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나무와 같아 뿌리를 옮기면 약해진다'는 말이 있다.
익숙한 집, 익숙한 이웃, 익숙한 골목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삶 그 자체로 그 공간을 떠나는 순간, 삶의 일부도 함께 흔들린다.
특히 나이가 들고 질병과 장애로 일상의 균형이 흔들릴수록 이러한 변화는 더 크게 다가온다. 오랜 시간 살아온 터전을 떠나 낯선 시설과 환경으로 옮겨지는 일은 단순한 거주지의 이동이 아니라 삶의 방식과 관계, 기억까지 다시 적응해야 하는 또 하나의 부담이 된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돌봄이 필요해졌을 때, 반드시 살던 곳을 떠나야만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지역사회 통합돌봄’이다.
돌봄은 더 이상 개인이나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령화와 질병, 장애로 일상 유지가 어려워지는 상황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으며 이제 돌봄은 지역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공의 과제가 됐다.
현재 울산 남구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7.9%로 고령사회로의 진입은 돌봄 수요의 급증을 의미하며 기존의 가족 중심 돌봄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27일부터 ‘돌봄통합지원법’이 전면 시행돼 남구 역시 ‘지역사회 통합돌봄’ 체계를 본격적으로 운영한다.
통합돌봄은 단순한 복지서비스의 확대가 아니다. 의료·요양·주거·돌봄을 하나로 연결해 주민이 살던 곳에서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돌봄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이다. 그동안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은 가족의 부담과 돌봄 여건의 한계로 인해 요양병원이나 시설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통합돌봄은 이러한 흐름을 바꾸고, 익숙한 집과 지역사회 속에서 가능한 한 오랫동안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
실제로 남구가 작년 12월부터 추진해 온 통합돌봄 시범사업은 돌봄 사각지대 해소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참여 대상자인 67세 어르신은 심장질환과 중증 당뇨 등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으며 홀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건강 악화로 인해 끼니를 챙기거나 집안일을 돌보는 일조차 불가능해졌고, 설상가상으로 장기요양 등급 판정에서조차 등급외 판정을 받았다.
당시 어르신의 주거환경은 매우 열악했으며, 식욕 부진으로 인한 영양결핍과 사회적 단절로 인한 우울감으로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남구의 통합돌봄시스템이 가동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식사·가사지원, 병원동행,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즉각 연계한 결과 어르신은 다시 건강한 생활 환경을 되찾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됐다. 이는 통합돌봄이 단순한 정책이 아니라, 실제 삶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도임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필요한 서비스를 각각 찾아 신청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으나, 이제는 한 번의 신청으로 충분하다. 전문 인력이 건강 상태, 일상생활 기능, 주거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건의료, 건강관리, 장기요양, 일상돌봄 등 다양한 서비스를 개인 맞춤형으로 통합 제공하게 된다. 이는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지원의 효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조이다.
65세 이상 어르신 또는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이라면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으며, 거주지 동 행정복지센터 또는 보건복지부 상담센터를 통해 상담과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통합돌봄은 환자 개인뿐 아니라 가족의 부담까지 함께 고려한다. 방문 의료, 식사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가족이 일상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그동안 가족이 홀로 감당해 왔던 돌봄의 부담을 지역사회가 함께 나누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아울러 통합돌봄은 일회성 지원에 그치지 않고, 서비스 제공 이후에도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대상자의 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사업이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돌봄 계획을 조정해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돌봄은 이제 개인의 책임을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공동의 과제이다. 남구는 주민 한 분 한 분이 살던 곳에서 존엄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역 기반 돌봄 체계를 더욱 촘촘히 구축해 나갈 것이며, 앞으로도 통합돌봄이 주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정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 이성희 울산 남구 복지교육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