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밤늦게 큰스님은 해우소를 가시려고 마당으로 내려섰다. 그런데 식량 창고 앞에 검은 그림자가 지게에 쌀자루를 가득 지고 일어섰다 주저앉기를 반복하며 허둥대고 있었다. 스님은 가만히 뒤로 다가가 다시 일어서려는 그의 지게를 잡고 올려 줬다. 도둑이 이상함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니, 아뿔싸! 스님이 뒤에 서 계신 것이 아닌가! 그가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자 스님은 어서 가라 손짓하며 그를 어둠 속으로 조용히 떠나보냈다. 도둑은 그 후에 대오각성해 신심 가득한 신자가 됐다는 법정 스님의 수필 속 이야기다.
인간 세상에서 개인이든 기업이든 힘들고 어려울 때가 있다. 그리고 약자가 힘들지 않을 때는 없었다. 이웃이 필요하고 국가의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외적 조건 보다 우선돼야 하는 것은 스스로 일어서야 한다는 자각과 의지다. 시련 극복의 근본적 시작은 바로 여기서부터여야 하는 것이다.
국가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지금 빈 지게를 지고 앉고 서기를 반복하는 곳이 있다. 전국 지방마다 공항이 있고, 더러는 공항 건설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공항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대다수 공항이 적자에 시달리며 빈사 상태에 빠져있고, 엄청난 누적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공항도 예외는 아니다. 공업도시로의 시작과 함께 건설된 울산공항은 한때 엄청난 인력 수송 요구를 감당하며 그 필요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수도권으로의 수송 수단이 다양화되면서 점점 빛을 잃어갔다. 특히 KTX가 운행되고부터는 공항 이용률이 수직 하락했고, 급기야 항공편의 운항 감축까지 되고 말았다. 승객이 없으니 적자는 쌓이고 공항 주변의 고도 제한으로 인한 재산권 침해와 소음 민원 그리고 앞으로 건설될 가덕도 신공항으로의 이전 문제 등과 겹쳐 그야말로 진퇴양난에 빠지고 말았다.
공항 존립조차 불투명했던 송철호 시장 시절, 당시 박성민 국회의원이 이전과 폐쇄에 강력히 반대했다. 그러나 가덕도로의 이전과 공항 폐쇄를 찬성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고, 급기야 보수와 진보 진영의 대립으로까지 번지고 말았다.
박 의원은 최근 필자와의 통화에서 "울산공항 활성화를 위해 국토부를 상대로 증편과 동남아와 일본 등으로의 노선 확대, 적자 노선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강화 등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과 수도권을 왕래하는 회사원들과 제주 관광수요를 고려해 증편과 가변적인 운항 시간의 개선을 통해 적자운영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겠다는 견해였다.
공항 주변의 고도 제한 해제 민원에 대해서는 "울산 시민의 최대 관심사인 만큼 중앙정부를 설득하고 시민의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울산공항은 1970년 11월 개항과 함께 대한항공 정기노선이 취항했으며 73년 휴항, 84년 7월 대한항공 정기노선 재취항, 1990년 6월 한국공항공단 울산지사 설립, 1995년 9월 활주로 확장공사로 일시 운항 중단 및 12월 재취항, 1997년 12월 신 여객청사로 이전, 2022년 3월 한국공항공사 울산지사로 변경 등의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시설 규모는 활주로 2,000m×45m이고 연간 이착륙 처리능력은 5만6,000회이며 주기장 4대 탑승교 2개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선(연면적) 8,886㎡고 연간 241만명의 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여객 수송 실적은 2022년 80만명, 23년 38만명, 24년 45만명을 소화해 냈고, 이것은 실제 처리 능력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박 의원실에 따르면 ‘2026년 울산공항 관련 국비 예산’은 조류 탐지 레이더 설치 및 구축과 EMAS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할 때 충격을 흡수해 안전하게 멈출 수 있도록 설계된 특수 제동 시스템) 설치 등으로 278억여원이 책정됐고 한다. 울산공항이 숨을 쉴 수 있는 산소호흡기를 달겠다는 것이다.
울산공항 존속에 대한 의견은 다양할 수 있다. 공항이 위치한 북구의 입장에서는 도시 확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공항 이전으로 얻어지는 대규모 토지에 신도시를 건설할 수 있기에 남다른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그리고 일부 완화되기는 했으나 여전한 고도 제한으로 인해 재산권을 침해 받고 있는 시민들도 공항 이전에 마음을 둘 것이다.
하지만 도심 근접 공항이며, 접근성과 편리성 등 울산공항이 내세울 수 있는 장점은 여전히 많다. 그리고 가덕도 신공항의 건설 지연과 앞으로의 행로 불투명으로 인해서 울산공항의 수명 연장은 불가피한 선택이 됐다.
미약한 숨을 이어가고 있는 울산공항은 역설적으로 재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활주로 연장과 접근 시설 개선, 그리고 항로 개척과 공항을 살리겠다는 정치권과 시민의 의지가 한곳으로 모아진다면 울산공항은 재기의 날개를 펴고 하늘로 날아오를 것이다.
울산 시민의 요구는 한가지이다. 이대로 주저앉지 말고 스스로 한번 일어서는 시늉이라도 해보라는 것이다. 그래야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그리고 정치권과 시민의 힘에 의한 도움의 손길도 얻을 수 있다. 지금의 여건으로 울산시가 이런 공항을 다시 얻기는 어렵고 지키기는 더 어렵다. 역사 깊은 울산공항이 이렇게 끝날 수는 없지 않은가! 조경환 태양복지재단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