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의 대동맥이자 울산의 주력 엔진인 석유화학 산업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과거 수차례의 침체기를 견뎌온 저력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고, 현장에서는 “이번엔 정말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응은 안일하기만 하다. 국가 기간산업이 뿌리째 흔들리는 지금의 사태를 정부는 언제까지 지켜만 볼 작정인가.

현재 울산 석유화학업계가 처한 상황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대규모 증설을 통해 자급률을 높이는 것을 넘어 전 세계 시장에 저가 제품을 쏟아내면서, 우리 기업들은 고사 위기에 처했다. 과거의 V자형 반등은커녕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L자형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것이다. 여기에 고유가, 고환율,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3중고(三重苦)’는 기업들의 숨통을 더욱 조이고 있다.

상황이 이토록 엄중함에도 정부는 여전히 정량적 지표와 통계의 착시에 갇혀 있다. 울산시와 지역 상공계는 이미 수차례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강력히 촉구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조선 등 울산 지역 다른 업종의 호조에 가려진 석유화학의 위기를 외면하며 지정을 미뤄왔다. 그러는 사이 석유화학 관련 정비, 보수, 물류 등을 담당하는 지역 중소 협력업체들은 심각한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고, 지역 경제 전반이 ‘도미노 타격’을 받고 있다. 이는 지역 산업 전체가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는 지금 즉시 울산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하고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구호 조치에 나서야 한다. 세제 혜택 확대와 인허가 간소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서둘러 내놓아야 한다. 특히 이미 지정된 ‘울산 분산에너지 특구’를 적극 활용해 기업들의 가장 큰 부담인 전기요금 등 유틸리티 비용을 낮춰주는 실질적인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울산 석유화학의 붕괴는 단지 울산이라는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전체 산업의 공급망 붕괴이자 대한민국 제조업 전체의 위기다. 지금처럼 원가 경쟁력을 잃은 석유화학 기업에 ‘자율적인 체질개선’만 외치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정부는 울산의 석유화학산업의 절규를 국가 산업의 경고음으로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가 지금처럼 팔짱만 끼고 있다면, 훗날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심장이 멈춘 것에 대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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