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슈투트가르트(Stuttgart) 라이프프리트 정원(Leibfriedscher Garten) 옆으로 위치한 프라그거리(Pragstraße)를 따라 지하철(U-Bahn)과 일반 차량이 운행하고 있다. 이수화 기자
독일 슈투트가르트(Stuttgart) 라이프프리트 정원(Leibfriedscher Garten) 옆으로 위치한 프라그거리(Pragstraße)를 따라 지하철(U-Bahn)과 일반 차량이 운행하고 있다. 이수화 기자
7월초 독일 슈투트가르트를 찾은 취재팀은 슈투트가르트 정원박람회 역사와 반대로 움직였다. 1993년 국제정원박람회(IGA)가 마지막 녹지 단절을 메운 라이프프리트 정원에서 시작해 킬레스베르크를 둘러본 뒤, 1961년과 1977년 연방정원박람회(BUGA)의 무대였던 도심 궁정정원으로 정원박람회가 슈투트가르트라는 도시를 어떻게 바꿨는지를 살펴봤다.

#도로 위로 계속 이어지는 공원

대중교통을 타고 슈투트가르트 북부 힐데브란트슈트라세(Hildebrandstraße)·임 괴첸(Im Götzen) 일대에서 내려 사마라슈테크(Samarasteg)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보행교 아래로 여러 차선의 도로가 내려다보였다. 다리를 건너자 오른편으로 나무가 올라앉은 둥근 언덕이 나타났다. 봉화대나 작은 성채를 연상시키는 바스티온 라이프프리트(Bastion Leibfried)다.

라이프프리트 정원(Leibfriedscher Garten)에 위치한 ‘라이프프리트 요새(Bastion Leibfried)’는 1993년 슈투트가르트 국제정원박람회 당시 슈투트가르트 그린 U 공원에 설치되었던 인공 전망대로 박람회 이후에도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 이수화 기자
라이프프리트 정원(Leibfriedscher Garten)에 위치한 ‘라이프프리트 요새(Bastion Leibfried)’는 1993년 슈투트가르트 국제정원박람회 당시 슈투트가르트 그린 U 공원에 설치되었던 인공 전망대로 박람회 이후에도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 이수화 기자
1993년 국제정원박람회(IGA) 때 라이프프리트 정원의 일부로 조성된 이곳은 슈투트가르트 도심과 킬레스베르크를 연결하는 8㎞ 길이의 ‘그린 U(Grünes U)’에 포함된 전망공간이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자 또 다른 보행교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 일대에는 도로와 철도 등 교통망이 여러 겹으로 녹지를 갈라놓고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길은 그 앞에서 끊기지 않았다. 도로를 만나면 보행교가 다음 녹지로 이어졌고, 철도와 간선도로로 갈라진 구간도 교량과 보행로를 통해 다시 연결됐다.

도로와 철도를 없앤 것이 아니라 그 위로 사람과 녹지의 길을 이어 붙인 것이다. 1993년 IGA가 그린 U의 마지막 단절구간에서 한 일이 바로 이것이었다.

#1993년, 흩어진 공원을 하나의 ‘U’로

킬레스베르크 타워(Killesbergturm)에서 내려다 본 킬레스베르크(Killesberg) 공원의 모습. 이수화 기자
킬레스베르크 타워(Killesbergturm)에서 내려다 본 킬레스베르크(Killesberg) 공원의 모습. 이수화 기자
당시 슈투트가르트에는 궁정정원도, 로젠슈타인공원도, 킬레스베르크도 이미 있었다.

문제는 이들이 서로 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로젠슈타인공원과 킬레스베르크 사이에는 철도와 대형 간선도로가 여러 겹으로 지나면서 녹지가 잘려 있었다.

730만명이 다녀간 1993년 IGA는 라이프프리트 정원과 바르트베르크를 녹지체계에 편입하고 교량과 보행로를 놓아 기존 공원들을 하나로 연결했다. 궁정정원과 로젠슈타인공원, 라이프프리트 정원, 바르트베르크, 킬레스베르크 등이 연결되면서 약 8㎞의 ‘그린 U’가 만들어졌다.

여러 공원을 하나의 녹지축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은 이미 1920년대부터 추진됐으며 1993년 IGA를 계기로 완성됐다.

