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서귀포로 간 그는 캔버스를 구할 수 없어 마을 주민이 구해준 합판에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었다. 〈섶섬이 보이는 풍경〉은 이 시기에 그린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한 풍경으로 보이지만, 작가의 고독과 슬픔이 그대로 녹아 있는 작품이다. 이중섭의 예술적 재능과 감성을 우리가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거의 첫 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화면 앞쪽에는 황토색 빛 초가집이 자리하고, 푸릇푸릇한 작은 들판이 바다로 향하고 있다. 초가집 지붕 위로 솟은 전봇대에서 보이는 골목길은 섬도코지 끝에 매달린 작은 집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너머 푸른 바다 한가운데는 짙은 회색 섬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섶섬’이다. 화면 앞에 놓인 나뭇가지에 아직 잎이 돋지 않은 모습으로 보아, 겨울을 막 벗어난 2월 초 어느 날 그린 작품으로 추정된다.
이 그림에는 평범한 풍경을 남기고자 했던 이중섭의 깊은 눈길이 곳곳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