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 편집국장·이사
김진영 편집국장·이사

 울산은 까마귀 도시다. 몇해전 정연두라는 미디어아트 작가가 ‘오감도’라는 작품을 시립미술관에서 상연했다. 물론 울산시의 예산 지원을 받은 작품이었다. 그 작가의 작품 오감도는 울산을 왜곡했다. 울산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떼까마귀의 생태를 교차하는 방식으로 그려낸 작품이었다. 작가는 한곳에 오래 정주하지 못하고 이동하며 살아가는 현대 도시민의 삶을 그렸다고 이야기 했다. 울산이 철새처럼 잠시 기착하는 쉼터이거나 먹이를 찾아 떠도는 현대판 보헤미안 도시라는 인식이다.

 웬 까마귀 이야기냐고 의아해 하겠지만 까마귀 때문에 시작한 이야기가 맞다. 겨울에 흔했던 까마귀가 이제 울산에서는 텃새로 자리 잡았다는 뉴스가 있었다. 물론 종류는 좀 다르지만 분명한 까마귀다. 떼까마귀보다 덩치가 크고 부리가 유난히 돋보이는 큰부리까마귀다. 이 녀석이 요즘 한창 번식기다. 번식기의 큰부리까마귀는 도심 곳곳에서 시민들을 위협하고 있다. 

 울산에 유독 까마귀가 많은 것은 생태환경의 변화와 직결된다. 몇해를 이어가던 떼까마귀의 이동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12만마리에 달하는 떼까마귀 무리 중 일부가 철새를 포기했다. 여기에 오래전부터 텃새화 된 큰부리까마귀까지 합세하면서 울산은 이제 겨울이 아니라 4계절 까마귀를 볼 수 있는 도시가 됐다. 

 까마귀는 일반적으로 흉조라는 이미지에다 음흉한 구석이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영리한 새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05년 캐나다 맥길대학 과학자들은 새들의 지능지수(IQ)를 측정했다. 까마귓과 새들의 IQ가 가장 높았다. 까마귀가 지능이 높다는 것은 옛사람도 알고 있었다. 이솝 우화에는 물병의 물을 마시기 위해 돌을 물어다 넣은 까마귀가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까마귀가 친숙하지 않다. 검은 색깔의 속성 때문에 아무리 한민족 상징인 삼족오를 이야기 하고 북방계의 표상을 이야기 해도 여전히 편하지 않다. 그래서 텃새화 된 까마귀는 불편하다. 까마귀의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자주 연상되는 단어가 있다. 거짓이다. 까만색의 외피 때문에 음흉한 거짓을 뒤집어 쓴 까마귀는 언제부턴가 거짓의 상징을 억울하게 덮어 썼다.

 거짓말 이야기를 해보자. 거짓말은 번식력이 강하다. 그래서 거짓은 또다른 거짓을 낳는다. 성경 이야기가 아니다. 밥상머리에서 부모가 들려주는 아이들의 훈육 첫 테마다. 거짓말 하지마라. 이 훈육의 문장에는 부모의 경험치가 실렸다. 살아오면서 거짓말을 하지 않은 이가 없기에 밥상머리 첫 테마가 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문제는 거짓이 아니라 그로인한 후폭풍이다. 거짓을 감추기 위한 거짓과 그로 인한 거짓은 기하급수적이다. 눈덩이가 아닌 산더미로 커져 자신을 누르고 주변까지 짓뭉갠다. 그 여파를 알기에 밥상머리 첫 교육은 거짓에 대한 경계인지도 모른다.

 거짓을 없애는 핵심은 무엇일까. 거짓의 대척점은 참이거나 진실이 아니다. 바로 부끄러움이다. 조선조 대쪽같은 선비나 불가의 선승들은 흔히 염치라는 말로 거짓을 후려쳤다. 죽비에 염치라는 두 글자를 찍어 거짓을 내리치면 놀랍게도 빨간 거짓이 붉은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고 이야기 한다. 그런 점에서 염치는 힘이 쎄다. 단,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웬만해서 가지려고 하지 않는다. 애써 감추고 숨기며 드러내지 않은채 가끔 혼자 떠올리며 벼락치는 날이나 천둥 소리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문득문득 떠올리는 단어일 뿐이다.

 그 염치가 사라진 일들이 대한민국 곳곳에서 진동하고 있다. 가장 악취가 심한 곳이 부실선거가 도마위에 오른 선거관리위원회다. 부실선거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도망치듯 사퇴한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진상조사위로부터 수사의뢰 조치를 받았다. 그와 간부직원들의 과거사가 개표지에 찍힌 도장처럼 빨갛게 드러나고 있다. 노태악은 부적절한 나라에 부적절한 목적으로 출장을 가면서 공개된 사후 보고서에는 부부동반 사실을 빼버렸다. 한번이 아니다. 재임 기간 중 3차례에 걸쳐 해외 출장에 아내를 데려갔다고 한다. 공개된 출장 비용의 합계만 1억6,247만원이다. 지난 겨울에는 8박 10일 동안 덴마크 코펜하겐과 스웨덴 스톡홀름 출장을 아내와 함께 다녀왔다. 당시 출장 비용으로는 9,053만원이 지출됐다. 비즈니스석 항공권 2명 분, 숙박비 등도 배우자를 포함 인원으로 집행됐다. 노태악의 문제보다 더 심각한 부분은 전국 선관위 비상임 간부들의 행태다. 책임지지 않는 자리에서 비상근과 무급여를 이야기하면서도 실제로는 회의 참석 때마다 논의 안건 한건마다 수당을 받아먹는 황당한 수당지급으로 배를 채웠다.

 여기에 국무총리로 지명된 자의 형태는 어떤가. 김민석 총리의 후임으로 지명된 한성숙 후보자는 서울에 3채, 경기도에 1채 등 주택 4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기준대로라면 부동산 정책과 관련, 자격 미달의 부적격자다. 특히 그는 최근 잠실 아파트를 매각해 무려 30억원에 가까운 막대한 시세 차익을 챙겼고, 다주택자라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 강남에 있는 오피스텔을 시세보다 낮은 비용으로 급하게 처분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장면이면 떠오르는 단어가 내로남불이다. 설악산과 한라산 어느 골짜기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약수도 모자라 방방곡곡 청렴과 도덕성의 함량이 높다는 약수라면 어디든 찾아가 온몸을 씻어왔다는 진보인사들의 민낯이다. 하기야 진보정권의 이름난 자들이 줄줄이 민낯을 보인 것은 오래된 이야기다. 청문회만 열면 금방 고개를 숙이고 과거의 관행이었다거나 불찰이었고 시정하겠다며 눈감아 달라고 고개를 숙인다.

 정권이 바뀌어도 사람이 달라져도 언제나 이어지는 우리사회의 내로남불이다. 우리의 정치는 오래전부터 비슷한 양상의 거짓말과 비슷한 양상의 묵인이 반복되고 있다. 선관위를 비난하고 총리 지명자에 손가락질을 하지만 "내만 그렇나 뭐~"라며 눈을 부라리면 할말이 없다. 오래전부터 우리 모두는 공범이다. 그놈이 그놈인 사회에 살고 있으니 그냥 눈만 찔끔 감고 지나가라고 한다. 그래서 일찍 찾아온 폭염이 더 짜증스럽다. 김진영 편집국장·이사

저작권자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