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빨라지면서 장마철도 예전과 다른 양상이라는 예보다. 야간의 집중호우나 짧은 시간 폭우로 변하는 이상 기후가 일반화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는 장마에 대한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기후 위기로 인해 과거와는 다른 ‘극한 호우’가 일상이 되면서, 우리 사회의 재난 대응 체계도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자연재해지만, 우리 사회의 준비가 부족하거나 경각심이 낮을 경우 이는 고스란히 인명과 재산 피해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실제로 지난해 울산의 사례를 보면 장마 대비의 중요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울산의 장마 기간은 13일에 불과했지만, 7월 한 달간 내린 비가 연간 강수량의 약 24.5%인 285.1㎜에 달했다. 특히 7월 18~19일 사이 울주군에는 332.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고, 시간당 50㎜ 안팎의 물폭탄이 투하되면서 중구 태화강국가정원과 울주군 일대가 침수되는 큰 피해를 입었다. 이 과정에서 산사태로 주민 1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까지 발생해 충격을 줬다.
문제는 이번 여름도 안심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해 대형 산불로 63㏊의 산림이 소실된 울주군 일대는 지표면 식생이 사라져 지반이 매우 약해진 상태로, 집중호우 시 산사태 발생 위험이 어느 곳보다 크다. 북구 또한 산간 지역뿐 아니라 도심 속 아파트 단지와 학교 시설을 포함한 산사태 취약지역이 118곳에 달하며,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만 475명에 이른다. 현재 사방사업 등 예방 대책이 진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관리의 사각지대는 존재하며 주민들의 낮은 경각심도 과제로 지적된다.
더 큰 걸림돌은 행정기관의 대응 시스템 부실이다. 현재 지자체는 전입신고 명단을 기준으로 대피 경보를 발송하고 있으나, 연락처가 갱신되지 않아 실제 수신이 불가능한 경우가 적잖다. 또한, 주민 사전대피 기준이 구·군별로 제각각 운영되고 있어 혼선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재난은 예방이 최우선이지만, 실제 상황 발생 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공공 시스템이 정교하게 작동해야 함에도 현실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장마철 재해 대책은 더 이상 개인의 주의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재난 취약 계층과 지역을 보호하기 위한 공적 기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핵심이다. 울산시는 산불 피해지와 도심 취약지역의 사방시설 확충을 서두르고, 비상 연락망 정비와 대피 기준 표준화 등 행정적 공백을 메우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