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은 시민 생명과 보건을 지탱하는 가장 기초적인 공공재이자 타협할 수 없는 기본권이다. 울산시가 어제 브리핑을 통해 내년도 상수도사업특별회계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1,600억 원으로 편성하고 노후관 정비, 외곽 급수망 확충, 정수장 시설 개선에 전면 착수하기로 약속한 것은 시의적절하며 마땅한 책무다.
울산의 상수도 환경은 심각한 노후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총연장 3,815㎞의 관로 중 4분의 1에 달하는 918㎞가 매설된 지 30년을 넘겼고, 노후관 비율은 매년 2% 이상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 산업도시라는 특성상 대형 화물차량 통행에 따른 지반 진동과 하중 부담이 커 관로 파손 및 누수 위험은 타 지자체보다 훨씬 심각하다. 지하에 묻힌 배관의 균열은 도심 싱크홀, 단수 대란, 수질 오염 등 시민 안전을 직격하는 재난으로 번질 수 있다. 사전 예방적 정비가 한시도 지체될 수 없는 이유다.
이러한 현실에서 울산시가 노후관 정비와 세척에 올해보다 대폭 늘어난 196억 원을 투입하고, 2032년까지 총 520억 원 규모의 국비 지원 정비사업과 스마트 관망관리시스템 구축을 병행하기로 한 결정은 잘 한 일이다. 더불어 여전히 지하수와 계곡물에 의존하던 울주군 반용마을 등 도심 외곽 470세대에 상수도를 보급하고, 수질오염 사고가 빚어졌던 두산리 일대에 배수관을 매설하는 등 급수 소외지역 해소에 나선 점도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그러나 예산 증액과 화려한 장기 계획 수립만으로 안심할 수는 없다. 수돗물 공급체계는 관망 연결부 하나, 밸브 한 군데의 균열로도 전체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는 극도로 민감한 망(網) 구조다.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상수도관 파열사고가 그 증거다. 요금 인상이라는 시민들의 부담과 귀중한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철저한 안전 관리와 빈틈없는 시공이 뒤따라야 한다.
울산시는 계획된 20개 노후관 정비 사업과 회야정수장 시설 개선, 송수관로 복선화 공사를 추진함에 있어 단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정밀 시공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IoT와 AI 기반의 스마트 관리망 도입 역시 단순 전시행정에 그치지 않고 현장 데이터와 완벽히 연동되도록 실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맑고 안전한 물’은 구호가 아닌 완벽한 현장 관리와 무결점 실행을 통해서만 식탁에 도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