섶섬이 보이는 풍경, 1951, 32.3×58.6cm, 패널에 유화 물감, 이중섭미술관 소장
섶섬이 보이는 풍경, 1951, 32.3×58.6cm, 패널에 유화 물감, 이중섭미술관 소장
이중섭과 그 가족은 1950년 12월 6일 원산에서 출발해 3일 만에 부산에 도착했다. 훗날 아내 마사코는 당시를 ‘돌아갈 줄만 알고 품에 지닌 거라고 작은 불상과 미술 도구가 담긴 오일 박스뿐’일 정도로 무방비 상태로 월남했다고 했다. 이중섭은 이때부터 어머니와 영영 이별하는 대가로, 지독한 가난과 끝내지 못한 고독을 만나게 된다.

부산에서 서귀포로 간 그는 캔버스를 구할 수 없어 마을 주민이 구해준 합판에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 〈섶섬이 보이는 풍경〉은 이 시기에 그린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한 풍경으로 보이지만, 작가의 고독과 슬픔이 그대로 녹아 있는 작품이다. 이중섭의 예술적 재능과 감성을 우리가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거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화면 앞쪽에는 황토색 빛 초가집이 자리하고, 푸릇푸릇한 작은 들판이 바다로 향하고 있다. 초가집 지붕 위로 솟은 전봇대에서 보이는 골목길은 섬도코지 끝에 매달린 작은 집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너머 푸른 바다 한가운데는 짙은 회색 섬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섶섬’이다. 화면 앞에 놓인 나뭇가지에 아직 잎이 돋지 않은 모습으로 보아, 겨울을 막 벗어난 2월 초 어느 날 그린 작품으로 추정된다.

이 그림에는 평범한 풍경을 남기고자 했던 이중섭의 깊은 눈길이 곳곳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수아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김수아 울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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