DBG 역시 1993년 IGA가 이전 정원박람회에서 조성된 공간들을 하나로 묶어 걸어서 통과할 수 있는 하나의 연속된 공원경관을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이 녹지축은 휴식과 보행공간을 넘어 도심의 더운 공기가 빠져나가고 신선한 공기가 유입되는 도시기후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그린 U의 끝 ‘킬레스베르크’

킬레스베르크(Killesberg) 공원 내에 위치한 킬레스베르크 타워(Killesbergturm)의 모습. 이수화 기자
킬레스베르크(Killesberg) 공원 내에 위치한 킬레스베르크 타워(Killesbergturm)의 모습. 이수화 기자
라이프프리트 일대를 둘러본 뒤 킬레스베르크 고지공원(Höhenpark Killesberg)으로 이동했다.

넓은 잔디와 오래된 수목, 여러해살이식물 정원과 연못 사이로 시민들이 산책했다. 어린이를 태운 소형열차가 공원 안을 돌고 한쪽에는 비어가르텐과 야외공연장도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킬레스베르크는 1993년 IGA 때 처음 만들어진 공원이 아니었다.

공원의 시작은 1939년 제국정원박람회(Reichsgartenschau)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옛 채석장 부지를 정원으로 바꿨고 전쟁으로 훼손된 뒤에는 1949년부터 복구해 1950년 다시 정원박람회를 열었다. 1993년 IGA에서는 기존 설계를 바탕으로 공원을 복원했다.

킬레스베르크(Killesberg) 공원 내에 잔디에 앉아 자연을 함께하는 학생들. 이수화 기자
킬레스베르크(Killesberg) 공원 내에 잔디에 앉아 자연을 함께하는 학생들. 이수화 기자
즉 1993년 IGA는 킬레스베르크를 새로 만든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공원을 도심의 녹지체계와 연결했다.

킬레스베르크 타워(Killesbergturm)는 약 40m 높이의 전망대로 174개의 나선형 계단이 있으며, 계단마다 건설 비용을 기부한 시민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공원을 방문한 아이들이 계단을 따라 전망대 꼭대기로 올라가고 있다. 이수화 기자
킬레스베르크 타워(Killesbergturm)는 약 40m 높이의 전망대로 174개의 나선형 계단이 있으며, 계단마다 건설 비용을 기부한 시민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공원을 방문한 아이들이 계단을 따라 전망대 꼭대기로 올라가고 있다. 이수화 기자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킬레스베르크탑도 IGA 시설은 아니다. 174개 계단과 나선형 케이블 구조로 만들어진 이 전망탑은 시민들의 건립비 참여를 거쳐 2001년 문을 열었다. 박람회가 끝났다고 공원의 변화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던 셈이다.

#마지막에 찾은 궁정정원, 그린 U의 출발점

독일 슈투트가르트 중심부에 위치한 상부 궁정정원(Oberer Schlossgarten) 안에 위치한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극장(Oper Stuttgart)의 모습. 이수화 기자
독일 슈투트가르트 중심부에 위치한 상부 궁정정원(Oberer Schlossgarten) 안에 위치한 슈투트가르트 오페라 극장(Oper Stuttgart)의 모습. 이수화 기자
독일 슈투트가르트 상부 궁정정원(Oberer Schlossgarten)에서 일상의 휴식을 즐기는 시민들. 이수화 기자
독일 슈투트가르트 상부 궁정정원(Oberer Schlossgarten)에서 일상의 휴식을 즐기는 시민들. 이수화 기자
다시 도심으로 내려가 궁정정원(Schlossgarten)으로 향했다. 취재 순서로는 마지막이었지만, 슈투트가르트가 정원박람회를 도시 녹지 재편의 수단으로 본격 활용하기 시작한 출발점에 가까운 곳이었다.

지금은 상부·중부·하부 궁정정원이 하나의 녹지축처럼 이어져 있지만, 1961년 BUGA 이전에는 상부와 중부 궁정정원 사이를 차량도로가 갈라놓고 있었다. 슈투트가르트는 600년 역사의 궁정정원을 시민을 위한 공공녹지로 재편하고, 두 공원 사이에 보행교를 놓았다.

DBG는 “이 방식이 이후 다른 BUGA에서도 활용된 새로운 보행 연결 방식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1961년에는 도심 안에서 끊긴 두 공원을 이었다.

16년 뒤 열린 두 번째 BUGA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하부 궁정정원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도심의 녹지를 네카어강과 광천지구 방향으로 확장했다.

