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 500만원 이상 보장한다. 항공권도 제공해줄게. 취업 어려운데 해외에서 돈벌어보는게 어때."
20대 A씨는 지인의 말에 솔깃했다. 국내 취업은 막막하기만 한데 해외에서 고수익이 보장되는 취업이라니 '해볼만하다' 생각했다. 일을 잘하면 보너스도 준다고 했다. 캄보디아 현지에서 생활은 호텔에서 한다했고 식사도 제공된다고 했다. A씨는 캄보디아로 향했다. 캄보디아에 도착하니 비슷한 나이대의 직원들이 있었다. A씨는 1주일 교육을 받고 로맨스스캠, 주식과 코인 투자를 유도하는 사기 범죄에 가담하는 일이란걸 깨달았다. A씨는 '일을 못하겠다.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라고 말했다. 쉽게 놔줄리 없는 범죄조직은 A씨로부터 '한국에 가서 발설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 휴대전화를 초기화 시킨 후에 한국으로 돌려보냈다.
A씨가 본 범죄조직이 하는 일은 캄보디아 현지 사무실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로맨스스캠을 한 후, 주식 또는 코인 등 관심사에 따라 투자를 유도하고, 투자에 관심없는 남성에게는 조건만남, 몸캠 등으로 유혹해 돈을 뜯어내고 있었다.
이 조직은 캄보디아의 20층 규모의 카지노 건물을 사들여 1~2층은 카지노와 유흥업소 등을 운영하고, 3층부터는 숙박시설로 운영했다. 일부 층수에서 범죄조직이 사무실로 사용하며 수익 창출을 위해 조직원들을 고용하고, 범죄에 가담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에 가담한 직원들이 받은 돈은 월 200~300만원 가량이었고, 인센티브를 받은 직원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밤낮없이 대상자를 물색했고, 주로 데이트앱을 이용해 여자인척 하며 남자들에게 접근했다. 주요 타깃층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40대 남성들이었다.

울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이 같은 수법으로 61명으로부터 65억원을 가로챈 사기 조직원 23명을 범죄단체조직,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로 조직 관리자와 상담사 등 18명을 구속하고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은 총책, 부총책, 관리책, 상담원 모집책, 상담원 등 역할을 분담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상담원 대다수는 20대 초반의 사회 초년생들이었다.
조직은 대포폰, 대포계좌 등을 마련해놓고 상담원에게 대상자를 물색하도록 시켰다. 데이팅앱을 통해 한국인 남성에게 접근하고, 주식과 코인 투자를 하면 큰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친밀감을 쌓기 위해 최소 1주일에서 최대 2달까지 대화를 나누며 상대의 관심사를 분석하고, 투자를 유도해 돈을 뜯어냈다. 허위주식거래소 사이트를 보여주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고, 수익금을 출금하려면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선제 조건'을 달며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조직은 조직원간 가명과 텔레그램을 사용했고, 건물 외부에 나갈 경우 단체로 움직이도록 하는 등 개인 활동을 철저히 제한하며 현지 경찰 단속과 국제 공조 수사망을 피해왔다.
울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다각적인 수사로 투자리딩방 상담원과 이들을 모집한 총책 등 관련자 23명을 울산을 포함한 전국 각지에서 붙잡았다. 경찰은 범죄 조직의 총책과 그 윗선 등 6명에 대해 인터폴에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해 적색수배를 걸어놓은 상태다. 경찰은 조직이 은닉한 범죄수익에 대해서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고수익을 올리는 해외취업은 조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각종 SNS를 통해 여성들이 접근하고, 한국어가 어설프면 범죄조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경찰청 형사기동대 관계자는 "범죄 피해자들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본인들이 사기조직에 가담을 했다가 도망쳐 나왔을 경우 본인 범죄가 연루될까봐 신고를 하지 못하는 피해자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숙식제공과 고수익을 보장하는 해외취업은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섣불리 갔다가 감금되거나 납치되는 경우도 많기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NS상에서 여성들이 '혼혈'이라 한국어가 서투르다고 하거나 대화 내용이 번역기를 돌린 말투라면 범죄 대상자가 됐을 확률이 높다.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피해자의 돈을 빼앗고 일상을 무너뜨리는 금융범죄에 대해 끝까지 추적하고 붙잡아서 법적 책임을지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