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두서면 내와리 주민들이 마주한 현실은 참담하다 못해 처절하다. 대대로 터를 잡고 살던 마을의 농토가 하룻밤 사이에 악취를 뿜어내는 4만 톤의 산업폐기물 무덤으로 둔갑했다. 비만 오면 인근 복안천과 지하수로 스며드는 검붉은 침출수에 주민들은 생업을 팽개친 채 밤잠을 설치고 있다. 원상복구에만 110억 원에 달하는 혈세가 들어가야 할 판이다. 외지에서 발생한 유해 폐기물이 조직적인 브로커의 손을 거쳐 울산의 농촌 안방으로 밀려들어오는 동안, 현행 제도는 이를 사전에 걸러내지도 막아내지도 못했다.
이 같은 비극을 끊어내기 위해 지역 정치권이 내놓은 법안들이 마침내 국회 정식 심사대에 올랐다. 울주군 서범수 의원이 최근 대표 발의한 ‘농지법’과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은 내와리 참사를 겪으며 뼈저리게 확인된 법적 사각지대를 정밀하게 겨냥하고 있다. 무엇보다 농지개량을 핑계로 서류 한 장 내밀고 유해 오염토를 마구잡이로 쏟아붓던 단순 ‘신고제’를 깐깐한 심사를 거치는 ‘허가제’로 바꾸는 일은 늦었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여기에 불법 매립 신고포상금제 도입은 면적이 넓고 감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울주군 일선 행정의 치명적인 공백을 메워줄 현실적 방안이다.
폐기물 성분 검사 결과를 둘러싼 ‘깜깜이’ 관행을 바로잡는 조항 역시 울산에는 더없이 절실하다. 유해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한 ‘지정폐기물’로 판정돼도 분석기관이 지자체에 알릴 의무가 없어, 배출자와 업자가 이를 은폐하고 농지에 묻어버리는 범죄가 반복되어 왔다. 검사 결과를 관할 지자체장에게 즉시 통보하도록 의무화하고 거짓·미신고 과태료를 대폭 높이는 것은 ‘폐기물 세탁’의 사슬을 원천 차단하는 핵심 열쇠로 작용할 것이다.
농지에 한 번 스며든 중금속과 오염물질은 수십 년간 토양을 파괴하고, 침출수는 인근 하천과 지하수를 오염시켜 식수원 안전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사후 적발과 수백억 원대의 세금을 쏟아붓는 행정대집행만으로는 결코 2차, 3차의 내와리 참사를 막아낼 수 없다.
법안은 이미 국회에 제출됐다. 이제는 국회가 응답해야 할 차례다. 여야를 떠나 이번 개정안을 최우선 민생 법안으로 올려 하루속히 처리하기 바란다. 국회가 입법을 미적거리는 사이 또다른 농촌 마을이 불법 폐기물의 무덤으로 변할 수 있다. 국민의 안전한 터전과 생활환경을 지키는 일에 국회가 단 하루라도 지체해선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