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는 ‘1인 1 비서’ 시대에 살고 있다.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가 그렇듯이 단순히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에서 시작한 AI 서비스는 초기의 인식이 무색하게 현시점에 이르러 전 세계의 압도적인 양의 자원과 관심이 쏠리고 있는 특이점이 되었다. 정부는 2028년까지 초중고교의 17%를 AI 중점학교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고등교육환경 또한 이러한 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교과명에 AI를 붙인 교과목이 개설되고 대학에서 AI의 적극적인 적용이 화두가 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있어서 AI 서비스는 개인 튜터, 혹은 훌륭한 학습 도우미로 여겨진다. 백지상태의 화면이나 종이에 과제물을 작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AI 서비스는 가장 쉽고 빠르게 필요한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며, 타인에게 섣불리 질문하거나 도움을 청하기 어려운 현대 사회에서 부담 없이 말을 건넬 수 있는 ‘부담없고 친절한 도우미’가 되었다. 특히 AI 서비스는 질문의 수준이 낮거나 단순하다는 이유로 상대를 우습게 보거나 질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AI 활용 일상화는 필연적이라 생각된다. 한 대학의 조사에 의하면, 이미 2023~2024년 기준으로 생성형 AI를 학업에 활용하는 학생의 비중은 33.3%에 달하며, 사용 여부에 대해 ‘보통이다’, 혹은 ‘사용하지 않는다’와 같은 중립적, 부정적 응답이 감소하고 적극적인 사용자층으로의 이동이 두드러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전환으로 나타나는 부정적인 측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AI로 인해 교육 환경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영향으로는 AI 대필이나 창의적 사고의 저해 등은 이미 많이 듣고 공론화되기도 했다.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물이 학생 스스로의 결과물인지 AI의 출력물인지 분간하기 어려워 학생들의 역량 평가 결과를 신뢰할 수 없게 되고, 결과적으로 암기 시험 등과 같이 AI의 개입 여지가 적은 과거의 평가방식을 적용하거나 시험 과정에서 학생의 모습을 의무적으로 녹화시키는 등의 통제 및 감시 수단을 이용하기도 한다.
단순히 AI에게 작업을 맡기고 정제된 결과만을 사용하게 되어 학생들의 고민과 실패로 인한 ‘과정’의 경험이 크게 축소되고, 교육을 통해 향상시키는 실질적인 역량과 성취 수준이 감소되고 있다. 또한 많은 대학이 AI의 오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하는 GPT킬러 등의 AI 탐지 기능은 그 완성도가 완벽하지 못하고, AI 사용을 아예 배제하거나 최소화하여 작성하는 학생들의 경우도 부정행위자로 오해받을 여지를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투박하거나 어색하게 내용을 수정하고, 심지어 직접 담당교수에게 해명하거나 작업과정을 보여주는 경우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외국인 학생과 같이 애초부터 정제된 글을 쓰는 학생들 사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실제로 한 외국인 학생은 직접 연구하고 작성한 내용을 여러 번 고쳐도 GPT킬러에서 30% 가량의 높은 AI 비율을 받았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AI는 우리의 일상에 더 이상 배제할 수 없을 만큼 깊이 파고들어와 있다. COVID-19가 발생한 이후로 우리가 그 이전의 사회로 돌아갈 수 없듯이 AI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또한 우리가 적응하고 공생을 전제로 한 해법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일부 대학들은 인공지능 교수 활용 가이드라인과 윤리 강령 등을 제시하고 AI 활용을 위한 선제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나 다른 대학들은 아직 이러한 내용들이 현 AI 활용 실정에 적절하지 않다는 등, AI의 발전속도에 아직 따라가지 못하는 미비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교육에서 AI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AI의 사용에 있어서 가르치고 배우는 상호간의 적절한 합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교수자의 역량 강화는 기본이며 AI는 교수자가 아니라 보조적인 교육도구로 인식해야 하며 무조건적인 신뢰가 아니라 비판적 활용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직 AI의 상용을 위한 제도적, 윤리적, 교육적 활용 기준 등이 정립되지 않은 단계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AI와 사람의 발전은 어느 한쪽을 떼어놓을 수 없는 시대로 가고 있다. 따라서 올바른 AI활용을 위해서는 AI는 인간의 가치를 반영한 윤리적 설계와 통제가 되어야 하며 인간은 AI에 의존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공생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영혜 울산과학대학교 식품영양학과·푸드케어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