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는 23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주관으로 ‘제9회 디지털 이코노미 포럼’을 개최했다. 올해 포럼은 ‘AI가 만드는 성장, 모두가 누리는 성장’을 주제로 제조업의 AI 전환과 미래 성장동력, 일자리 및 지역경제의 변화 등을 다뤘다.
권대영 재정경제부 1차관은 개회사에서 “이제는 우리나라가 AI 시대를 선도해 나가야 할 때”라며 피지컬 AI 예산을 올해 9천억원에서 내년 3조1천억원으로 늘려 제조업과 로봇의 생산성 혁신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최지영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환영사에서 디지털 혁신을 이끌어 온 스타트업의 역할을 강조하며 AI 성장의 성과를 기업과 국민, 지역이 함께 누리기 위한 정부·학계·기업의 협력을 당부했다. 우리 산업현장의 거대한 담론이 다뤄진 포럼 현장을 본지 김진영 뉴스룸 국장이 다녀왔다. 핵심 내용을 정리해 소개 한다. 편집자
김진영 울산매일신문UTV 뉴스룸 국장이 좌장을 맡고 성민석 원프레딕트 부사장, 임경섭 산업통상부 과장, 최재식 KAIST 김재철AI대학원 석좌교수 겸 인이지 대표이사가 패널로 참여했다.
김 국장은 모두발언에서 울산을 대한민국 산업화의 산 증인으로 소개했다. 1962년 공업센터 지정 이후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을 중심으로 산업화를 이끌어 온 울산이 이제 AI 전환이라는 새로운 과제 앞에 섰다는 것이다. 그는 제조업의 AX 성과는 기술 도입 건수가 아니라 설비 가동률과 생산성, 에너지 효율, 작업자의 안전 등 실질적인 변화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증된 분야부터 단계적 확대하는 접근 필요”
첫 번째 쟁점은 피지컬 AI의 실체와 가능성이었다. 김 국장은 제조현장에서 피지컬 AI가 진정한 기술혁명인지, 새로운 이름을 붙이는 데 그치는 것인지를 물었다.
성민석 부사장은 “피지컬 AI라는 이름에는 인플레이션이 분명히 있지만, 그 이름 아래서 일어나는 기술들의 수렴까지 인플레이션인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용어가 과장돼 사용되는 측면은 있지만 실제 기술의 변화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성 부사장은 특히 “AI가 움직이는 공장은 제조 운영의 일부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 구조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랫동안 따로 발전해 온 기술들이 파운데이션 모델을 중심으로 연결되기 시작한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개별 설비의 고장을 예측하는 단계를 넘어 생산계획과 정비체계, 공정 최적화를 하나로 연결하는 ‘AI 네이티브 팩토리’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대규모 생산설비와 복잡한 공정을 갖춘 울산 제조업에도 중요한 과제다.
최재식 교수는 제조업의 AI 전환 과정을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단계에 비유했다. 그는 “제조업의 AI 전환 과정은 자동차의 자율주행 발전 단계와 비슷한 구조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가 공정 일부를 지원하는 수준에서 점차 적용 범위와 판단 능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특히 울산처럼 제조업 기반이 강한 산업단지에서 석유화학을 비롯한 중화학 분야의 AI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제조공정의 온도와 환경 등을 예측하는 AI 기술을 적용해 물성 예측 정확도 95%, 에너지 5% 절감이라는 성과를 거둔 사례도 소개했다.
에너지 소비가 많고 공정 안정성이 중요한 석유화학 산업에서는 작은 효율 개선도 비용 절감과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기존 공정제어 기술이 효과적인 영역과 AI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을 구분하고, 검증된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제조업 기반 풍부한 데이터, 피지컬 AI 경쟁력”
정부의 역할도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 김 국장은 산업통상부가 추진하는 AI 팩토리와 산업 AI 솔루션, 산업단지 AX 사업이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다.
임경섭 산업부 과장은 “정부는 공장과 로봇에 AI를 입히는 데 협력자와 조정자 역할을 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의 강한 제조업 기반과 공장에서 축적되는 풍부한 데이터를 피지컬 AI 분야의 경쟁력으로 꼽았다.
정부 지원이 기술 도입에 머물지 않고 기업의 생산성 개선과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특히 개별 대기업의 성공사례를 협력사와 중견·중소기업으로 확산하는 문제가 강조됐다.
김 국장은 데이터와 자금, 인력, 기술, 조직문화 가운데 협력사의 AX 전환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대기업 중심의 성공이 산업 전체의 성과로 이어지려면 협력사의 투자 부담과 기술·인력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이 문제는 대기업과 수많은 협력사가 연결된 울산의 산업구조와 직결된다. 대기업은 AI 전환에 속도를 내는데 협력사가 뒤처진다면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 향상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데이터의 활용과 보호도 핵심 과제로 제기됐다. 공정 데이터는 AI 학습의 중요한 자원이지만 기업의 영업비밀이자 경쟁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대기업과 협력사가 공동으로 AI 모델을 활용하려면 데이터 표준화와 보안체계, 활용 범위와 성과 공유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장 숙련자의 역할도 주요 쟁점이었다.
김 국장은 오랫동안 축적된 작업자의 경험을 AI에 학습시키면서 현장 역량과 신뢰를 유지할 방법을 물었다. AI 개발자와 공정 엔지니어, 숙련자가 함께 기술을 검증하고 활용하는 협력체계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
AI 적용의 한계와 안전성 문제도 다뤄졌다. 제조업에서는 작은 판단 오류가 생산 차질이나 대규모 설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AI 적용 범위를 넓히더라도 안전성과 책임소재, 투자 대비 효과를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번 좌담회는 제조업의 AX 전환이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공장의 운영방식과 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과정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자동차와 조선, 석유화학이 집적된 울산은 대규모 설비와 풍부한 공정 데이터, 현장 숙련을 갖춘 산업 AX의 중요한 실증무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의 성과가 생산성과 에너지 효율, 안전 개선으로 입증되고 대기업에서 협력사로 확산해야 비로소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높아진다. AI를 얼마나 많이 도입했느냐보다 산업현장이 얼마나 달라졌느냐가 AX 대전환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라는 점도 분명한 과제로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