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 편집국장·이사
김진영 편집국장·이사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보완수사권 폐지를 당론으로 확정 짓자 사의표명 사실이 알려졌다. 정 장관의 사의표명은 최근 벌어진 여권의 보완수사권 논란이 친명계 내에서도 분열의 단초가 되고 있다는 점을 확신시켜준 셈이다. 정 장관은 지난 5월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여리박빙 여림심연(如履薄氷 如臨深淵).’을 언급했다. 얇은 얼음을 밟듯 깊은 연못가에 선 듯 늘 경계하고 조심하라는 당부였지만 검찰개혁을 둘러싼 정 장관의 처지와 상황이 그만큼 긴장되고 민감하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읽혔다.

 여권이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로 몇달동안 논란을 벌인 배경은 무엇일까.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놓고 여권내부에서 보인 행태는 가히 권력투쟁 양상이었다. 여기에 당권경쟁까지 벌어지면서 누가 더 강하게 검찰개혁을 외치는지를 두고 선명성 경쟁이 벌어졌다. 문제는 보완수사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다. 시장에서 장사하는 상인에게, 대출이자를 걱정하는 가장에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는 딴나라 이야기다. 하지만 TV를 틀면 민주당 당권 주자들은 나라의 운명이 보완수사권 폐지에 달린 듯 목청을 높였다. 아니 목청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아예 대놓고 멱살잡이까지 갈 수준이다. 김민석은 정부가 먼저 처리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정청래는 정부가 시간을 끌었다며 공개적으로 공격했다. 당내에서는 "대통령을 과도한 언어로 비판하는 것은 난(亂)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고 외곽에서 전당대회에 가세한 유시민은 한 술 더해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연일 선을 넘는 발언을 쏟아낸다.

 느닷없이 당권경쟁에 소환된 유시민의 발언은 매일같이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처음에는 경고의 충정이라는 말도 나왔지만 이제는 대놓고 삿대질하는 수준까지 번졌다. 검찰수사권으로 시작된 당내 균열이 유시민의 개입으로 당내외 확전양상을 보이는 태세다. 유시민은 민주당 당권 경쟁을 두고 "대통령이 특정한 후보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며 "제가 보기에는 대통령이 계파의 수장처럼 행동하고 있고 민주당 지지층 동의 없이 중도보수 정당으로의 "재건축(정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도 뱉었다. 결국 그는 이 대통령을 향해 "필연적 실패"에 직면할 것이라는 악담도 던졌다.

 내부적으로 이전투구 양상인 여권은 선관위 문제로 더 복잡한 상황이 됐다. 대한민국 선관위는 방만하다 못해 너덜거리는 걸레가 됐다. 이상한 것은 선관위 참상에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다. 장동혁이다. 부실선거 덕에 대표직을 연명하고 있는 장동혁은 선관위의 심폐호흡을 통해 부활했다. 신바람이 난 장동혁은 이제 부실선거가 아니라 부정선거의 빼박증거가 나왔다며 연일 마이크를 잡고 올공에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

 여기에 수사상황도 심상찮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중앙선관위와 경기도선관위 관계자들이 투표율을 허위로 입력한 정황을 잡고 관련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선관위 직원들이 투표자 수 입력 실수를 상부에 보고하지 말고 임의로 ‘숫자 맞추기’를 하자고 모의한 메신저 대화 내용 등도 확보했다고 한다.

 한술 더해 국민의힘을 겨냥했던 통일교와 신천지의 정치권 유착 의혹이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합동수사본부는 신천지가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도 조직적으로 집단 가입한 정황을 발견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천지는 과거 경기 과천·고양·가평, 인천, 전북 익산 등에서 건물을 매입해 종교 시설로 사용하려고 했지만 주민 반대로 용도 변경 승인이 되지 않았다. 합수본은 이런 상황에서 신천지 각 지파(지역) 신도들이 민주당에 가입해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 대표 경선에 나선 김민석은 정청래 측이 신천지와 연결돼 있다는 설을 흘리며 이번 전당대회를 신천지 개입설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런 어수선한 정국상황에 민생경제는 막장으로 가고 있다. 주범은 주식시장이다. 국내 증시는 매일같이 사이드카가 발동 중이다. 주식 지수는 한때 9,000선을 넘었지만 시가총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주들을 빼면 나머지 종목들은 부진한 상황이다. 더 우려스러운 건 극도의 변동성이다. 서킷브레이커, 사이드카 같은 비상조치가 연거푸 발동되는 발작적 장세다. 국가 권력이 앞장서 국민을 주식시장으로, 일확천금 도박판으로 몰아간 결과다.

 그러면서 이 정부는 수십 년을 아끼고 모아 내 집을 마련한 이들을 죄인처럼 몰고 있다. 부동산 불로소득이 공정을 파괴하고 국민 통합을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자산을 지키고 불리는 방식은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다. 빚투와 레버리지가 판치며 널뛰는 주식시장은 이미 투기판이 됐다. 내 집 마련의 꿈과 수요·공급 원리로 움직이는 주택시장조차 무슨 범죄의 온상처럼 몰리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주도하는 부동산 토론회가 열릴 무렵, 토론의 주최인 대통령의 아파트 17억 근저당 매도 뉴스가 터졌다. 대통령이 정부의 재건축 아파트 양도 및 은행대출 규제를 절묘하게 회피하는 방식으로 집을 팔았다는 부분을 손해를 보면서 모범을 보인 매매라고 포장했다. 대통령 옆자리는 얼마전까지 4채의 집을 가진 부동산 귀재 한성숙 총리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 장면을 바라보는 빚투세대 영끌세대의 시선은 과연 어땠을까.

 이쯤되면 정부 여당이 목을 매는 종합특검의 이유가 굼금해진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특검을 이어가는 특검정권이 됐다. 출범 직후인 2025년 6월부터 내란·김건희·해병 등 3대 특검을 1호 법안으로 의결한 이후 1년이 넘도록 ‘종합특검’이라는 괴이한 이름의 특검을 연장하며 대한민국 특검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최측근 장관이 ‘여리박빙(如履薄氷)’을 이야기 하고 유시민이 재건축을 이야기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혹자는 여권이 벌이고 있는 검찰개혁의 실체는 대통령 1인을 위한 공소취소 특검으로 가는 빌드업이라고 이야기 한다.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김진영 편집국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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