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부인의 논문표절에 대한 의혹 때문에 해당 대학은 여전히 편안하지 못하다. ‘표절률'은 본문 중 대략 문장의 10% 이내에서 일치율은 보이면 용인이 되나 그 이상이면 표절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회화를 비롯한 시각 예술작품의 ‘표절률'은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왜냐면 논문은 사람이 읽던 기계가 읽던 다 훑어봐야 알지만 그림(시각예술작품)은 보는 순간 바로 알아차리기 때문에 굳이 비율로 따질만한 이유가 없다. 문자언어는 개량화된 수치로 판단하겠지만 시각언어는 아직 그에 대한 공식적 규정은 없다. 그렇더라도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면 비슷한 그림이나 사진을 찾아주는 사이트가 있다. 즉 빅 데이터에 의한 일치율을 찾아 나가는 방식일 것인데 주제, 구도, 색상의 일치율을 보는 것이라 짐작한다. 문자 언어인 ‘논문'으로는 구현할 수 없는 구도와 색상을 시각화하는 것은 인간의 감성을 이성적으로 정리한 표현이다. 즉, 뇌 속에 잠재돼 있던 자신의 성정(性情)이 시각기호로 치환 되어져 표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소위 나만의 ‘개성'이란 것이다. 시각예술가란 내재된 자신의 '개성'을 찾아내어 남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를 구별해내어야 하는 통찰력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성된 결과와 감정을 시각언어로 재현하기 위한 끊임없는 훈련과 연습을 하는 사람이다. 이 과정을 거치며 화폭 위에 자신의 존재가 표현되었을 때 '독창성'을 획득했다고 말하며 ‘예술작품’이 되기 위한 기본을 갖춘 것으로 본다. <저작권법>에서 ‘저작물'은 창작물로 한정 짓고 있다. '한 개인'의 창작물이라 하면 더 명확하다. 저작권의 한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독자성을 가지고 새롭게 제작됐다라는 것이다. '독창성(originalty)'은 이처럼 자신만의 것으로 창조되고 기획돼 졌다는 말이다.
시각예술 중 회화나 사진에서의 '독창성을 구성하는 요소'는 첫째, 작품의 주요 '소재나 제재'로서 인생 전반의 여러 상황에서 자신이 무엇을 선택하는가 하는 '행위 그 자체'를 말함이며 둘째, 작품의 '구도와 색상'은 선택된 소재나 제재를 화면상 어디에 어떻게 무슨 색조로 배치하는가 하는 것으로 '독창성 요소'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나뭇잎을 한 장 그리더라도 화면의 위쪽에 놓는 것과 아래쪽에 놓는 것은 주제 의식이나 강조하는 방향이 크게 바뀐다. 색조 또한 위치, 방향, 면적 및 위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셋째는 ‘표현 기법'인데, 붓질의 방법, 농담(濃淡), 사실적, 추상적 기법 등 무한한 방법이 있으며, 마지막으로 물감재료와 화면지지체(종이, 캔버스 등)의 선택이다.
이 네 가지 범주 중 첫째와 둘째가 비슷하다면 모방이나 카피 혹은 표절을 했다는 평가를 받을 확률이 높다. 똑같은 소재가 거의 똑같은 구도와 색상으로 그려질 확률은 원작자가 아닐 경우 거의 제로다.
세계적 명화나 명작사진을 보고 모방해도 되고 그대로 복사해도 된다. 아무도 이에 대해 비난할 수 없다.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며 결코 같은 감동을 주는 작품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원작을 보고 그렸다는 것을 표시하지 않고 대중에 발표하는 행위나 자신의 창작물처럼 여기게 하는 것은 구도와 소재와 색채를 자신이 발견하고 선택한 것 처럼 위장하는 것이다. 독창성의 획득에 실패한 것이다. 아류이며 모방이며 베끼기로 다른 작가가 이룩해놓은 예술적 성과와 업적을 말없이 가져다 쓰는 것이다.
열 걸음 정도 물러나 모방작품이 작품성을 인정받으려면 원작의 감동을 압도하는 예술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있다. 우리가 예술품을 보러 가는 이유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순수성과 창작성과 열성을 느끼고 싶어서이다. 그런 것이 감동이다. 감동은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 자체가 감동적 존재이어야 하는 것이다. 이상수 미술비평·전시기획자·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실장·전 조지타운대 연구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