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필자는 우리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탄소중립 운동에 대해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는 중이다. 각종 특강과 신문 칼럼 등을 통해 기후변화의 위기, 탄소중립으로 나아가는 전 세계의 동향, 신재생에너지의 글로벌 성장 현황, 기후위기와 EU의 무역장벽 등 기후위기와 탄소중립과 같은 다소 무거운 주제부터 자전거타기, 보일러 온도 낮추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등과 같이 일반 시민이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탄소중립 실천들에 대해서도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오늘은 ‘어류’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자. ‘어류’란 단어를 머릿속에서 연상해 보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이나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고 돌아다니는, TV에서 보여주는 우리 생태계의 건강한 구성요소로 어류가 생각날 것이다. 형형색색의 빛깔과 무늬를 가진 어류들이 강이나 바다에서 헤엄치는 것은 자연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또 자유로운 생명체를 상징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 바로 어류인 것이다.
그러나 어류는 단순히 인간의 감성을 건드리는 생명체가 아니다. 우리 인간에게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을 제공해 주는 훌륭한 먹거리다. 어류는 예로부터 인류에게 식량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해 왔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아시아, 아프리카, 카리브해와 대서양 섬나라 등과 같은 빈곤한 나라들에게 중요한 동물성 지방의 공급원이 되고 있다. 어류는 과거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단백질’이라 불리기도 했다. 즉 어류는 부유한 나라 - 세계적으로 볼 때 유럽이나 북미 - 보다는 가난한 나라에서 더 많이 이용되는 식량자원인 셈이다.
또한 어류를 잡는 산업인 어업은 우리의 식품산업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1년에 어업을 통해 생산하는 어획량은 2021년 기준으로 360억t 정도로 세계 14위 수준이다. 전 세계 바다 면적의 55%에서 지금도 상업 목적의 어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농지 면적의 4배, 단일 산업으로는 가장 큰 면적을 자랑한다. 이렇게 어류는 우리의 큰 식량자원이며, 산업을 제공하고 있다.
올해 8월 국회미래연구원에서 발표된 ‘기후위기 시대의 수산업 지속적 발전방안 연구’보고서에 보면, 2020년부터 우리나라 해안 전역에서 기후변화로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으며, 연근해역 어획량이 남해와 서해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감소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감소요인으로 과도한 어획, 조업 어장 축소, 불법어업 증가와 함께 해양오염과 기후변화(생태계 변화)를 꼽고 있다.
또한 이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다양한 법과 조례 등이 제정되고 있지만 대부분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부분에 집중돼 있으며, 기후변화에 따른 파급력이 높은 영역인 해양 및 연안환경에 대해서는 개별법이나 기후변화 대응 법률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 지적했다.
이는 우리나라 해양이나 수산분야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아직까지 그리 크지 않으며, 이 분야에서의 기후변화대응 기술 개발도 빠르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앞으로 기후변화에 의해 초래될 수산자원 부문의 취약성을 예방하고 해양 생태계의 변화 등에 잘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보인다.
그러면, 기후변화에 의해 이렇게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해양 생태계와 어족 자원의 보호를 위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될 일이 무었인가? 중요한 식량자원인 어류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양식 어자원의 확보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22년 수산업 및 양식업 보고서에서 전 세계에서 양식으로 생산되는 어류와 새우, 조개 및 기타 해양 동물의 양이 전 세계 바다에서 포획되는 양을 사상 처음으로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30년 동안 수산물 포획량이 정체됨에 따라 양식 생산량이 포획량을 넘어서는 전환점이 다가올 것이라 예상해 왔었는데, 전 세계 수산물 포획량이 2021년 9,160만t에서 2022년 9100만t으로 줄어든 반면 양식 생산량은 9,110만t에서 9,440만t으로 늘어나면서 이렇게 인류 역사상 최초로 포획과 양식이 역전되는 날이 온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양식 생산량은 1970년 12만t에서 2018년 222만t으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비록 2020년 이후 양식의 생산 증가속도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현재까지도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한 2000년대 초까지 어류양식은 서·남해안만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동해안은 어류양식의 불모지로 여겨졌으나, 2004년부터 시작된 국립수산과학원의 인공종자 대량생산 기술개발에 힘입어 2007년 17t에 불과하던 동해안의 어류양식이 2018년 3,372t으로 200배 가까이 증가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웃 일본과 더불어 예로부터 어류를 많이 섭취해 왔다.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먹지 않는 날생선(회)도 거침없이 먹는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저 멀리까지 원양어선을 보내 어자원을 붕괴시키고 있다. 이제는 우리도 달라질 때가 됐다. 이제 우리 울산시민들이라도 가급적 양식에 의해 생산되는 어류를 먹도록 하자.
그래서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 생태계도 보호하고 지속적인 어자원의 확보도 가능하도록 하자. 그래야 우리의 미래세대는 자연산 회를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지 않겠나. 서정호 울산과학대 화학공학과 교수·대통령직속 낙동강유역물관리 위원회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