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선 9기 울산이 문화예술도시를 표방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의 전문인력 배치 체계부터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술인 권리보장과 창작 기반 마련이 제도적 과제라면, 이를 현장에서 실행할 문화기관 내부의 전문성 확보 역시 중요한 과제라는 것이다.
현재 울산시 산하 주요 문화 관련 사업소는 울산문화예술회관, 울산시립미술관, 울산박물관, 울산도서관, 울산문화관광재단 등이다. 기관마다 성격은 다르지만, 최근 일부 기관에서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보직에 순환보직 공무원이 배치되거나 핵심 전문직 자리가 장기간 공석이어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박물관과 미술관, 문화예술회관처럼 전시·소장품 관리·공연기획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기관까지 같은 방식의 순환보직 논리로 접근할 수 있느냐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의 전시운영팀장은 미술관의 전시, 작품 관리 등 학예업무를 총괄하는 핵심 보직이다. 그러나 해당 자리는 3년째 공석 상태다.
전시운영팀장은 미술관의 정체성과 전시 방향, 소장품 관리 체계를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자리다. 지역 미술계에서는 울산시립미술관이 개관 이후 지역성과 동시대성을 함께 담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전시운영팀장 공백이 길어지는 것은 조직 안정과 전문성 강화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울산박물관도 전문직 보직을 둘러싼 변화가 있었다. 현재 울산박물관장은 행정직 순환보직으로 운영되고 있고, 전시기획팀장 보직도 논란의 대상이다. 전시기획팀장은 학예사들을 아우르며 박물관 전시 방향을 실질적으로 조율하는 자리로, 그동안 학예직 출신이 맡아왔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순환보직 행정직 공무원이 맡고 있다.
박물관 전시는 단순 행사 운영이 아니라 지역사 연구, 유물 고증, 자료 해석, 교육 프로그램과 맞물려 있다. 이 때문에 전시기획팀장 보직은 행정 운영 능력과 함께 박물관 전문성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울산박물관 소속 대곡박물관의 관장도 학예직 출신이 아니다.
울산문화예술회관 역시 공연기획팀장을 행정 일반직 순환 보직자가 맡고 있다. 회관 측은 직전 공연기획팀장이 개방형 공모로 임용됐으나 임기 재연장이 이뤄지지 않았고, 공모 과정에서 “적격자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또 공연기획팀장 아래 전문경력관이 배치돼 있어 반드시 팀장까지 공연기획 전문가가 맡을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공연기획은 단순 행정업무가 아니라 예술감독, 기획자, 단체, 관객을 연결하는 전문 영역이다. 공연장의 성격과 지역 예술 생태계를 이해하는 팀장급 인력이 장기적으로 기획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문화예술회관 전시교육팀장은 전문경력관이 맡고 있으나 올해 임기가 끝나는 만큼, 향후 해당 보직이 임기제로 유지될지 순환보직으로 전환될지도 관심사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학예사 인사교류 방식이다. 현재 울산시립미술관, 울산박물관, 울산문화예술회관 소속 학예사들이 기관 간 순환근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술 전공 학예사가 박물관으로, 역사 관련 전공 학예사가 미술관으로, 역사 전공 학예사가 문화예술회관으로 발령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겉으로는 모두 ‘전시’ ‘학예’ 업무처럼 보일 수 있지만, 미술관과 박물관, 문화예술회관의 업무는 성격이 다르다. 미술관은 현대미술과 작가 연구, 작품 수집·보존·전시 해석 역량이 중요하고, 박물관은 역사 자료의 고증과 유물 관리, 지역사 연구가 핵심이다. 문화예술회관의 전시 역시 전시장 운영과 대관, 시민 대상 프로그램과 맞물린다. 같은 학예직이라 하더라도 전공과 경력에 따라 전문 영역이 엄연히 다르다.
일부 현장에서는 학예사들이 전시기획뿐 아니라 대관, 주차 지원 업무를 하거나 학예업무는 전혀 하지 않고 도슨트 관리, 프로그램 진행 등 일반 운영 업무만를 맡으면서 본연의 전문 업무에서 벗어나 큰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 문화계에서는 “전문인력을 행정 편의에 따라 배치하면 기관 고유의 역량이 쌓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문화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미술관과 박물관, 문화예술회관이 각자의 고유한 기능을 살려야 하지만 현재의 순환배치 방식은 전문인력의 역량을 오히려 소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울산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인사를 둘러싼 논란도 반복되고 있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초대 대표이사 이후 정권 교체 때마다 대표이사의 전문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져 왔다.
지역 문화정책을 기획하고 예술 현장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인 만큼, 정치적 고려보다 문화행정 전문성과 현장 이해도를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인은 “문화예술기관 운영에 행정 역량이 필요한 건 분명 맞다. 다만 박물관, 미술관, 공연장, 문화재단은 일반 행정기관과 달리 전문성이 기관의 성과와 정체성을 좌우한다. 행정직과 전문직의 역할을 구분하고,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는 그에 맞는 인력을 안정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