슈투트가르트 궁전광장(Schlossplatz) 중앙에는 국왕 빌헬름 1세의 즉위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841년에서 1846년 사이에 세워진 약 35~37m 높이의 주빌리 기념탑(Jubiläumssäule)이 있다. 이수화 기자
슈투트가르트 궁전광장(Schlossplatz) 중앙에는 국왕 빌헬름 1세의 즉위 2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841년에서 1846년 사이에 세워진 약 35~37m 높이의 주빌리 기념탑(Jubiläumssäule)이 있다. 이수화 기자
슈투트가르트 궁전광장(Schlossplatz)에서 일상을 즐기는 시민들. 이수화 기자
슈투트가르트 궁전광장(Schlossplatz)에서 일상을 즐기는 시민들. 이수화 기자
하부 궁정정원(Unterer Schlossgarten)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상부 궁정정원에서 네카어강변으로 이어지는 녹지를 만들었다. 주변 주거지에서 공원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10개의 새로운 보행 연결시설도 조성했다. 슈바넨플라츠(Schwanenplatz)의 10개 인공 간헐천 ‘베르거 슈프루들러(Berger Sprudler)’도 이때 만들어졌다.

슈투트가르트시는 1996년 내놓은 IGA 1993 평가자료에서 슈투트가르트가 1939년과 1950년, 1961년, 1977년 정원박람회를 거치며 공원을 새로 만들거나 복원·재편해 왔다 설명하면서 “목표는 언제나 도시계획상의 문제도 함께 해결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50년 뒤 또다시 BUGA… 이번에는 네카어강

슈투트가르트의 정원박람회를 통한 도시개조는 1993년에서 끝나지 않았다. 슈투트가르트시는 인접한 에슬링겐·루트비히스부르크, 슈투트가르트 광역연합과 함께 2043년 BUGA 개최를 목표로 타당성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50년 만에 다시 정원박람회를 도시전환의 계기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4월에는 도시·조경, 생태, 물관리, 시민참여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타당성조사 계획팀도 선정됐다.

슈투트가르트 프랑크 노퍼 시장은 “1993년 IGA의 그린 U가 했던 역할을 2043년에는 네카어강을 따라 이어지는 ‘블루 밴드’가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연방정원박람회협회(DBG) 아힘 슈뢰머(Achim Schloemer) 대표. DBG제공
독일연방정원박람회협회(DBG) 아힘 슈뢰머(Achim Schloemer) 대표. DBG제공

“200만 관람객보다 중요한 건 박람회 이후의 도시”


슈투트가르트에서 확인한 ‘박람회 이후의 도시’를 독일은 어떻게 제도적으로 만들어내고 있을까. 독일 BUGA와 IGA를 총괄·조정하는 독일연방정원박람회협회(DBG) 아힘 슐뢰머(Achim Schloemer) 대표에게 개최지 선정 기준과 운영방식을 물었다.

#DBG 아힘 슈뢰머 대표

△BUGA는 어떻게 조직되고 운영되나.

―독일에서는 1951년부터 2년마다 연방정원박람회(BUGA)가 열리고 있으며, 10년마다 국제정원박람회(IGA)가 개최된다. 올해로 75년의 역사를 갖고있다.

DBG는 1993년부터 BUGA와 IGA를 조직·조정해 왔다. ‘Bundesgartenschau’, ‘BUGA’, ‘IGA’ 명칭에 대한 상표권도 DBG가 보유하고 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도시나 지역연합이 DBG에 개최를 신청하면 사업 여건과 계획을 검토해 개최에 필요한 조건을 갖췄는지를 심사한뒤 해당 도시나 지역에 BUGA 또는 IGA를 개최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부여한다.

△개최지 선정 때 중요하게 보는 것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박람회가 끝난 뒤 새로 만들어진 공원과 녹지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계획이다.

BUGA와 IGA 개최 도시가 약 6개월 동안 열리는 행사와 약 200만명의 관람객 유치 효과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박람회를 통해 조성된 녹지가 장기적으로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의 기후 회복력을 강화해야 한다.

△개최 준비 과정에서 DBG는 어떤 역할을 하나.

―BUGA는 최초 아이디어가 나온 뒤 실제 박람회를 열고 새로운 녹지를 조성하기까지 오랜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DBG는 초기 단계부터 자문에 참여한다.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박람회를 전담할 실행법인을 설립하고, 성공적인 박람회를 함께 만들어 간다.

또 DBG가 축적해 온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지방정부와 전문가, 조경·원예 분야 관계자 등 다양한 참여 주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과제를 함께 풀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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