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온라인으로 음악을 듣다 보면 누구 노래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구글도 네이버도 모른다. AI 생성 음악의 홍수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특정 장르를 듣다 보면 알고리즘으로 출처 불분명의 AI 음악에 완전히 포위되고 만다.
프랑스 스트리밍 플랫폼 디저(Deezer)는 지난 7월, 하루 업로드되는 신규 트랙의 절반 이상이 AI 생성 음악이라고 밝혔다. 6월 한달 평균 하루 9만곡. 1년반 전보다 9배가 넘었다.
이런 음악은 수익을 빼먹으려고 올라온다. 진짜 '사람' 창작자에게 돌아갈 몫은 그만큼 줄어든다. 디저 조사에서 이용자의 97%는 AI 음악과 인간이 만든 음악을 구별하지 못했고, 80%는 100% AI 생성 음악에 명확한 라벨이 붙어야 한다고 답했다.
법은 이미 답을 갖고 있다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정의한다. 따라서 AI 창작물은 저작권도 발생하지 않는다. 목소리 복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부정경쟁방지법은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무단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했다. BTS 화보집 무단 제작·판매 사건에서 대법원이 부정경쟁행위로 인정한 결정이 이 입법의 직접 배경이었다. 문제는 법이 정작 필요한 곳에 미치지 않는 것이다.
올해부터 시행된 '인공지능발전과 신뢰기반 조성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AI 기본법)은 생성형 AI 사업자에게 AI 생성 사실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그러나 이 법은 AI를 만든 개발사업자와 그것을 이용한 이용사업자에만 적용된다. 유튜브뮤직이나 스포티파이 같은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은 어느 쪽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들 플랫폼은 AI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 이미 생성된 음원 파일만 유통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Suno가 만든 곡을 지니뮤직이 송출한다고 해서, 지니뮤직이 AI를 이용한 것은 아니다. 반면 같은 회사 지니뮤직이 작년 9월 MS 애저 기반 오픈AI 모델을 접목한 'AI DJ'를 내놨을 때는 이용사업자로서 표시 의무를 진다. 같은 회사, 같은 앱, 같은 이용자인데 결과는 정반대다.
만드는 자만 규율하고 유통하는 자를 놓아두면 표시 제도는 없는것이나 마찬가지다.
디저는 세계 최초로 플랫폼 차원의 AI 태깅 시스템을 도입했다. 프랑스 코부즈도 뒤를 이었다. 애플뮤직은 AI 트랙 식별 태그 기능을 시범 도입했고 밴드캠프는 AI음악을 아예 금지했으며, 타이달은 수익화를 차단했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1년간 스팸 트랙 7,500만 곡을 삭제했다. 대량 업로드, 중복, 초단곡 남용 같은 수법을 걸러낸 조치다. 이러한 대응은 모두 자율조치였다. 시장의 질서를 지키려는 최소한의 책임감이다. 우리는 이 최소한조차 아직 하지 않고 있다.
플랫폼을 인간 음악과 AI 음악으로 쪼개자는 발상은 현실적이지 않다. AI 도구로 편곡·믹싱한 하이브리드 창작물을 어느 쪽에 둘 것인가에 답할 수 없고, 영업의 자유 침해 논란도 피하기 어렵다.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표시의 승계다. AI기본법 제31조의 표시 의무를 온라인 음악서비스제공자에게까지 확장해야 한다. 업로드 시점에 AI 생성 여부를 고지받고, 그 표시를 재생 화면에 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둘째, 이용자 선택권 보장이다. AI 생성 트랙을 추천·자동재생에서 제외할 수 있는 필터 기능을 플랫폼에 의무화해야 한다. 규제가 아니라 소비자 선택권의 문제다. 식품 원산지 표시와 같은 논리다. 디저는 이미 AI 태깅 트랙을 알고리즘 추천과 추천 플레이리스트에서 배제하고 있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
셋째, 학습 대가의 정산이다. 일본과 싱가포르는 텍스트·데이터 마이닝(TDM) 면책조항을 도입했다. 그러나 면책과 함께 창작자 보상 체계를 병행 설계해야 한다. 보상없는 면책은 창작자의 재산을 무상 이전하는 수탈일 뿐이다. 산업진흥과 창작자 보호는 양립 가능하다.
나는 인간이 자신의 숨결과 희로애락을 넣어 만든 음악을 더 좋아한다. 취향의 문제겠지만.
60~70년대 팝을 즐겨 듣는다. 그런데 중간중간 비슷한 분위기의 노래가 흘러나와 무심코 듣다가, 나중에 그것이 AI 생성 음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사기 당한 기분이 든다.
기술을 막자는 게 아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밝히고, 들을지 말지 고르게 하라는 것이다.
AI는 예술을 시뮬레이션할 수는 있어도, 예술 그 자체는 될 수 없다.
지금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기술이 아니라 무분별한 수용과 무감각이다.
음악은 여전히 사람의 것이다. 그 소중한 자리를,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