정원과 태화강을 찾을 계획이라 답했다. 가족 단위로 나들이 복장을 한 이들을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아이의 손을 찾고 투표소을 찾은 남미정(38) 씨는 “마침 투표소도 국가정원 근처라 나들이 가려고 미리 준비를 해서 나왔다”라며 “아이들이 투표하는 날을 마냥 쉬는 날로 인식하게 하기 보단,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고 쉴 수도 있는 날로 교육하고 싶어서 아이들도 늘 데려온다”라고 말했다.

#투표지 훼손·대기 불만 항의....크고 작은 소동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훼손과 대기 시간 항의 등 크고 작은 소란이 잇따랐다.

울산시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45분께 중구 중앙동 한 투표소에서 30대 A씨가 기표를 마친 뒤 “후보를 잘못 찍었다”라며 새 투표용지 교부를 요구했다.

선거사무원이 규정상 불가능하다고 안내하자 A 씨는 기표한 용지를 찢어 주머니에 넣고 투표소 밖으로 나가려 했다. 이에 선거사무원이 용지 유출을 제지하자 A씨는 용지를 바닥에 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선관위는 경위를 확인한 뒤 고발 여부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날 낮 12시 19분께는 울주군 범서읍의 한 투표소 기표소 안에서 “주인 없는 투표용지가 남아있다”라는 신고가 접수됐다. 선관위는 경위를 파악한 후 해당 용지를 무효표 처리했다.

앞서 오전 8시 55분께 남구 달동의 한 투표소에서는 80대 B씨가 긴 대기 줄에 불만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선거관리인을 밀치는 일이 발생해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사안이 중대하지 않다고 판단해 현장 계도 후 귀가 조치했다.

오전 7시 50분께는 남구 옥동 한 투표소에서는 선거사무원이 유권자에게 동일한 투표용지 2장을 잘못 배부하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유권자는 한 장에만 기표한 뒤 남은 용지를 반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경찰청은 오후 6시 기준 울산 지역 투표소 내 소란 및 오인 신고 등으로 총 5건의 경찰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가 치러진 3일 울산 남구 문수체육관에 마련된 남구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분주하게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이수화 기자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가 치러진 3일 울산 남구 문수체육관에 마련된 남구개표소에서 개표사무원들이 분주하게 투표용지를 분류하고 있다. 이수화 기자
#5개 구군 개표 오후 7시 전후 시작

이날 오후 6시 선거가 마무리 되자 경찰 호송하에 투표함이 속속 5개 구군 개표소에 도착, 오후 7시 전후로 개표가 시작됐다.

개표 전 동구에서는 투표함 봉인과 관련된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대선 당시 활동한 ‘부정선거부패방지대’ 소속 투표참관인이 투표함 봉인 사인 당사자가 현장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으나, 선관위 측은 이상 없음을 확인하고 개표를 진행시켰다.

북구 개표소에서는 개표 사무원이 투표지분류기에 손가락이 찝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부상 정도가 경미해 현장 조치 후 개표 작업에 다시 투입됐다.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개함부 단계에서는 선거(구)별로 구분이 제대로 되지 않고 섞이는 경우가 발생해 개표위원장이 주의를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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